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는 경제학으로 설명하기 쉽지 않은 현상이다. 경제학에서는 모든 사람을 '경제인'(호모 이코노미쿠스)으로 가정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경제적 이득이 많은 쪽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게 경제학의 기본 전제다.

테러범은 이런 '경제인'의 관점에서 보면 대단히 납득하기 어려운 존재다. 자살 테러범을 놓고 보자. 자신의 생명과 맞바꿀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있을 수 있겠는가. 아무리 경제적 이익이 크더라도 자신이 죽어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은가.

따라서 경제학적 관점에서 테러범은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된다. 하지만 테러는 지구촌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정신나간 사람들의 우발적인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조직적이고 지능적이다. 왜 이런 일이 계속 생기는 걸까.

미국 하버드대학의 젊은 경제학 교수인 에드워드 글래서는 2001년 뉴욕에서 9,11 테러가 발생하자 테러의 근원인 증오가 왜 생기는지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글래서 교수는 증오를 수요와 공급이란 개념으로 풀어냈다. 이 논문에 사용된 수학은 워낙 복잡해 글로 설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의미를 정리하는 것은 시도해볼 만한 일이다.

글래서 교수 이론의 핵심은 '증오의 감정을 부추겨 이익을 보게 되는 그룹에 의해 증오의 공급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증오의 공급자'들은 증오의 확산을 통해 다른 경쟁자를 물리치고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

여기서 '증오의 공급자'란 주로 국가 권력이나 정치결사체 등이다. 이들은 증오할 대상에 대한 정보를 왜곡하거나 일면만을 반영하는 정보를 흘려서 '증오의 수요자'(일반 국민이나 조직원)들이 특정 집단에 극단적인 증오심을 갖게 만든다.

일례로 독일의 독재자 히틀러는 유대인 포주 등 악행을 했던 일부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과장했고,옛 소련의 스탈린도 유대인 의사가 독약을 써서 사람을 죽인다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활용,유대인에 대한 증오심을 키웠다.

'증오의 수요자'들은 이처럼 과장되거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을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증오의 대상이 된 집단과 특별한 유대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증오를 유발하는 소문의 사실 여부를 굳이 검증해야 할 경제적인 '인센티브'(보상)가 없다는 얘기다.

글래서 교수 연구의 시사점은 테러를 없애기 위해서는 △(무력이든 평화적인 방법이든) '증오의 공급자'를 아예 없애버리거나 △아니면 경제적 유대관계를 강화해 '증오의 수요자'들 사이에서 증오를 유발하는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물론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정치집단들의 경쟁이 지속되는 한 '증오의 공급자'는 계속 나올 것이고 △정치.경제적 유대관계가 별로 없는 이질적 집단이 있는 한 증오를 받아들이는 '수요'도 왕성해져 테러는 상존할 것이라는 얘기도 성립한다.

비합리적 증오로 유발된 테러는 그러나 목적을 달성하는데 사실 그다지 좋은 수단은 아닌 것 같다. 테러리스트들은 최근 의사결정권을 가진 정치 지도자를 대상으로 테러를 하기보다는 평범한 시민이나 여성,심지어 아이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테러를 가하고 있다. 엄중한 경호를 받고 있는 정치 지도자를 대상으로 테러를 할 경우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기 때문에 생긴 일이지만,약자와 무고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국제사회에서 지지를 받기는 더욱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김남국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