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2005년 7월5일자
미국 달러화 강세의 여파로 지난 6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049억9000만달러로 5월 말에 비해 11억1000만달러 감소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환보유액이 감소세를 보인 것은 달러화 강세로 유로화,엔화 표시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이 크게 줄어든데다 한은이 국민연금과 맺은 통화스와프 계약으로 보유액 일부가 대출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외환위기를 맞은 97년 12월18일 39억4000만달러를 바닥으로 2003년 11월 1500억달러를 넘어섰고,2005년 2월 말 2021억6000만달러를 기록해 2000억달러를 넘었다.
올 들어서는 지난 3월 말 2054억5000만달러,4월 말 2063억8000만달러로 증가세를 이어오다 5월 말 2061억달러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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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얼마 정도의 돈을 언제든지 쓸 수 있는 현금과 같은 형태로 갖고 있으려 한다.
언제,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일종의 비상금인 셈이다.
기업이나 국가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은 원자재 구매나 임금 지급 등의 일상적인 지출 이외에도 부채상환 등 여러 가지 갑작스런 자금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적절한 규모의 돈을 즉시 현금화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아무리 돈이 많은 회사라도 그 돈이 부동산 등에 투자돼 있거나 남에게 빌려준 상태로 있어 갑자기 돈이 필요할 때 쓸 수 없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예컨대 부채를 갚아야 하는데 당장 동원할 돈이 없어 갚지 못하면 부도가 난다.
이런 경우를 흑자도산이라고 말한다.
국가의 경우도 다를 게 없다.
수출입 등 국제거래를 하다 보면 비상적인 자금수요가 생기게 되고,또 외채 상환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적절한 규모의 외환을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만약 외국에서 빌려쓴 돈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제 때에 갚지 못하면 국가도 부도가 나는 것이다.
그 돈은 정부가 갚아야 할 돈이건,기업이 갚아야 할 돈이건,개인들이 빌려 쓴 돈이건 상관없다.
대외적으로는 국가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IMF사태'라고 부르는 1997년 말의 외환위기가 바로 외국인들에게 빌렸던 돈을 제대로 갚지 못해서 생긴 것이다.
정상적으로 외환시장이 가동되고 있는데도 기업이나 개인이 파산해 외국인에게 돈을 갚지 못하는 경우는 국가부도가 아니다.
어쨌든 국가가 다급한 자금 수요에 대비해 항상 여유자금으로 가지고 있는 외국 돈,즉 외환의 규모를 외환보유액 또는 외환보유고라고 부른다.
한 나라의 통화당국,즉 정부와 중앙은행이 대외지급 준비용으로 갖고 있는 외화자산만을 계산해서 외환보유액이라고 말한다.
여기에는 외화자산뿐만 아니라 정부와 중앙은행이 해외 또는 국내에 가지고 있는 금(金)도 포함된다.
IMF사태 당시 국민들이 '금 모으기 운동'에 나섰던 것은 바로 금이 외환보유액으로 계산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민간은행이나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 외환보유액 계산에 넣지 않는다.
아무리 다급하더라도 정부나 중앙은행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우리가 끌어 안고 있는 외환보유액이 우리 경제규모나 대외거래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외환보유액이 어느 정도가 적정수준인가에 대해서는 보는 관점에 따라 논란이 많다.
흔히 적정 외환보유액을 연간 해외수입액의 30%,즉 3~4개월분의 수입액으로 보는 것이 전통적인 해석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외국에서 빌린 빚 가운데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외채를 더해 계산하는 전문가들도 있고,경우에 따라서는 외국인들이 국내주식 투자를 위해 들여온 돈의 규모까지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포함시켜 계산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선 연간 총수입액의 30% 정도를 본다면 지난해의 총수입액이 2200여억달러를 약간 상회하였으므로 일단 30% 수준인 약 73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이면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단기외채를 포함시킬 경우 총외채 1866억달러 가운데 약 36.7%(2005년 3월 말 기준)가 단기외채이기 때문에 적정외환보유액은 684억달러가 추가된다.
이를 합치면 적정 외환보유액은 1400여억달러면 충분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외환보유액이 대외거래 규모에 비하면 다소 많은 것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죠? 얼마의 외환보유액이 적정한 수준인지에 대해서 친구들과 얘기해보세요.
이계민 한국경제신문 주필 le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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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으면 좋지만 기회비용도 생각해야 ]
외환보유액이 대외지급준비금,즉 비상금의 성격을 갖고 있는 점을 감안해 보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볼 수도 있다.
그만큼 대외신용도를 높일 수 있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필요 이상의 외국돈을 수중에 쥐고 있는 것은 그 돈을 국내외의 자산에 투자해서 돈을 더 벌어들일 수 있는 기회를 잃고 있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그만큼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기회비용(이 말의 의미를 반드시 찾아보세요!)이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외환보유액 가운데 200억달러 정도를 떼어내 이 돈을 밑천으로 국내 외 금융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기로 했다.
지난 7월1일 발족한 한국투자공사(KIC)가 그 일을 하는 회사다.
그렇게 하면 국내의 금융상품시장이 활기를 띠고,국제금융중심지로 발돋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부수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게 정부측 주장이다.
외환위기를 맞은 지 6년여 만에 과다 외환보유액을 걱정해야 하는 행복한 고민이 결코 나쁜 건 아닌 것 같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미국 달러화 강세의 여파로 지난 6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049억9000만달러로 5월 말에 비해 11억1000만달러 감소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환보유액이 감소세를 보인 것은 달러화 강세로 유로화,엔화 표시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이 크게 줄어든데다 한은이 국민연금과 맺은 통화스와프 계약으로 보유액 일부가 대출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외환위기를 맞은 97년 12월18일 39억4000만달러를 바닥으로 2003년 11월 1500억달러를 넘어섰고,2005년 2월 말 2021억6000만달러를 기록해 2000억달러를 넘었다.
올 들어서는 지난 3월 말 2054억5000만달러,4월 말 2063억8000만달러로 증가세를 이어오다 5월 말 2061억달러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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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얼마 정도의 돈을 언제든지 쓸 수 있는 현금과 같은 형태로 갖고 있으려 한다.
언제,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일종의 비상금인 셈이다.
기업이나 국가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은 원자재 구매나 임금 지급 등의 일상적인 지출 이외에도 부채상환 등 여러 가지 갑작스런 자금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적절한 규모의 돈을 즉시 현금화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아무리 돈이 많은 회사라도 그 돈이 부동산 등에 투자돼 있거나 남에게 빌려준 상태로 있어 갑자기 돈이 필요할 때 쓸 수 없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예컨대 부채를 갚아야 하는데 당장 동원할 돈이 없어 갚지 못하면 부도가 난다.
이런 경우를 흑자도산이라고 말한다.
국가의 경우도 다를 게 없다.
수출입 등 국제거래를 하다 보면 비상적인 자금수요가 생기게 되고,또 외채 상환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적절한 규모의 외환을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만약 외국에서 빌려쓴 돈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제 때에 갚지 못하면 국가도 부도가 나는 것이다.
그 돈은 정부가 갚아야 할 돈이건,기업이 갚아야 할 돈이건,개인들이 빌려 쓴 돈이건 상관없다.
대외적으로는 국가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IMF사태'라고 부르는 1997년 말의 외환위기가 바로 외국인들에게 빌렸던 돈을 제대로 갚지 못해서 생긴 것이다.
정상적으로 외환시장이 가동되고 있는데도 기업이나 개인이 파산해 외국인에게 돈을 갚지 못하는 경우는 국가부도가 아니다.
어쨌든 국가가 다급한 자금 수요에 대비해 항상 여유자금으로 가지고 있는 외국 돈,즉 외환의 규모를 외환보유액 또는 외환보유고라고 부른다.
한 나라의 통화당국,즉 정부와 중앙은행이 대외지급 준비용으로 갖고 있는 외화자산만을 계산해서 외환보유액이라고 말한다.
여기에는 외화자산뿐만 아니라 정부와 중앙은행이 해외 또는 국내에 가지고 있는 금(金)도 포함된다.
IMF사태 당시 국민들이 '금 모으기 운동'에 나섰던 것은 바로 금이 외환보유액으로 계산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민간은행이나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 외환보유액 계산에 넣지 않는다.
아무리 다급하더라도 정부나 중앙은행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우리가 끌어 안고 있는 외환보유액이 우리 경제규모나 대외거래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외환보유액이 어느 정도가 적정수준인가에 대해서는 보는 관점에 따라 논란이 많다.
흔히 적정 외환보유액을 연간 해외수입액의 30%,즉 3~4개월분의 수입액으로 보는 것이 전통적인 해석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외국에서 빌린 빚 가운데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외채를 더해 계산하는 전문가들도 있고,경우에 따라서는 외국인들이 국내주식 투자를 위해 들여온 돈의 규모까지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포함시켜 계산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선 연간 총수입액의 30% 정도를 본다면 지난해의 총수입액이 2200여억달러를 약간 상회하였으므로 일단 30% 수준인 약 73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이면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단기외채를 포함시킬 경우 총외채 1866억달러 가운데 약 36.7%(2005년 3월 말 기준)가 단기외채이기 때문에 적정외환보유액은 684억달러가 추가된다.
이를 합치면 적정 외환보유액은 1400여억달러면 충분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외환보유액이 대외거래 규모에 비하면 다소 많은 것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죠? 얼마의 외환보유액이 적정한 수준인지에 대해서 친구들과 얘기해보세요.
이계민 한국경제신문 주필 le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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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으면 좋지만 기회비용도 생각해야 ]
외환보유액이 대외지급준비금,즉 비상금의 성격을 갖고 있는 점을 감안해 보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볼 수도 있다.
그만큼 대외신용도를 높일 수 있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필요 이상의 외국돈을 수중에 쥐고 있는 것은 그 돈을 국내외의 자산에 투자해서 돈을 더 벌어들일 수 있는 기회를 잃고 있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그만큼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기회비용(이 말의 의미를 반드시 찾아보세요!)이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외환보유액 가운데 200억달러 정도를 떼어내 이 돈을 밑천으로 국내 외 금융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기로 했다.
지난 7월1일 발족한 한국투자공사(KIC)가 그 일을 하는 회사다.
그렇게 하면 국내의 금융상품시장이 활기를 띠고,국제금융중심지로 발돋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부수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게 정부측 주장이다.
외환위기를 맞은 지 6년여 만에 과다 외환보유액을 걱정해야 하는 행복한 고민이 결코 나쁜 건 아닌 것 같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