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隆寺.일본 나라현에 있는 유서 깊은 고찰(古刹)로,고구려 승려인 담징의 금당벽화로 더 잘 알려진 곳이다.
扶桑社.얼마 전 역사왜곡 교과서 파문을 일으킨 일본의 극우 성향 출판사.天安門.1989년 중국의 민주화 운동이 분출해 터진 '天安門 사태'로 우리에게 유명한 곳이다.
독음을 달지 않고 한자로만 쓴 데에는 까닭이 있다.
이들은 우리말 속에서 이른바 '방황하는 말들'이라고 할 수 있다.
통일된 표기가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각각을 법륭사,부상사,천안문 정도로 처음엔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르게 읽고 적는 사람도 꽤 있다.
어떤 이는 '호류지,후소샤,톈안먼'이라고 하는가 하면,어떤 이는 '호류사,후소사,톈안문'이라 할 수도 있다.
'호류지-호류사-법륭사''후소샤-후소사-부상사''톈안먼-톈안문-천안문'.이들은 각각 法隆,扶桑,天安이란 고유 명칭에 일반명사인 寺나 社,門 따위가 붙은 꼴이다.
法隆寺만 놓고 보면 '호류지'는 전체를 외래어로 읽은 것이고,'호류사'는 '法隆'만 외래어로,'寺'는 국음으로 읽은 것이다.
'법륭사'는 전체를 국음으로 읽은 것이다.
나머지도 마찬가지다.
단일한 언어체계 안에서 하나의 대상(object)을 두고 이렇게 서로 다른 기호(기표)가 공존하는 것은 우리국어가 풀어야할 숙제 중 하나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방언이라든가,발음상의 차이로 인한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표기 방식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생기는 차이다.
그래서 한자어권의 외래어 표기는 현재 우리 국어가 안고 있는 맹점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엔 '해(海),섬,강,산,호(湖)' 따위가 붙을 때 이의 처리가 언급돼 있다.
가령 '에게해,미시시피강,바이칼호' 같은 게 그런 것이다.
물론 사(社),문(門) 같은 것은 없지만 규범에 모든 것을 다 일일이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머지는 규범의 사례를 살펴 적용하면 될 것이다.
중국의 揚子江을 예로 들어보자.현재 우리 국어에서 가능한 표기는 양쯔장과 양쯔강,그리고 양자강이다.
물론 국음으로 읽은 '양자강'이 전통적인 방식이었다.
그러나 외래어 표기법의 정신을 살리면 지금은 '양쯔강'이 정답이다.
교과서나 사전에도 그렇게 올라있다.
요체는 고유명사를 현지음으로 읽되 보통명사로 구별되는 부분은 떼어내 국음으로 읽는 것이다.
그렇다면 天安門도 톈안먼이나 천안문이 아니라 톈안문이라고 해야 합리적인 표기 방식이 될 것이다.
다른 것도 각각 '호류사''후소사'로 해야 이치에 맞는다.
물론 교과서에서도 '호류사'로 적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론 이같이 분리해서 보는 게 아니라 전체를 하나의 고유명사로 인식하기 쉽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이 만들어진 1986년에 비해 지금의 대중(對中) 관계는 양적,질적으로 비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외래어 표기법에도 한자어권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규정이 시급히 보완돼야 할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부장 hymt4@hankyung.com
扶桑社.얼마 전 역사왜곡 교과서 파문을 일으킨 일본의 극우 성향 출판사.天安門.1989년 중국의 민주화 운동이 분출해 터진 '天安門 사태'로 우리에게 유명한 곳이다.
독음을 달지 않고 한자로만 쓴 데에는 까닭이 있다.
이들은 우리말 속에서 이른바 '방황하는 말들'이라고 할 수 있다.
통일된 표기가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각각을 법륭사,부상사,천안문 정도로 처음엔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르게 읽고 적는 사람도 꽤 있다.
어떤 이는 '호류지,후소샤,톈안먼'이라고 하는가 하면,어떤 이는 '호류사,후소사,톈안문'이라 할 수도 있다.
'호류지-호류사-법륭사''후소샤-후소사-부상사''톈안먼-톈안문-천안문'.이들은 각각 法隆,扶桑,天安이란 고유 명칭에 일반명사인 寺나 社,門 따위가 붙은 꼴이다.
法隆寺만 놓고 보면 '호류지'는 전체를 외래어로 읽은 것이고,'호류사'는 '法隆'만 외래어로,'寺'는 국음으로 읽은 것이다.
'법륭사'는 전체를 국음으로 읽은 것이다.
나머지도 마찬가지다.
단일한 언어체계 안에서 하나의 대상(object)을 두고 이렇게 서로 다른 기호(기표)가 공존하는 것은 우리국어가 풀어야할 숙제 중 하나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방언이라든가,발음상의 차이로 인한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표기 방식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생기는 차이다.
그래서 한자어권의 외래어 표기는 현재 우리 국어가 안고 있는 맹점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엔 '해(海),섬,강,산,호(湖)' 따위가 붙을 때 이의 처리가 언급돼 있다.
가령 '에게해,미시시피강,바이칼호' 같은 게 그런 것이다.
물론 사(社),문(門) 같은 것은 없지만 규범에 모든 것을 다 일일이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머지는 규범의 사례를 살펴 적용하면 될 것이다.
중국의 揚子江을 예로 들어보자.현재 우리 국어에서 가능한 표기는 양쯔장과 양쯔강,그리고 양자강이다.
물론 국음으로 읽은 '양자강'이 전통적인 방식이었다.
그러나 외래어 표기법의 정신을 살리면 지금은 '양쯔강'이 정답이다.
교과서나 사전에도 그렇게 올라있다.
요체는 고유명사를 현지음으로 읽되 보통명사로 구별되는 부분은 떼어내 국음으로 읽는 것이다.
그렇다면 天安門도 톈안먼이나 천안문이 아니라 톈안문이라고 해야 합리적인 표기 방식이 될 것이다.
다른 것도 각각 '호류사''후소사'로 해야 이치에 맞는다.
물론 교과서에서도 '호류사'로 적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론 이같이 분리해서 보는 게 아니라 전체를 하나의 고유명사로 인식하기 쉽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이 만들어진 1986년에 비해 지금의 대중(對中) 관계는 양적,질적으로 비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외래어 표기법에도 한자어권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규정이 시급히 보완돼야 할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부장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