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걷는 쪽의 입장과 내는 쪽의 입장이 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조세가 순수하게 경제적 논리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조세는 시장실패가 발생하는 공공재를 공급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경제적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실패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는 정치적 색채를 띨 수밖에 없다.

조세를 거두는 방법으로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세액을 정해놓고 걷는 정액세와 세율을 정해두고 걷는 정률세가 그것이다.

그런데 정률세의 방식으로 세금을 걷을 때,세율을 높일수록 정부의 조세 수입은 커지는가? 꼭 그렇지는 않다.

이를 설명하는 논리가 바로 래퍼커브(Laffer Curve)다.

조세는 거시경제학의 입장에서 볼 때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국민소득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국민소득을 증대시키는 역할도 한다.

조세가 늘어나는 것은 궁극적으로 민간 경제주체의 소득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돈을 벌어 이중 일부를 세금으로 내고 나면 쓸 돈이 줄어드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즉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는 것이다.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면 소비가 줄어들 것이고 이는 결국 경제 전체의 총 수요를 줄어들게 해 국민소득의 규모가 작아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조세의 증대를 통해 정부 지출을 늘릴 수 있다면 이는 국민소득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효과가 더 클까? 이것은 이론적으로 좀 복잡한 이야기지만 결론만 이야기하면 국민소득을 줄이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바로 이점이 래퍼커브를 이해하는 단서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세율을 높이면 우선은 세금을 더 걷을 수 있게 되고 따라서 세수는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세율이 높아지면 국민소득이 감소하게 되고,세금을 걷을 수 있는 대상이 축소되는 것이다.

따라서 세수는 줄어든다.

물론 민간의 경제활동이 정부가 걷는 세금에만 반응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도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따라서 세율이 낮은 상태에서 세율을 점차 높이게 되면,국민소득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세율이 올라가기 때문에 세수는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세율이 더욱 높아져서 민간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정도가 되면 결국 경기 침체가 발생하고 소득이 줄어들면서,세원이 작아지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세수가 줄어들게 된다는 말이다.

이러한 상황을 2차원 평면에 그래프로 그려보자.세로축을 총 세수로 하고 가로축을 세율로 하면,초기에는 세율이 높아질수록 세수가 증가하다가,세율이 어떤 특정한 점을 넘어서 더 오르게 되면 세수는 감소하게 된다.

즉 사발을 엎어 놓은 형태의 그래프가 그려질 것이다.

이른바 역U자형 그래프가 된다.

결국 정부가 다른 경제문제를 염두에 두지 않고 오직 세수 증대만을 목표로 한다고 하더라도 세율을 무조건 올려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래퍼커브는 1980년 취임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보수적 경제정책을 시행할 때 중요한 경제논리적 근거를 제공했다.

당시 미국의 기업들은 조세 부담을 줄여 공급을 원활하게 해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이른바 공급 중시정책을 주문했었다.

여기서 세금을 깎아줌으로써 결국 정부의 조세 수입도 늘어날 수 있다는 논리가 적용됐던 것이다.

세율이 래퍼커브의 정점을 지난 부분 어딘가에 와 있다면 세율을 낮춤으로써 전체적인 세수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어디까지나 원리의 측면을 설명하는 것이고,현실적으로 어떤 경제가 래퍼커브의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판단하기가 쉽지 않거나,또는 정보의 불균형 문제가 개재돼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도 내년도 예산 문제와 관련해 세수 부족을 이유로 세금을 더 걷으려는 측과 경기 회복을 위해 감세를 주장하는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러한 논의가 정략 차원이 아닌 국민경제를 위한 경제적 논리에 근거한 것이길 바랄 뿐이다.

노택선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 tsroh@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