"쌀시장 개방 문제를 국민투표로 결정할 수 있을까요."

"외교 등 국가안보와 연관이 있는 사안은 국민투표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쌀시장 개방 문제는 투표보다 사회적 합의에 의해 결정해야겠지요.

하지만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든지 논거를 잘 제시하는게 중요합니다."

지난 29일 오후 1시,서울 서초동에 있는 상문고 시청각실은 90여명의 학생이 몰려들어 열기가 후끈했다.

한국경제신문 노경목 기자가 진행하는 '한경 논술아카데미' 강좌를 듣기 위해 모인 학생들은 선생님들과 함께 제시문을 따라 읽는 등 두 시간 동안 수업에 적극 참여했다.

제시된 글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론과 플라톤의 국가론 등. 민주주의 원칙을 강조하는 정치론지문은 국민투표에 찬성하는 논거로,중우정치를 설명하고 있는 국가론은 국민 투표 반대 논거로 이용될 수 있다. 어떤 결론을 내리든지 주장을 논리적으로 펴야 한다고 노 기자가 설명하자 여기 저기서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강의가 끝난 후 질문도 이어졌다. '어려운 제시문을 어떻게 잘 요약할 수 있느냐' '논술에 대비하기 위해 신문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노 기자는 이에 대해 신문의 칼럼이나 사설을 많이 읽으면 논리 전개 방법을 익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수원 수일고에서는 송종현 기자가 '8·31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의 사상적 배경이 된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의 주요 내용에 대해 두 시간 동안 강의했다.

송 기자는 학생들로부터 미리 받은 논설 답안지 중에서 몇 개를 골라 글쓰는 요령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배경지식이 약해서인지 논리 전개에 무리가 있는 글이 많다"면서 "1학년들은 당분간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상문고 김영배 교사는 "쉽지 않은 주제였지만 현실에 기반한 재미있는 설명이 가미돼 학생들의 이해도가 높았다"고 밝혔다.

수원 수일고 이재선 교사는 "평소에 다양한 독서를 통해 시사적인 문제와 고전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아두어야 한다는 점을 학생들이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경 논술아카데미 프로그램은 고등학생들이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논술시험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제부 김호영 차장 등 총 12명의 기자들이 참여 주제별로 주로 주말마다 12주간 돌아가며 수도권 소재 13개 고교에서 강의하게 된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13개 고교는 상문고 수일고 일산정발고 이천양정여고 경희고 신갈고 인천도림고 인천연수고 고양외국어고 환일고 상일여고 상일고 낙생고 등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