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학년도 동국대학교 수시1 기출문제

논제에는 해결의 실마리가 제시되어 있기 때문에 논제만 잘 읽어도 절반은 해결한 것이나 다름없다.2005학년도 동국대 수시 1학기 논제에서 쟁점이 되는 것은 세 가지다.

첫째는 제시문 <가> <나> <다>를 근거로 삼으라는 것이다.제시문들은 논제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공동선과 연관되어 있는 글이다.따라서 제시문의 내용을 공동선 실현과 연관지어 독해하면서 이를 실제 논술문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둘째는 현재의 시민 사회가 지향해야 할 사회는 어떤 사회인지 밝히는 것이다.이는 먼저 현재 사회에 대한 진단이 전제되어야 한다.현재 사회가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어떤 가능성들이 있는가에 대한 진단을 바탕으로 하여 ’그렇다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물론 제시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라고 했으므로,제시문에서 공통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사회의 형태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셋째,그러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대부분의 학생들이 대안을 제시하는 부분에서 매우 피상적으로 논의를 전개하는 경향이 있다.제도적 차원과 의식적 차원이라는 이분법적 분류를 적용해 제도를 마련하고,의식을 개혁하자는 식의 캠페인성 대안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자신의 주장을 설득하기 어렵다.이는 무엇보다 두 번째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즉 현대 사회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가 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그 문제들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구체적인 대안들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염두에 두면서 실제적인 논제 해결을 위해 제시문을 분석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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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문 <가>에서는 존 롤스의 '정의론' 중 두 가지 원리(원칙)를 소개하고 있다.

첫째는 개개인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가장 광범위한 체계의 권리와 자유를 가진다.

첫 번째 원리는 '평등한 자유의 원리'로 절대적인 것이며,모든 시민 사회의 기본적 전제가 된다.

롤스는 모든 사람들에게 최대의 자유를 허용할 것이며,그 자유는 어떤 가치보다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런 경우 사회는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사회적 재화를 분배받게 될 것이고,그에 따라 차등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차등은 필연적으로 빈부격차를 발생시킬 것이다.

이에 롤스는 두 번째 원리를 제시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둘째는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은 그것들이 사회 전체,특히 사회에서 가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구성원들에게 이득이 될 때만 정당화된다.

또한 경제적·사회적으로 특권을 누리는 지위는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

롤스는 그러한 사회적 불평등이 도덕적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의 이익을 보장해야 한다는 두 번째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즉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전제된 다음 각자의 능력이나 업적에 따른 차등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날 때 여러 가지 사회적 조건들이 우연적으로 주어지게 된다.

어떤 사람은 뛰어난 실무 능력을 갖고 태어나기도 하며,어떤 사람은 원천적으로 그러한 능력을 갖지 못하고 태어난다.

따라서 이러한 우연적 조건을 최대한 배제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불평등만이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는 것이다.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서 동등한 기회가 주어져도 남들에 비해 뛰어난 성취를 이루는 사람들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만 할 것인가의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도 시사를 준다.

이들은 자신의 재능이 단지 우연하게 주어진 것이며,그것이 한 가지 사회적 자산임을 자각함으로써 이웃과 사회에 대해 책임을 느낄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롤스가 제시하는 정의는 '각자에게 자기의 몫을 주는 것'이라 할 수 있고,이때 '각자의 몫'은 모두 똑같이 분배받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민주주의에서 말하는 평등은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줌으로써 각자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고,따라서 각자에게 동등한 자유를 부여하되,사회적 약자에 대한 최대의 이익을 보장함으로써 그 차등의 도덕적 정당성을 획득할 때 그러한 불평등은 용인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롤스의 '정의론'은 개인의 이익을 보장함과 동시에 공동선을 실현할 수 있는 기본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제시문 <나>는 시민 사회의 특성과 문제점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제시문에서 '시민 사회는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최대한 보장하고 개인의 개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사회'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시민 사회는 롤스가 이야기하고 있듯이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최대한 보장하는 사회다.

따라서 시민 사회에서는 전체를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그 결과 '개인주의는 개인의 정치적·경제적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물질적 풍요와 편리를 가져다주는 데 기여'했지만,'지나친 자유 경쟁과 개인의 이윤 추구 현상으로 이기주의의 확산,빈부 격차 증대,인간 소외의 심화 등과 같은 부정적 측면을 야기'하기도 했다.

이는 현재 시민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기도 하다.

현대 시민 사회는 대중이 사회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됨으로써 대중의 사회적 지위가 크게 향상됐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시민 사회의 치열한 경쟁은 시민들 상호 간의 연대성보다는 경쟁심과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서로를 소외'시키고 있다.

이처럼 현대 시민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개인의 자유만을 우선적으로 추구한 결과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지 못하고,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기 때문에 개개인은 더욱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바탕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시민 사회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본다면 논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제시문 <다>는 맹자의 왕도정치를 이야기하고 있는데,이는 롤스의 '정의론'과 더불어 현재의 시민 사회가 지향해야 할 사회의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라의 이익'을 말하는 양혜왕에게 맹자는 '왕께서는 하필 이익(利益)만 말씀하십니까? 또한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라고 말한다.

즉 맹자는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의라는 도덕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질적인 혜택과 더불어 정서적인 안정감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는 롤스가 이야기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도 상통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제선왕과의 대화에서도 '항산(恒産)과 항심(恒心)'을 이야기하고 있다.

항산이란 물질적인 것이며,항심이란 정서적인 배려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논제에서 답안의 방향은 일정 부분 제시하고 있다.

제시문 <나>에서 현대 시민 사회의 문제점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제시문 <가>와 <다>를 바탕으로 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시민 사회의 모습을 제시하면서 그에 대한 대안을 밝히는 것으로 답안의 구성을 생각한다면 논의의 방향은 제대로 잡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왜 우리가 사회적 약자에 대해 배려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와 현대 시민 사회와 전통적인 공동체 사회의 조화가 왜 필요한가에 대한 명확한 자기 견해를 진술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논제에서 시민 사회의 특성과 문제점을 제시한 것은 현대 시민 사회가 추구하는 이상이 현실적 관점에서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으며,이에 대한 해결책은 전통적인 공동체 사회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없다면 일정 부분 감점을 예상해야 한다.

< 하영준 초암논술아카데미 논술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