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은 1991년부터 자본주의 체제를 본격 도입한 이후 불과 15년 만에 외환보유액 세계 2위,교역규모 세계 3위,국내총생산(GDP) 세계 7위의 자리에 올라섰다.

이 같은 중국 경제의 급성장은 세계 경제에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중국발 디플레이션'도 그 중 하나다.

중국발 디플레이션이란 무엇을 의미하고,그것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자.

◆전세계,중국발 디플레 우려 고조

중국은 여타 선진국에 비해 인건비가 매우 저렴하다.

때문에 똑같은 제품을 만들더라도 다른 나라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다.

중국발 디플레이션이란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중국산 저가 제품들이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면서 각 나라의 물가상승률이 매우 낮게 유지되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은 근원물가상승률(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상승률)이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0.6%였으나 2분기 들어 0.5%로 하락했다.

일본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1분기 마이너스 0.9%였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 경기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 이후 3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디플레가 왜 나쁠까

디플레이션(deflation)이란 물가상승률이 일정 기간 이상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현상을 말한다.

쉽게 얘기하면 옷값,버스요금,음식값 등이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과 서비스 가격이 하락하면 이득일 것 같은데 왜 정부나 경제학자들은 디플레이션을 달갑지 않게 생각할까.

조금만 시야를 넓혀서 생각해 보자.디플레이션이 발생한다는 것은 물건 값이 떨어진다는 것인데,기업 입장에서 보면 '매입한 원재료의 가격이 점점 떨어지는 것'을 뜻한다.

구입 당시 높은 가격을 주고 원재료와 부품 등을 구입했는데,제품을 만들어서 파는 시점에 가서는 부품과 원재료 가격이 떨어진 만큼 당초 계획했던 가격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기업들이 제품의 가격을 적정하게 책정하지 못하거나 가격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기업들의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기업들은 신규 투자를 줄이거나 종업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식으로 대응할 것이다.

결국 근로자(소비자)들도 소득이 줄어드는 등의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도 가격하락이 예상될 경우 제품 구매시기를 늦출 것이기 때문에 소비경기가 더 나빠지게 되고,이로 인한 경기침체는 제품가격을 더욱 떨어뜨리는 악순환에 빠져들 수 있다.

◆물가안정 목표치 낮춰야 하나

일반적으로 디플레이션은 경기 상황이 안 좋아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저하될 때 발생한다.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없으니 가격이 자연스레 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발 디플레이션은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발생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왕성하더라도 중국산 저가제품은 무한정 국내로 공급되기 때문에 물가는 오르지 않는다.

물가안정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은행은 최근 이 점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

보통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일정 수준을 웃돌면 경기 과열 기미가 있다고 판단,콜금리를 인상한다.

그런데 중국발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더라도 물가상승률은 오히려 낮아지기 때문에 물가상승률만 놓고서 콜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면 경제의 다른 부문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콜금리 인상 필요성을 시사한 데 대해 재정경제부는 "물가상승률이 이렇게 낮은데 무슨 콜금리 인상이냐"고 반박했다.

재경부의 지적도 일리가 있지만 한국은행은 '물가상승률이 낮다고 해서 콜금리를 마냥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게 되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거나,금융시장에서 자금의 공급과 수요 간의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효과'를 감안해 한은이 물가안정 목표범위를 현재보다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