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상품에는 수익과 위험이 함께 따라다닌다.고수익(high return)을 노리는 상품에는 당연히 고위험(high risk)이 뒤따른다.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금융상품이 날로 진화하면서 고수익을 노리면서 동시에 위험까지 낮추는 상품도 등장하게 됐다.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셈이다.대표적인 상품이 주가연계증권으로 불리는 ELS(Equity index Linked Securities)이다.주가지수 선물이나 옵션 등 파생금융상품을 은행 예금과 섞어 설계하기 때문에 고객의 다양한 취향을 맞출 수 있다.
◆이익기준 충족시키면 조기상환하기도
ELS는 자산의 대부분을 우량채권 등에 투자해 원금 손실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나머지는 주식에 투자해 고수익을 노리는 금융상품이다.
2003년 증권거래법 시행령에 따라 처음 상품화했다.
ELS는 통상 은행 예금처럼 안정성이 있으면서 동시에 예금이자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 준다는 점 때문에 시판 이후 꾸준히 인기를 모아왔다.
ELS는 '언제까지 주가가 몇 % 밑으로 빠지지 않으면 몇 %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식의 조건부 상품이다.
최근 들어 당초 정해진 조건을 만족시키면 만기 이전에라도 고수익으로 상환받을 수 있는 상품이 잇따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지난 9월22일자 한국경제신문 증권면에 나온 기사 중 일부다.
"00증권은 오는 26~28일 KT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조기상환형 ELS를 판매한다.
이 상품은 만기가 3년이지만 6개월마다 KT 주가가 최초 기준가 이상이면 연 11%의 수익과 원금이 조기상환된다.
만기 때 기준가 대비 30%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원금이 보장된다."
위 기사에서 ELS는 거래소에 상장된 700여개 종목 중 KT 주가에 연동돼 최종 수익률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기서 KT의 기준가격은 ELS 공모 최종일(9월28일) 다음날 종가로 정해진다.
9월29일 KT 종가는 4만3700원.만약 6개월째 되는 시점(2006년 2월28일)에서 KT 주가가 4만4000원으로 상승했다고 가정해 보자.그러면 투자자는 그때 투자 원금 대비 5.5%의 수익률과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만약 6개월째 되는 시점의 주가가 기준가보다 하락한 상태이면 다음 6개월째 되는 날을 기다려야 한다.
만약 6개월마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만기까지 갔다면 어떨게 될까.
KT 주가가 3년 후 만기일 3만590원 밑으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은 돌려받을 수 있다.
반대로 그 이상 하락했다면 원금 손실도 가능하다.
만약 만기 때 조건이 맞아떨어졌다면 원금과 함께 3년치 수익률 33%를 받을 수 있다.
◆주가가 너무 오르면 손해본다
ELS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지만 국내에서 발행되는 ELS는 대부분이 '녹아웃(knock-out)형'이다.
녹아웃이란 지수가 만기 전 한 번이라도 목표 지수에 도달하면 향후 주가변동과 관계없이 애초 제시한 수익률로 금리가 확정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만약 주가가 목표지수를 초과해 지나치게 올라버리면 상황이 달라진다.
00증권사가 녹아웃형으로 판매한 ELS 상품의 경우 기초자산으로 하는 코스피200지수가 만기 때까지 15% 이내로 상승하면 최고 연 10.49%를 지급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만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15% 이상 오른다면 무조건 연 5.0%로 결정토록 설계됐다.
그런데 올 들어 증시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이 상품이 판매된 지 두 달도 안 돼 기준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상품에 투자한 고객은 앞으로 지수가 아무리 많이 오르더라도 향후 만기 때 5%의 이자만 받는다.
일부 상품은 지수가 기준 수준을 초과 상승할 경우 만기 수익률이 1%로 고정되는 ELS도 있다.
금리상승을 따지면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주가가 하락해도 이익이 난다?
주가가 하락해도 이익이 나는 ELS도 있다.
쌍방향 ELS가 그런 경우다.
00증권이 판매하는 쌍방향 ELS펀드의 경우 만기 시 코스피200지수가 기준가보다 상승할 경우 연 12.0%의 수익률을 지급하며,반대로 지수가 하락해도 연 4.0%의 수익률을 보장해준다.
물론 지수가 20% 이상 하락하면 원금만 돌려준다.
이런 상품은 주로 안정적인 성향의 투자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으며,향후 주가 전망이 불투명할 경우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
결국 ELS는 같은 유형의 상품이라도 이익실현 설계구조에 따라 수익률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정종태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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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LDㆍELF도 있어요
ELS와 비슷한 것으로 ELD(주가지수연계예금)와 ELF(주가지수연계펀드)가 있다.
ELS가 증권사에서 발행하는 것이라면 ELD(Equity Linked Deposit)는 은행에서 예금 형식으로 발행하는 것이다.
고객의 투자자금을 정기예금으로 넣고 여기서 나오는 이자를 주식이나 옵션 등 파생상품으로 운용해 추가 수익을 내는 구조다.
ELD는 증권이 아니라 '예금'이기 때문에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최고 5000만원까지 원금과 이자가 보장된다.
이에 비해 ELF(Equity Linked Fund)는 자산운용사(옛 투신사)가 발행하는 것으로 일종의 펀드다.
일반적인 주식형펀드가 여러 개 우량 종목을 포트폴리오로 묶어 투자하는 것처럼 ELF는 여러개 ELS를 편입한다.
대부분의 펀드자산은 국공채나 우량 회사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되며,나머지 잔여재산은 증권사에서 발행한 ELS를 편입해 펀드 수익률이 주가에 연동되도록 설계한다.
ELD가 원금을 100% 보장하는 정기예금에 가깝다면 ELS와 ELF는 원금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실적배당형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