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점검 '이슬람'] 석유 패권다툼 ‥ 서방과 갈등 지속

이슬람 국가들과 서방국가들이 갈등을 빚고 있는 이유는 뭘까.


최근 이란의 새 대통령에 당선된 강경보수파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와 미국이 벌인 공방을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반미.반서구 노선을 주장해온 아흐마디네자드는 대통령에 뽑힌 뒤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냈다.


아흐마디네자드는 "이란의 가장 큰 자본은 석유"라며 "석유자원과 관련된 이란의 협상과 생산.수출을 지배해온 구조가 그동안 불투명했었던 만큼 이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유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 이란의 투자자와 전문가,근로자들에게 우선 순위를 두겠다는 것.


과거 이란의 석유산업에서 나온 부(富)가 소수 특권층과 외국으로 흘러갔다며 이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제2위 산유국인 이란이 서방을 향해 "더 이상 자국의 석유자원이 외국 자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에 대한 반응은 어땠을까.


서방국가 중에서 미국이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미국은 이번 이란 대통령 선거가 여성과 개혁파 후보를 배제한 '가짜 선거'라고 비판했다.


이어 조지 W 부시 대통령까지 나서 아흐마디네자드가 1979년 테헤란 미 대사관 인질 사건의 주동자였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는 등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 국가들은 전세계 석유 매장량의 가장 많은 양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친서방 정권이 이슬람 국가에 들어서 자신들이 석유를 원활하게 확보하도록 협조해 주기를 원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과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축출도 그 배경에는 석유자원을 둘러싼 패권다툼이 깔려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테헤란 시장 시절 영국의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등장하는 유럽 상품의 광고판을 '서방국가의 것'이라는 이유로 즉시 떼어내라고 지시할 정도로 강경파에 속하는 아흐마디네자드가 대통령에 당선돼 공격적인 발언을 쏟아냈으니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불신감과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게 됐다.


이와 함께 이슬람과 서방국가 사이에는 종교 문제가 근본적인 걸림돌로 놓여 있다.


이슬람 문명과 기독교 문명의 오랜 세월에 걸친 갈등의 역사가 바로 그것이다.


이 갈등은 특히 이슬람 근본주의로 무장한 테러단체들이 미국 등 서방국가를 상대로 테러활동을 벌이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2001년 미국에서 벌어진 9.11 테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슬람 테러단체들은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패권주의를 추구'하고 있는 미국 등 서방국가들에 맞서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도 이슬람과 서방국가들의 대결은 불을 뿜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뒤 "이란의 평화적인 핵 기술은 이란 젊은이들의 과학적 성과물"이라며 "앞으로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미국이 이란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외교 관계를 단절했으나 이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이란의 결정에 달렸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란 핵 문제가 앞으로 미국과 이란의 정면 대결 양상으로 치닫게 될 공산이 커졌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