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9월 1일자 A21면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방폐장) 유치전이 경주시·군산시·포항시·영덕군 등이 경합하는 4파전 양상을 띠게 됐다.


산업자원부는 지난달 31일 방폐장 유치 신청을 마감한 결과 최종적으로 이들 4개 지방자치단체가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간 유치를 준비해 왔던 삼척시와 울진군은 지방의회의 동의를 얻는 데 실패,신청서를 내지 못했다.


부안군도 찬반 양론이 팽팽한 가운데 지자체가 신청서를 냈으나 지방의회의 동의가 빠져 있어 산자부가 접수하지 않았다.


산자부는 9월1일부터 14일까지 4개 지자체가 부지 후보로 적어낸 곳에 대해 부지로 적합한지를 최종 평가한다.


부지로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오면 산자부는 15일 각 지자체에 주민투표를 요구한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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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발전소 폐기물 처리장 4개지역서 신청했는데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쓰레기를 만들어낸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쓰레기의 양도 많아졌고,사람들에게 쓰레기를 처리해야 할 의무도 커져갔다.


쓰레기 처리 문제는 이제 어느 나라에서건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가 됐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도 그 가운데 하나다.


방사성 폐기물의 경우 인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처리장 건설을 둘러싼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19년 동안 방폐장 건설 시도 좌절


우리나라에서는 1978년부터 원자력발전소가 가동에 들어가면서 방사성 폐기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당초에는 방사성 폐기물이 쌓이면 그 때 가서 처분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이었다.


우선 임시로 저장고를 건설해 폐기물을 보관해 오던 중 80년대 중반 원자력 발전소의 잇단 건설로 방사성 폐기물이 늘어나면서 정부가 처분장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비정부기구(NGO)인 환경운동연합이 반핵을 기치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방폐장) 확보 사업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말았다.


환경운동연합은 "핵폐기장 유치는 죽음의 땅으로 전락하는 것"이라며 "핵 아닌 대체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반핵 분위기를 타고 지난 86년에 최초의 방폐장 후보지로 선정된 충남 안면도가 부적격 논란에 휩싸이면서 무산된 이래 영광·울진·굴업도·부안 등이 잇따라 그 대상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특히 군수와 주민들이 폭력으로 충돌한 부안 사태는 방폐장 건설사업 추진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 사례로 꼽힌다.


결국 지난 19년 동안 이곳 저곳을 후보지로 검토했지만 방폐장을 건설하는 데 실패하고 만 것이다.


◆중·저준위 폐기물 2008년부터 포화


방폐장 건설이 무산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쌓여 가는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임시 저장고를 계속 세웠다.


지난 87년 이후 고리 원자력발전소 및 울진 영광 원자력발전소에 모두 6동의 방사성 폐기물 임시 저장고를 신축했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 원전 20기에서 나오는 중·저준위 폐기물이 2008년부터 포화상태에 이른다는 점이다.


울진 원전의 경우 이미 쌓여있는 폐기물 1만3000드럼에다 한햇동안 1200드럼 이상이 추가로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2008년 말께는 저장능력(1만7400드럼)을 넘어서게 된다.


월성 원전도 2009년이면 가득 차게 된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임시 저장고를 또다시 짓거나 아니면 방폐장을 건설하는 것이다.


그러나 임시 저장고의 폐기물은 언젠가는 방폐장으로 옮기지 않으면 안 된다.


한마디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결국 방폐장 건설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방폐장을 확보하는 데는 건설에 소요되는 1년 반에다 환경성 검토 등 각종 절차를 밟는 데 걸리는 기간을 포함해 최소한 3년 정도가 필요하다.


2008년에 임시 저장소가 포화 상태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 당장 건설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다.


◆이번에는 방폐장을 건설할 수 있을까


지난 8월31일 마감된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 신청에 경북 경주시,포항시,영덕군과 전북 군산시 등 네 곳이 도전했다.


그동안 주민이나 지방자치단체의 반대로 부지 선정이 좌절돼 왔음을 감안할 때 4개 시·군이 경쟁에 나선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여러 지자체들이 경합할 정도로 상황이 바뀐 데에는 정부가 후보지를 선정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던 과거와는 달리 지역주민 합의라는 민주적 절차를 강화한 것이 한몫 했다.


이번에 선정되는 곳에는 3000억원의 특별지원금과 연간 85억원 수준의 반입 수수료 지원,한국수력원자력의 본사 이전 등 강력한 지원책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만큼은 방폐장 건설이라는 숙원을 달성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가 주민의 찬성률을 높이려고 중앙 정부가 주는 경제적 '당근'만을 과도하게 홍보하거나 관권 개입을 꾀할 경우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후보지 인근 지역의 반발과 환경단체의 반대 운동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는 11월로 예정돼 있는 방폐장 후보지 선정 결과가 주목된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 용어 풀이 >


◆방사성 폐기물=원자력시설이나 방사성물질을 다루는 작업장과 실험실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말한다. 방사선 발생 정도를 나타내는 방사능 농도에 따라 저·중·고준위로 나뉘어진다. 그 기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권고사항을 바탕으로 하며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사용 후 핵연료를 재활용하기 위해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고방사능 폐기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용 후 연료 자체도 재활용하기 전까지는 고준위로 분류한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원자력발전소나 방사성 물질을 다루는 병원,공장,연구소 등에서 나오는 폐기물이다. 방사선 작업시 사용한 작업복과 장갑,교체 부품 등으로 방사능 강도가 고준위 폐기물의 100억분의 1~100만분의 1 수준이다.


◆님비(NIMBY)=방사성 폐기물처리장 등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시설의 건설을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는 것이다. Not in my back yard의 머리 글자에서 따온 것.


◆핌피(PIMFY)=지역 발전에 이득이 되는 시설을 적극 유치하려는 현상이다. Please,in my front yard의 머리 글자에서 따온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