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투자 선구자 존 템플턴, 미국 월가의 '살아있는 전설'

미국 지질탐사회사에 근무하던 20대 청년이 2차세계대전이 터졌다는 소식을 듣는다.그는 이 전쟁이 1929년 이후 미국 경제를 짓누르던 불황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그는 곧 증권사에 전화를 걸어 1달러 이하로 거래되는 모든 종목을 100달러어치씩 사달라고 주문했다.104개 종목에 1만달러를 투자했다.4년이 흐른 뒤 그가 보유한 주식들의 가치는 4만달러가 됐고,그는 이 자금으로 자신의 회사를 설립했다.


미국 월가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유명한 존 템플턴에 관한 일화다.존 템플턴은 아시아 경제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1997년과 98년 한국 싱가포르 등에 과감한 투자를 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그는 종교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템플턴상을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고매한 인격과 헌신적인 사회활동으로 월가에서도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꼽히고 있다.


◆글로벌 투자의 선구자


월가에서 템플턴은 '투자계의 콜럼버스'로 통한다.


미국 외의 다른 나라 주식시장에 투자해 큰 이익을 냈기 때문이다.


템플턴은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주식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옥스퍼드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면서도 투자카운슬러로서의 인생을 준비했다.


그는 외국시장에 대한 관심이 많아 2년7개월 동안 유럽과 일본 등 75개국을 여행하면서 자본시장과 관련된 정보를 직접 수집하고 다녔다.


1956년 자신의 이름을 딴 뮤추얼펀드를 처음으로 시작한 템플턴은 당시 월가에서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일본 주식시장을 주시했다.


1949년 개장한 도쿄 주식시장은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전체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이 미국 IBM 한 회사의 시가총액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작은 규모였다.


당시 미국의 투자자들은 일본시장이 너무 작고 제품의 질도 좋지 않다고 생각해 일본투자를 위험하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템플턴은 일본기업의 수익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템플턴은 1968년부터 도쿄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당시 이들 기업의 PER(주가수익비율)는 고작 3배에 불과해 미국 뉴욕증시의 15배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PER는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낮을수록 기업의 이익폭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템플턴은 히타치 닛산자동차 마쓰시타전기 스미토모신탁은행 야스다화재 등 일본의 우량기업 주식들을 대거 사들였다.


그는 한때 자신이 운용하는 뮤추얼펀드 자산의 50%를 일본에 투자하기도 했다.


도쿄 주식시장은 60년대 말부터 1980년대까지 붐을 타기 시작했다.


템플턴은 1986년 일본주식시장의 PER가 30배를 넘어서자 보유주식을 대부분 처분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낙담해서 주식을 팔 때 사고,다른 사람들이 탐욕스럽게 주식을 살 때 팔기 위해서는 엄청난 강인함이 요구된다"며 "하지만 그것은 커다란 보상을 약속해준다"고 말한다.


◆템플턴의 투자전략


템플턴은 '선견지명과 인내 그리고 반대의 전략'으로 요약된다.


그는 전 세계 주식시장에 바겐 헌팅(bargain hunting) 개념을 적용했다.


그의 투자과정은 마치 쇼핑을 할 때 물건값을 비교해보고 사는 과정과 동일했다.


가치있는 주식을 가장 싼 값에 사는 것이다.


그리고 가치가 드러날 때까지 가지고 있다가 다른 사람들이 살 때 파는 것이다.


템플턴은 미국은 물론 유럽 일본 한국 중국 등 전 세계 1만5000여개 기업을 검색해 저평가된 주식을 찾았다.


또 매입 후보에 올려놓은 주식은 철저히 분석했다.


그는 현재의 주가수익률을 지난 5년간의 평균주가수익률과 비교하고 또 향후 5년 동안 예상되는 주가수익률을 계산해 매입여부를 결정했다.


비교하는 기간이 5년인 이유는 그의 평균 주식보유기간이 5년이었기 때문이다.


템플턴은 "주식을 팔기 가장 좋은 시점은 다른 주식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주식보다 50% 정도 더 가치가 있다고 판단될 때"라며 인내를 갖고 보유기간을 유지했다.


그러나 그는 주식을 산 뒤에도 수시로 주식의 가치를 분석해 자신의 매입기준과 비교해 과대 평가되었다고 판단될 경우 서슴지 않고 처분했다.


1992년 그는 "세계의 영적 성장을 돕는 데 내 삶을 바치기 위해 투자관리를 포함한 모든 사업을 중단한다"며 자신의 뮤추얼관리회사를 매각하고 투자업계를 홀연히 떠났다.


템플턴은 이미 1972년에 템플턴상을 만들어 종교적 업적을 남긴 사람들을 대상으로 매년 시상을 해왔다.


테레사 수녀,빌리 그레이엄 목사,솔제니친 등이 이 상을 받았다.


지난 92년에는 우리나라의 한경직 목사가 수상을 하기도 했다.


템플턴은 또 1987년에 템플턴재단을 설립,영적 발전에 초점을 맞추는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인격양성을 돕는 프로그램을 개설해 대학에 운영자금을 대고 있기도 하다.


또 97년에는 템플턴재단 산하에 출판부를 만들어 종교 교육서적 등을 출판하고 있다.


김태완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