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를 벌리다'와 '장사를 벌이다'중 어느 게 맞습니까?"

"......"

"한국 역사의 '체제'가 붕괴됐다고도 하고,체계'가 붕괴됐다고도 하는데 어느 것이 바른 표현인가요?"

"......"

"국정홍보처에서 얼마 전 전광판 광고를 통해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홍보했지요?홍보처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야호 코리아>에서도 '우리말 바로 쓰기'라는 특집기사를 다뤘지요?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우선 발행하는 잡지부터 바로 써야 할 것 같은데,어떻게 생각하십니까?"(2004년 국정감사에서 Y의원이 국정홍보처장을 상대로 한 질의.당시 국정홍보처 홍보자료에 한글 표현 오류가 심각하다고 지적하면서.)

다시 국감(국정감사)의 계절이 돌아왔다.

최근 몇 년간 이맘때면 국감을 통해 국어의 잘못된 사용실태를 질타하는 의원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질타의 대상은 국립중앙박물관.지난 9월 13일 국회 문광위 소속 M의원이 10월 개관을 앞둔 중앙박물관의 전시물 설명문(원고상태)에 오탈자가 200여 곳이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03년엔 표준국어대사전의 오류가 세상에 공개되기도 했다.

정부에서 12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50여만 단어를 수록,지금까지 나온 사전을 집대성한다는 목표로 만든 것이었던 만큼 파장도 컸다.

2002년엔 중학교 국정 국어교과서의 표기,표현에 오류가 많다는 사실이 국감에서 드러났다.

그만큼 우리말에 대한 인식이 커졌음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고,다른 한편으론 정치권에서 국감자료로 다룰 만큼 우리말 오류가 심각하다는 뜻도 된다.

우리말에서 글자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는 말이 꽤 많다.

위의 '벌리다'는 '둘 사이를 떼어서 넓히다'로 쓰이고,'벌이다'는 '일을 베풀어 놓다'란 뜻이다.

따라서 '장사를 벌이다'가 맞는 말이다.

'체계'는 '통일된 전체'라는 의미이고,'체제'는 '제도나 조직의 양상'이란 뜻으로 구별되므로 '한국 역사의 체계'라고 해야 할 곳이다.

혹시 "수천마리 철새 떼가 일시에 '푸드득' 날갯짓을 하며 날아올라..."라고 말하지 않도록 조심할 일이다.

'푸드득'은 새의 날갯짓 소리가 아니라 사람이 일(?)을 볼 때,특히 되직하지 않고 액체를 많이 머금은 물질이 터져 나올 때 나는 소리다.

새가 날아오를 때는 '푸드덕' 소리가 난다.

만일 새가 머리 위에서 '푸드득' 했다면 매우 난감한 일이다.

이런 것들이 워낙 많아서 일일이 외우기는 힘들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게 국어사전을 항상 옆에 두고 찾아보는 습관을 들이는 일이다.

정작 놓칠 수 없는 것은 위에 나온 2004년 Y의원의 보도자료다.

엄숙하게 한글 오류를 지적하는 보도자료문 제목이 <한글 홍보할려면 '장사를 벌리다' '장사를 벌이다'정도는 구분해야>다.

여기서 '홍보할려면'은 틀린 말이고 '홍보하려면'이라고 해야 바르다.

이처럼 우리말 사용에는 곳곳에 함정이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