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고전읽기] 열린사회와 그 적들

Open Society and Its Enemies / 칼 R.포퍼(Karl popper)



◆반증 가능성의 원리-인간은 모두 틀릴 수 있다



포퍼의 출발점은 어찌 보면 매우 단순하다.


"절대적으로 옳은 이론이나 완벽한 이념적 모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포퍼에 의하면 '보다 나은 진리'를 찾아가는 것이지 완전한 사회,완벽한 이념,절대 진리는 없다.


포퍼는 진정한 과학과 사이비 과학은 "어떤 이론이 진리가 아닐 가능성을 열어 놓았는가"에 의해 구분된다고 주장했다.


진리가 아닐 가능성,즉 반증가능성을 열어놓은 이론만이 진정한 과학적 지식일 뿐이라는 것이다.


포퍼는 이러한 자신의 과학철학적 입장을 인류의 역사에서 허다하게 반복되어 온 히틀러 스탈린 등 전체주의적 사회와 공산주의를 공격하는 데 바쳤다.



◆진리를 향해 가기 위한 전제조건-열린 사회



"역사는 열린 사회와 닫힌 사회의 투쟁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열린 사회란 사회과학 방법론에서 말하는 '방법론적 개인주의'에 입각한 사회를 말하는데,전체주의에 대립되는 개인주의 사회이며 사회 전체의 급진적인 개혁보다는 점진적이고 부분적인 개혁을 시도하는 점진주의 사회다.


이에 반하여 닫힌 사회란 불변적인 금기나 마술이 지배하는 원시적인 부족 사회다.


닫힌 사회의 특징은 국가가 시민 생활의 전체를 규제하려 든다는 점이다.


모든 규범은 자연의 법칙과 같이 불변적인 것으로 간주되며 개인은 판단을 내릴 수 없고 국가만이 개인의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해 판단을 대신하는 사회다.


이와 반대로 열린 사회는 행위의 규범이 고정 불변한 것으로 간주된다.


열린 사회에서는 개인들이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독자적인 결단을 내린다."



이 책의 핵심은 위에 인용한 '열린 사회'의 개념이다.


열린 사회란 전체주의에 대립되는 개인주의 사회이며,사회 전체의 급진적인 개혁보다는 점진적이고 부분적인 개혁을 시도하는 점진주의 사회다.


비판하고 반박할 수 없는 사회라면 그것은 닫힌 사회일 수밖에 없다.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인류의 오류들



문제는 이토록 당연해 보이는 '열린 사회'라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너무도 부당해 보이는 '닫힌 사회'라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매료되고 빨려든다는 것이다.


닫힌 사회는 주자학적 세계관이 절대가치로 군림했던 조선시대적 공동체만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를 의미하기도 한다.


오스트리아 출신 유태인이었던 포퍼는 개인이 완전히 무너진 전체주의 사회를 경험했다.


인류 역사상 최대 비극이라 말하는 나치시대를 겪었던 것이다.


포퍼는 전체주의야말로 열린 사회를 위협하는 '적(敵)'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전체주의적 사고를 뒷받침해 주는 공통적인 특징을 역사주의라고 보았다.


그에 의하면 역사주의란 '역사적 예측을 사회과학의 기본적인 목적이라 생각하고,역사는 이러저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닫힌 방법론'을 의미한다.


그리고 플라톤과 헤겔,마르크스주의자 등은 이러한 역사주의를 갖고 있었던 대표적인 존재였다고 바라본다.


이들은 모두 유토피아를 제시하는 것을 통해 자신들의 미래 예측을 뒷받침했던 사람들이다.


포퍼는 바로 그런 이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대중은 자연스럽게 절대권력자에게 순종하게 되고 어처구니 없게도 독재 권력의 탄생을 용인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물론 플라톤과 마르크스주의자들만이 포퍼의 비판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한대로 자유를 요구하는 자유방임 역시 이데올로기로 작동할 수 있다.


이것은 '자유의 역설'이다.



"자유에 아무런 제약이 없을 때 자유는 자멸한다.


아무 제약이 없는 자유는 강자가 약자를 협박하여 그의 자유를 강탈할 자유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모든 사람의 자유가 법의 보호 아래 있도록 하기 위한 범위 안에서 국가가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다."



자유는 국가에 의해 보호되지 않는 한 유지될 수 없으며,국가에 의해 보호되는 만큼 동시에 제한될 수밖에 없고,따라서 우리에게는 국가의 권력 오용을 막을 자유가 필요하고,자유의 오용을 막을 국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포퍼의 대안-점진적 사회공학



포퍼는 완전한 사회란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완전한 사회를 혁명과 같은 수단을 동원하여 단번에 이룩할 수 있다는 생각이 세계를 더욱 위험하게 만든다.


포퍼에게 있어 이상적 사회란 상호비판과 토론 속에서 서로의 오류를 교정해가는 그런 사회다.


포퍼는 그러한 자신의 방법을 '점진적 사회공학'(piecemeal social-engineering)이라 불렀다.


"점진적 방법에 찬성하는 점진적 공학자는 어떤 이상을 확립하기 위한 투쟁보다는 고통과 부정 그리고 전쟁에 대항하는 체계적인 투쟁이 수많은 사람들의 찬성과 동의에 의해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사회생활이란 너무 복잡하므로 전체적 규모의 사회공학을 위한 청사진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도,어쩌면 전혀 그 누구도 판단할 수 없다.


말하자면 그것이 실현 가능한지 아닌지,그것이 사실상의 향상을 가져오는 것인지 아닌지,그 청사진을 실현하는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없다.


이것과는 반대로 점진적 공학을 위한 청사진은 비교적 간단하다.


예컨대 그것은 건강,실직보험,중재재판과 불경기 대책 예산,교육개혁과 같은 단일 제도들에 대한 청사진들이다.


그 청사진들이 악용된다 해도 손해는 그리 크지 않으며 재조정도 크게 어렵지 않다."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은 전체주의에 대한 가장 철저한 문제제기이자,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옹호다.


포퍼가 상정했던 '열린 사회'는 사회 구성원들이 평등하고 자유로운 상태에서 사회를 개선(혁명이 아닌)하려는 노력에 동등하게 참여하는 사회일 것이다.


< 이아람 초암논술아카데미 논술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