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설명했던 비대칭 정보의 문제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자.앞에서 설명한 것은 정보의 불균형 때문에 거래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상대 혹은 물건을 거래해야 하는 역선택에 관한 것이었다.

정보의 불균형 때문에 발생하는 또 다른 대표적인 문제로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들 수 있다.

도덕적 해이는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거래당사자가 의도적으로 효율적인 경제행위를 도외시함으로써 사회 전체적으로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도덕적 해이의 대표적인 사례로 화재보험의 경우를 들 수 있다.

A씨는 자동차를 사서 몰고 다닌다.

그런데 A씨가 자동차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물론 책임보험은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돼 있지만)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자신의 손해는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방의 손실까지도 보상해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된다.

따라서 A씨는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극도로 조심하게 될 것이고 교통사고의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다.

그런데 A씨가 자동차보험에 가입했다고 치자.그렇게 되면 A씨는 사고가 나도 보험사에서 처리해줄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덜 조심하게 되고,사고의 가능성은 훨씬 더 높아진다.

이런 연유로 해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에 가입한 A씨는 손실을 보지 않겠지만 보험회사는 사고 처리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손실을 보게 되고 따라서 사회 전체적으로 손실이 발생한다.

다시 말해 A씨가 부주의한 탓으로 사회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문제는 A씨가 부주의하게 운전함으로써 사고가 발생하고,이로 인해 보험사에 손실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A씨가 최선을 다해 주의를 기울였는지를 보험사 입장에서는 알 길이 없다는 점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정보의 불균형이 존재하는 것이다.

즉 보험 가입자는 자신의 경제적 행위에 대한 정보(충분히 주의를 기울였는지 여부)를 알고 있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그에 관한 정보가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 보험사가 자신의 경제적 행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을 악용(?)해 상대에게 손실을 끼쳤으므로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도덕적 해이는 그 밖에도 금융회사와 대출자 간에도 발생할 수 있다.

대출을 해주는 금융회사는 대출을 받아 가는 기업이 얼마나 재무 상태가 좋은지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가질 수 없고,또한 대출해간 돈을 어떻게 쓰는지 일일이 감시하기 어렵다.

부도가 날 것이 뻔한 기업이 속사정을 잘 모르는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손실을 끼친다면 이 역시 도덕적 해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는 정보의 불균형을 없애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보험사에서 가입자를 일일이 따라다니면서 정말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지 감시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대체로 엄청난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경제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은행의 예에서 대출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 등은 여기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도덕적 해이는 또한 부분보험 등의 유인책(incentives)을 제공함으로써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정 금액 이하의 수리비가 나오는 사고에 대해서는 보험 가입자가 전적으로 부담하도록 하거나 수리비 가운데 보험사가 일정 부분만,예를 들어 70% 정도를 보험으로 처리해 주는 것 등이다.

이렇게 하면 보험 가입자가 사고를 냈을 경우 본인 부담도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더 조심스럽게 운전을 할 것이고,따라서 도덕적 해이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부분 보험 같은 유인책은 도덕적 해이의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할 수는 없다.

우리는 흔히 사회적으로 도덕성이 결여된 행위(그것이 경제적 행위이건,아니건)가 발생하면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등의 말을 사용하는데 도덕적 해이는 비대칭 정보의 문제가 개재된 경제적 용어임을 생각하고 용어를 보다 신중하게 선택해 사용할 필요가 있다.

노택선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tsroh@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