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시장의 원리는 주로 완전경쟁시장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완전경쟁시장에서는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수급량과 가격이 결정되고,이 때 자원이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다는 이른바 가격기구의 작동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이 완전경쟁시장은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비현실적 가정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정보의 완벽성에 관한 가정이다.

완전경쟁시장에서 공급자나 수요자는 서로 상대방에 대해,그리고 거래의 대상이 되는 재화나 서비스에 대해 모든 정보를 완벽하게 알고 있다고 가정한다.

어디에 가면 어떤 가격에 어떤 품질의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그리고 시장에서 사람들은 얼마에 어떤 물건을 어느 정도의 규모로 구입할 의사가 있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이나 하겠는가?

현실에 있어 재화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사람과 구매하는 사람 사이에 그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훨씬 더 일반적일 텐데,이러한 정보의 차이를 비대칭 정보(asymmetric information)라고 한다.

비대칭 정보가 존재하면 경제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역선택(adverse selection)과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다.

역선택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할 때 원하지 않는 재화나 서비스를 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말한다.

역선택과 관련해 가장 유명한 사례인 중고차시장의 예를 들어보자.중고차를 사려는 사람이 차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것은 엔진의 상태일 것이다.

그러나 차의 겉모습만 보고는 엔진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반면 차를 팔려는 사람은 그동안 차가 어떻게 운행되었는지,사고가 났었는지를 잘 알기 때문에 엔진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즉 차를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 사이에서 차에 대한 정보가 차이가 나는 것이다.

여기서 차를 사려는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물론 차를 사려는 사람은 돈을 더 주더라도 좋은 차를 사기를 원할 것이다.

문제는 차가 좋은지에 관한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만일 차가 좋다면 500만원까지 지급할 용의가 있고,그렇지 않다면 300만원 이상 지급할 생각이 없다고 하자.

구매자가 차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그는 확률적으로 좋은 차일 가능성과 그렇지 않을 가능성을 반반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가 지불하고자 하는 차의 가격은 최고 400만원이 된다.(500만원X0.5+300만원X0.5) 그러니 500만원에 나와 있는 차는 지불의사의 최고금액을 벗어나므로 살 수 없고,결국 300만원짜리 차를 사게 되는 것이다.

차를 사려는 사람은 500만원짜리를 사고 싶었지만 정보가 부족한 관계로 실제로는 300만원짜리 차를 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원하지 않는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말이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역선택의 예는 무수히 많다.

생명보험회사는 건강한 사람이 보험에 많이 가입하길 원하지만 병약한 사람이 보험에 많이 가입하게 되는 것이라든지,기업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지원자들의 특성을 잘 모르기 때문에 중간 정도의 임금을 제시하면 우수한 사람은 구직을 포기하게 되므로 열등한 지원자를 채용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 등이다.

흔히 역선택의 문제는 재화나 서비스의 특성이 감춰진 경우(hidden characteristics)에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역선택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이 좋은 물건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신호를 붙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고차를 파는 사람이 1년 이내에 차에 문제가 생기면 무상 수리를 해주겠다는 보증수리를 약속하는 것이다.

그러면 차를 사려는 사람이 '아! 정말 이 차는 엔진상태가 양호한 차인가 보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사원을 채용하면서 여러 가지 시험에 다양한 방법의 면접을 보는 것은 감춰진 특성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tsroh@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