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사회에 또다시 '테러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테러로 최대 100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고 700여명이 다쳤다.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9.11 테러와 스페인 열차폭파 테러,그리고 런던 시내 연쇄폭발 테러까지 발생하자 서방 국가들은 물론 아랍권까지 테러 단체들을 한목소리로 규탄하고 있다.

하지만 테러는 쉽사리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비인도적이고 야만적인 행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테러범들은 사건 직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당당하게 성명서를 발표하곤 한다.

떳떳하고 당당한 저항운동이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테러는 왜 생기고 아직까지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테러를 정치.경제학적인 관점에서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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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는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사람이 죽고 시설물이 파괴될 뿐만 아니라 경제 주체들에게 공포감까지 유발하기 때문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얼마나 심각하게 악영향을 끼치고 그 영향은 얼마나 오래 갈까.

2000년 이후 일어난 주요 테러 사건이 경제에 미친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해 보자.우선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공격으로 3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던 9.11테러의 사례를 들여다보자.

테러가 발생하자 뉴욕 증권시장은 문을 닫았다.

투자자들이 심리적인 공황상태에 빠졌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투자 결정을 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9월11일부터 17일까지 주식 거래가 정지됐는데,미국의 대표 주가지수 중 하나인 S&P500은 18일 개장 초 1038.77에서 출발해 급락하기 시작,9월21일에는 965.80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후 주가는 다시 올라 2002년 4월 1172.51까지 상승했다.

이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 7월23일에는 797.7까지 떨어졌다가 테러 1년이 지난 후 909.45로 회복됐다.

이후 경기 회복으로 꾸준히 오름세를 보여 올해에는 1210선에서 등락하고 있다.

이를 정리하면 '주가에 단기적인 충격이 있었으나 며칠 후부터 회복세를 보여 정상적 상황으로 돌아왔고,이후 경기 흐름에 따라 주가 등락을 거듭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테러 직후 경제 전문가들은 4.4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테러로 인해 1.3%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문가들의 예상치보다 높은 1.6%를 보였고,2001년 11월 경기는 바닥을 탈출했다.

또 2002년에는 경제성장률이 1.9%로 높아졌다.

테러가 심리적인 영향은 줬으나 경기순환 사이클의 흐름을 바꿨다고 볼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작년 3월11일 191명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폭탄 테러를 살펴보자.테러가 발생했을 때 단기적인 충격이 있었으나 곧 이를 극복했고,스페인 경제는 이후 꾸준한 회복세를 보였다.

스페인은 작년 2.6%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2.8%(연 단위로 환산한 성장률)로 2001년 이래 분기별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관광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했다.

작년 마드리드를 방문한 여행객은 전년 대비 11%나 증가해 스페인 전체 여행객 증가율(3.4%)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보였다.

스페인 주가지수(IBEX)는 테러사건 직후에는 단기간에 7%나 떨어졌지만 이내 정상화돼 현재는 저점 대비 25% 상승했다.

마지막으로 2003년 11월15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인한 영향을 분석해 보자.

작년 터키 여행객 수는 2003년보다 25%나 늘어났고 경제성장률도 지난해 8.9%에 달했다.

터키 주가지수(ISE내셔널100)는 테러 이후 현재까지 88%나 상승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테러가 단기적으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히 있지만,중.장기적으로는 경기의 흐름을 돌려놓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테러범들은 런던 테러를 통해 금융시장에 타격을 가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영국 경제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테러가 경제에 이런 영향을 미친다고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대규모 연쇄 테러가 이어지고,테러로 인해 전쟁이 유발되기라도 한다면 중.장기적인 경제 흐름마저 뒤바뀔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김남국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