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택선 교수의 패러독스 경제학] 농산물 값 높여줬더니 농가소득 줄어?

완전경쟁시장은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앞서 몇 차례 언급했듯이 그것은 완전경쟁시장이 여러 가지 비현실적인 가정을 통해 이론적으로 만들어진 시장이기 때문이다.


현실에 있어서 완전경쟁시장에 가장 가까운 시장으로 농산물 시장을 꼽는다.


가끔 뉴스 등에서 경매를 통해 농산물을 거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이러한 모습이 바로 다수의 수요자와 공급자가 동시에 존재하는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운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완전경쟁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시장균형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고,경우에 따라서는 균형가격이 생산원가를 밑도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 정부는 농가의 소득을 보장함으로써 농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


이를 위해 도입되는 정책 중 하나가 농산물 가격지지정책이다.


농산물을 시장기구에만 맡겨 놓으면 자칫 생산비조차 보전이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데다,경제개발 초기에 공산물과의 가격차이로 이농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산물 가격지지정책은 말 그대로 농산물 가격을 정부가 일정 수준으로 정해서 그 이하로는 거래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이러한 경우 대개는 지지가격이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될 수 있는 가격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정부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가격보다 시장가격이 높으면 굳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


정부의 개입이 있으면 농산물 생산자들은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물건을 팔 수 있기 때문에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농산물 가격을 시장에서의 균형가격보다 높은 수준에서 지지한다고 해서 농가의 수입이 항상 증가하는 것만은 아니다.


가격이 변하면 수요도 수요곡선을 따라서 변해 시장에서 팔 수 있는 물건의 양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격의 상승과 수요의 감소 중 어느 것이 더 큰 영향을 주는가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커피와 같은 농산물을 시장에 맡겼을 때 100부대가 부대당 100만원에 팔려서 농가의 수입이 1억원이 된다고 하자.그런데 정부에서 커피 가격이 100만원은 너무 낮다고 판단하여 120만원 이하로는 거래되지 않도록 했다고 하자.커피 가격이 10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오르면 수요는 당연히 줄어드는데 그 크기가 문제인 것이다.


수요가 90부대로 줄어들면 농가의 수입은 1억800만원으로 늘겠지만 수요가 80부대로 줄면 농가의 수입은 9600만원으로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


가격변화에 따른 수요변화의 비율,즉 농산물의 수요탄력성에 따라 수입이 늘거나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커피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가격변화에 대응한 수요변화가 민감한,즉 수요탄력성이 큰 농산물의 경우에는 가격지지정책이 오히려 농가 소득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호식품으로 분류되는 농산물은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다른 농산물로의 대체가 쉬운 농산물도 수요탄력성이 크기 때문에 가격지지정책이 소득감소를 초래하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반면 필수재에 해당되는 농산물의 경우에는 가격지지정책이 농가의 소득 보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상품이 쌀이다.


쌀의 경우 가격이 오른다고 해도 수요를 큰 폭으로 줄이기 어렵다.


이처럼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낮은 필수재의 경우 농산물에 대한 가격지지정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농산물 가격지지정책은 소비자보다는 공급자를 중심으로 하는 정책이다.


따라서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시장의 왜곡현상이 나타나며,당연한 결과로 사회적 순후생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정책의 시행을 위해서는 그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할 것이다.


농산물가격의 안정을 이유로 툭하면 외국에서 농산물을 대량으로 들여오고,더구나 세계무역기구(WTO) 출범과 함께 농업에 대한 보호정책이 퇴색한 지금 가격지지정책을 논하는 것 자체가 민망한 현실이 안타깝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tsroh@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