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쌀 소비량이 계속 감소하는 가운데 외국쌀 수입은 거꾸로 늘려야만 하는 상황에 대해 한국경제신문 1년차인 안정락 기자가 쓴 글입니다.

쌀시장 개방의 불가피함과 농업경쟁력 강화 필요성,국회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 등에 대한 글로 독자 여러분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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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플러스

-국내 쌀값을 높게 유지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이득인가

-시장개방 이후 농민 소득을 보전할 수 있는 대책의 타당성

-농업 지원 예산의 효율성

-효과적인 농업 구조조정 방향

-농업 이외의 농촌발전 정책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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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추석이다.

각종 햇과일이 나오고,들녘은 이미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햅쌀로 지은 밥이 식탁에 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올해는 곡식 작황이 좋아 생산량도 많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추석을 맞는 농부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쌀 소비량이 해마다 급격히 줄어 재고가 늘어나면서 쌀값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5일 근무제 확대와 수입 쌀 시판이 눈앞에 다가와 있는 시점이라 국내 쌀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쌀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나 쌀 시장 개방 모두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국내 농가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대안 마련과 미래에 대한 준비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2000년 93.6kg이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01년 88.9kg으로 감소하는 등 해마다 뚝뚝 떨어져 2004년에는 82kg으로 줄어들었다.

올해는 79kg 정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우리 국민 한 사람이 1년에 한 가마의 쌀도 먹지 않는다는 말이다.

국민 식생활 변화와 주5일 근무제 확대 등이 쌀 소비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햅쌀은 제쳐두고 재고마저 넘치는 상황이다.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각 지역의 미곡종합처리장(RPC)에는 작년 쌀을 지금껏 처분하지 못해 쌓아놓고 있는 곳이 많다.

경기도만 해도 지난 7월 말까지 RPC의 벼 재고량은 무려 4만153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3495t)에 비해 20%가량 늘어나 있다.

작년에 비해 4~5배나 재고량이 늘어난 곳도 허다한 실정이다.

국회 비준을 기다리고 있는 쌀 개방협상안이 통과되면 수입 쌀까지 속속 시중에 나올 예정이다.

협상안에 따르면 올해는 국내 전체 쌀 소비량(1988~1990년 기준)의 4.4%인 22만5500t이 수입돼 이 중 10%가량인 2만2600t이 팔려야 하는데,이 물량은 어차피 올해 처리가 힘들기 때문에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수입물량과 시판물량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나 2014년에는 40만9000t이 수입되고 이 중 30%인 12만3000t이 시중에 풀려나올 예정이다.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정부는 쌀 협상 비준안을 조속히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차일피일 비준안 처리를 늦추기만 하다가는 나중에 한꺼번에 사들여야 하는 등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쌀 시장 개방에 대해 농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쌀 시장 개방은 1995년 발효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때부터 예고된 것이고,지난해 협상 결과 얻어낸 '10년간 개방 유예' 조항은 어느 정도 농민들의 주장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마냥 비준안을 미루고 있을 수도 없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어느 정도의 쌀 생산량을 유지해 나갈 필요성은 있지만,무턱대고 국내 쌀만을 계속해서 보호하기에는 국제적 명분도 부족하다.

농민단체들도 이제는 정부의 지원만을 요구할 게 아니라 앞으로 남은 10년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책임있는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내 쌀 생산이 구조적인 과잉 상태인 지금,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쌀값 폭락을 부추기고 10년 뒤 쌀 관세화로 갈 때 감당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길 것이 뻔하다.

또한 쌀 협상은 국제사회와의 약속이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 신뢰도가 하락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농민들도 대규모·기계화 영농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친환경 특화 상표 등으로 차별화 전략을 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국가 안위에 문제가 되지 않는 최소한의 선에서 쌀의 공급과 수요를 맞춰 나가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농협중앙회의 한 관계자도 "쌀값 문제 해결을 위해선 쌀 생산량을 조절하는 것 외엔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안정락 한국경제신문 생활경제부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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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R에서 완전개방 대신 의무수입 선택..국내 소비량 4%이상 무조건 사들여야 ]

우리나라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 따라 '쌀 관세화'(높은 관세를 매기는 조건으로 수입을 전면 개방하는 것)를 유예하는 대신 1995년부터 국내 쌀 소비량의 1%에 해당하는 물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기 시작해 2004년에는 4%로 수입량을 늘렸다.

전면 개방을 안 하는 대신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일정한 물량(의무수입 물량)을 국제시장에서 무조건 사야 한다는 조건이었던 것이다.

이 의무수입 기간이 끝나면서 작년 말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등 9개 쌀 협상 대상국과 다시 관세화 유예 협상을 벌여 앞으로 10년간 쌀 전면 수입(관세화)을 다시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의무적으로 사들여야 하는 수입 물량은 2005년에는 국내 쌀 소비량(1988~1990년 기준)의 4.4%에서 2014년에는 7.96%까지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쌀을 수입하는 방식은 전량 국영 무역체제를 유지하지만 2005년부터는 수입 물량의 10%를 쌀밥용으로 시판하고 6년차인 2010년에는 이를 30%까지 늘리되,이 비율을 수입을 완전 자유화하는 2014년까지 적용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는 관세화 유예 기간 중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관세화로 전환할 수 있으며,관세화 유예 이행 5년차인 2009년에는 이행 상황 중간점검을 받기로 했다.

의무수입 물량의 배분은 2001~2003년 수입 실적대로 중국 56.7%(11만6159t) 미국 24.4%(5만76t) 태국 14.6%(2만9963t) 호주 4.4%(9030t)를 각각 배정하고,나머지 증량분은 최혜국대우(MFN)를 토대로 공개 입찰하는 방식으로 배분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쌀 협상 최종 결과를 토대로 한 이행계획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했고,조만간 국회 비준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