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2005년 9월 21일자 A3면

정부와 여당이 소주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세율 인상을 놓고 이견을 표출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정부는 20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소주와 위스키 등 증류주에 대한 주세율을 현행 72%에서 90%로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주세법 개정안과 LNG 특별소비세를 ㎏당 40원에서 60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특별소비세법 개정안을 각각 의결했다.

이에 맞서 문석호 열린우리당 제3정조위원장은 이날 "여러 차례 밝혔듯이 서민 부담을 증대시키는 소주세율 인상은 안 된다는 것이 여당의 입장"이라며 "국회 심의과정에서 당의 입장이 관철되도록 책임지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세수차질을 우려해 세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서민들의 부담 증가와 반발을 걱정해 '불가(不可)'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하는 분위기이며 여당 역시 국회 심의과정에서 정부안을 '퇴짜 놓겠다'는 강경태세여서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박준동·김인식 기자 jdpower@hankyung.com

====================================================

정국이 때아닌 '소주값' 논쟁으로 시끄럽다.

정부와 여당이 소주세율 인상안을 놓고 정면 충돌하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소주값 논쟁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지금 나라의 살림살이가 어떤지,정치권의 이해관계는 어떤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한마디로 나라살림이 궁색해지자 정부에서는 한 푼이라도 세금을 더 걷으려 하고 있고,정치권은 이를 막으려고 애쓰는 것이다.

물론 정치권의 반대 이유도 여당과 야당이 서로 다르다.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는 모토를 내세우고 있는 야당은 "세율인상은 감세원칙에 어긋난다"며 반대한다.

'효율적인 정부'를 강조하는 여당은 나라 살림규모 확충을 주장하고 있지만,소주의 경우 서민들에게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소주값 인상이 쟁점이 되는 것부터가 표 떨어지는 소리일 수밖에 없는 탓이다.

어쩌다 우리나라가 서민들의 술인 소주세율까지 올려야 할 정도로 세수가 부족해졌는지,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세수 부족사태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세수가 왜 부족해지는가

정부는 해마다 연말이면 다음 연도에 어느정도의 세금을 걷어 어떤 일을 하겠다는 세입·세출 예산안을 작성해 발표한다.

걷힌 세금 범위 안에서 살림을 하면 흑자가 되고 반대면 적자예산이 되는 셈이다.

문제는 최근 몇 년간 적자살림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엔 세수가 목표보다 4조3000억원 부족했고,올해도 4조6000억원가량 모자랄 것이라고 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경기침체다.

경제가 잘 돌아가야 기업이나 개인들이 돈을 많이 벌고 세금도 많이 낸다.

같은 이유로 경제가 나쁘면 세금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와 개인들이 내는 소득세,그리고 기업활동 과정에서 부과되는 부가가치세 등 대부분의 세금이 경기에 민감하다.

환율 하락도 큰 요인이다.

환율이 떨어져 원화 강세가 되면 원화로 계산되는 수입품 가격이 낮아져 이를 기준으로 부과되는 관세나 부가가치세도 줄어들게 된다.

이 부문에서만 올해 3조8000억원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다.

◆세수가 부족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

개인들은 수입이 줄어들면 우선 지출을 줄여야 한다.

그래도 지출하려면 돈을 빌려야 한다.

정부도 똑같다.

세수가 부족하면 당장 예산 집행에 차질을 빚는다.

당초 계획했던 사업들이 취소되거나 지연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작년에는 세수 부족으로 1조3000억원가량의 지방교육양여금 등이 지원되지 못해 지방교육 재정에 압박을 주었다.

더 큰 문제는 세수 부족분을 국채발행을 통해 보충하는 탓에 나라 빚인 국가채무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203조1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6.1% 규모였다.

국가채무는 금년 말 246조원,내년 말에는 279조원에 달해 GDP 대비 비율이 3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적정한 국가채무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30%를 넘으면 그 나라의 재정건전성에 의문을 품게 된다.

국가채무는 미래의 후손들이 이자까지 합쳐 갚아야 할 짐이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세수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내세운 방안은 조세감면제도의 대폭 축소와 세율인상이다.

그동안 세금의 일부를 깎아주던 제도를 없애고,기존 세금을 올린다는 얘기다.

내년 세제 개편안의 골격이기도 하다.

소주세율이나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LNG(액화천연가스) 세율 인상방안도 바로 그런 차원에서 나왔다.

봉급생활자들의 불만을 많이 사고 있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나 부동자금을 유인하기 위해 적립식 펀드에 대한 세제지원을 포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름값이 오르고 있지만 정부가 유류세 인하주장에 끄떡도 하지 않고,수도권 중소기업에 주던 세금감면 혜택까지 폐지하겠다고 나설 정도다.

최근 기업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대폭 강화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처방일 뿐이다.

만성적인 세수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선 세금을 내는 원천인 기업이나 가계가 잘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돈을 많이 벌어야 세금도 많이 낼 수 있는 탓이다.

분배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의 각종 자원을 키울 수 있는 성장을 중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하나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정부가 먼저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다.

쓸데없는 예산낭비를 없애고 불요불급한 사업을 최소화하는 등 정부부문의 예산만 효율적으로 써도 세수가 부족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다.

정부의 인원과 기구에서 군살을 빼고,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중요하다.

육동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