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성장률 3.3% 기록했는데 ‥ 실질총소득은 0.2% 증가 그쳐

→한국경제신문 2005.7.27일자 A3면


점진적인 경기회복 조짐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5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에 따르면 경제성장률은 3.3%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으나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1년 전에 비해 0.2% 증가하는데 그쳤다.


2000년 4분기(0.2%)를 제외할 경우 지난 98년 4분기(-4.8%) 이후 4년6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GDI 증가율이 낮아진 것은 고유가와 원화가치 상승,반도체가격 하락 등으로 교역 조건이 악화돼 2분기 중 실질 무역손실 규모가 사상 최대인 10조5249억원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GDI 증가율이 떨어지면 실질 구매력이 약해져 체감 경기가 악화한다.


이로 인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여부도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전기대비 성장률(1.2%)만을 놓고 볼 때는 재정 확대 필요성이 낮아졌지만 체감경기 측면에서는 오히려 추경 편성을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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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 경제가 지난 2.4분기에도 회복되지 않고 경제성장률이 3%대 초반에 머물렀다는 한국은행의 발표 기사다.


내용을 살펴보면 1.4분기(2.7%)보다 성장률이 약간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고,특히 수출보다 내수증가가 경제성장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다.


극심한 경기침체의 원인이었던 국내소비가 다소나마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민들의 생활수준과 직결되는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이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경제성장률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실속없는 성장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가.


한마디로 교역조건(Terms of Trade)이 악화된 탓이다.


우리 경제가 2.4분기 중에 벌어들인 소득은 3%가 넘게 늘어났는데도 수입가격이 올라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외국상품의 수량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우리가 물건을 사고 팔 때 가급적 싼 값으로 사고,팔 때는 비싼 값을 받으려 한다.


국가의 거래도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현실이 우리가 소망하는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비싼 값에 사다 쓰고(수입하고) 싼 값에 파는(수출하는) 경우도 생긴다.


우리가 많이 사다 쓰는 원자재 값이 폭등하는 경우도 있고,반대로 우리가 많이 생산해서 파는 상품의 국제가격이 폭락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경우에는 수출을 많이 할수록 손해볼 수 있다.


우리의 무역이 종전보다 유리해졌는지 아니면 불리해졌는지를 따져보기 위해 작성하는 것이 바로 교역조건(지수)이다.


수출상품과 수입상품의 가격비율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따져보는 것인데 이를 '순상품 교역조건지수'라고 한다.


순상품 교역조건지수는 수출단가지수를 수입단가지수로 나눈 뒤 100을 곱하면 된다.


이 지수가 높아지면 교역조건이 비교 시점보다 개선된 것이고,낮아지면 악화된 것을 뜻한다.


예컨대 교역조건지수가 100에서 110으로 높아졌다면,100개의 수출품으로 예전에 100개의 수입품을 들여올 수 있던 것이 이제는 110개를 수입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반대로 교역조건지수가 90으로 떨어지면 수입할 수 있는 물건이 100개에서 90개로 줄어 국민의 실질소득이 감소하게 된다.


순상품 교역조건지수가 높아지려면 수출단가의 상승폭이 수입단가의 상승폭보다 크거나,수출단가의 하락폭이 수입단가의 하락폭보다 작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근래 들어 수출단가의 상승폭보다 수입단가의 상승폭이 훨씬 크다.


우리가 수출하는 공산품가격은 별로 오르지 않는 반면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때문이다.


순상품 교역조건은 그러나 수출입의 가격변동만 고려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무역이득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수출가격이 수입가격보다 더 떨어지더라도 수출물량이 늘어나면 국가 전체로는 무역이득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순상품 교역조건이 악화되더라도 수출물량 증가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면 국민소득은 늘어난다.


이를 가늠해 보는 것이 바로 '소득 교역조건지수'다.


수출입 물량의 변화까지 감안한 것으로 순상품 교역조건지수(수출단가지수/수입단가지수)에 수출물량지수를 곱해 산출한다.


해외에 내다파는 물건 값은 하락(순상품 교역조건 악화)했더라도 더 많이 팔아서 이득이 늘어난다면 외국상품을 더 많이 살수 있다.


-외국과의 교역에서 가격조건이 나빠졌다고 해서 꼭 우리에게 불리한 것인가.


생글생글 독자 여러분은 이 글을 읽고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상품의 수출가격이 떨어졌다고 해도 예전보다 더 많은 수량을 수출할 수 있다면 전체 이득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두기 바란다.


이계민 한국경제신문 주필 le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