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이념으로 편을 갈랐던 냉전시대는 이제 석유 수자원 광물 목재 등 자원확보를 위한 쟁탈전으로 바뀌고 있다.

석유의 보고인 카스피해를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은 국제 언론을 통해 민족적·종교적 차이에 따른 갈등 때문인 것으로 묘사되고 있으나,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자원의 소유와 개발권'에 관한 정부 간,혹은 정부와 원주민 간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군사전문가 마이클 클레어는 실제로 최근 발간된 '자원의 지배'라는 책에서 "미래의 전쟁은 점차 고갈되고 있는 천연자원에 대한 다툼에서 비롯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세계는 지금 자원전쟁 중

에너지 자원을 둘러싼 국가 간 분쟁은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 전쟁을 벌이는 주된 이유는 석유 수송로 확보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아프가니스탄 인근 카스피해 지역에는 미군에 의해 확인된 석유 매장량만 약 165억배럴에 달한다.

러시아 정부가 체첸 독립을 저지하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페르시아만 다음으로 석유가 많이 매장된 카스피해 지역에 대한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게 국제문제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중국과 일본이 남중국해에서 치열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실상은 바다 밑 땅 속에 매장된 석유가 핵심 원인이다.

걸프만-말라카해협-동중국해로 이어지는 남사(南沙)군도에서는 현재 중국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의 유전확보 분쟁이 첨예하다.

동티모르 해상 역시 2002년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한 동티모르와 호주가 천연가스전 소유권을 둘러싸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 밖에 북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은 수(水)자원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서로 갈등을 빚고 있으며 앙골라와 시에라리온의 다이아몬드,라이베리아의 목재,파푸아뉴기니의 구리를 둘러싼 유혈사태는 끊이질 않고 있다.

◆에너지 확보가 외교정책 최대 과제

부족한 자원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외교전도 치열하다.

미국은 이미 조지 W 부시 대통령 집권 초 '국가 에너지 정책 개발그룹'을 구성,'국가 에너지정책'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는 에너지 안전보장을 외교통상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상정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미국·카자흐스탄,미국·러시아 간 석유 및 천연가스에 관한 동맹관계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은 종합상사 등 민간기업을 총동원해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지역에 대규모 경제지원을 해주는 대신 천연자원 독점 개발권을 해당국 정부로부터 사들이고 있다.

이른바 '친디아(Chindia)'로 불리며 세계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의 에너지 외교도 활발하다.

두 나라는 중동 및 중앙아시아의 산유국들에 손을 내밀며 자원 전쟁에서 공동전선을 구축해가고 있다.

두 나라는 최근 해외 자원개발을 위해 공동전선을 형성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까지 교환했다.

국경 분쟁으로 전쟁까지 치르며 '앙숙(怏宿)'이었던 두 나라가 이제는 자원확보를 위해 손까지 잡은 것이다.

◆원자력·바이오 에너지 각광

세계 각국은 석유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대체 에너지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덕분에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사고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원자력 발전이 새삼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미 상원은 지난 6월 원전 건설 지원책을 담은 에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럽에선 핀란드가 TVO란 컨소시엄을 만들어 미주 대륙과 유럽을 통틀어 10년 만에 처음으로 원전 건립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 의회도 새 원전 건립을 최근 승인했다.

동물의 배설물이나 옥수수 사탕수수 감자 등을 화학적으로 재처리해 만든 에탄올 바이오디젤 등 바이오 에너지도 석유를 대체하는 새 에너지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바이오 에너지란 '바이오매스(Biomass·생물체)'를 연료로 활용해 만든 에너지로,물과 온도 등 조건만 맞으면 어느 곳에서나 얻을 수 있는 데다 저장과 재생도 간편해 선진국에서는 최신 대체 에너지로 인기가 높다.

실제로 미국 유럽연합(EU) 브라질 중국 등에서는 생물이 썩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나 에탄올,알코올 등을 난방용 가스나 자동차 연료로 직접 사용하고 있으며,세제혜택이나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환경오염이 적은 바이오 에너지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유영석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yoo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