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률 8개월만에 최저로 떨어졌다는데 ‥

- /> 한경 2005년 6월17일자



지난 5월 실업률이 석 달째 하락하고 청년실업률(15∼29세)이 8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그러나 직장 구하기를 포기한 구직 단념자도 지난달 11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2만7000명 늘었다.


통계청이 지난 16일 발표한 '5월 중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은 3.4%로 전달(3.6%)에 비해 0.2%포인트 낮아지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실업자수(81만1000명)는 전달(85만7000명)에 비해 4만6000명 줄었고,계절조정 실업률도 전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한 3.5%를 기록했다.


청년층 실업률도 7.1%로 전달(7.8%)에 비해 0.6%포인트 떨어지며 4개월째 하락했다.



'이태백(李太白)'


술 잘먹고 풍류를 즐기는 당나라 때의 시인 이백(李白)을 일컫는다는 것쯤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름은 '백'이지만 그의 자(字)가 '태백'이어서 이태백으로 불려왔다. 자(字)란 '본 이름 외에 따로 부르는 이름'으로 예전에 이름을 소중히 여겨 함부로 부르지 않던 관습에 따라 흔히 장가든 뒤에 본이름 대신에 부르던 이름이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유행하는 '이태백'은 또 무엇인가. '이십(20)대의 태반이 백수'라는 줄임말이다. 경기침체로 직장이 없는 청년실업자가 많다는 사회현실을 풍자하는 속어다. 어지간히 세상사에 관심있는 학생이라면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 등도 한번씩은 들어보았을 것이고,그것이 실직과 관련된 풍자어라는 정도는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며칠 전 발표한 금년 5월의 실업률은 3.4%로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니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실업문제는 이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정부가 심각한 경제현실을 감추기 위해 실업률 등 실업통계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그렇지는 않다. 다만 실업률의 정확한 개념이 무엇이고 통계가 어떻게 계산되는지를 따져보면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실업이란 근로자가 취직할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취업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예컨대 학생이나 가정주부 등이 여기에 포함되는 대표적인 경우다. 학생들은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가 아닌가. 설령 일반 어른들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나는 취직할 생각이 전혀 없다' '장사할 생각도 없다'고 하면 놀고 먹더라도 실업자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실업률 통계는 우선 이렇게 일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체의 몇 %가 취업을 못하고 있는가를 따져보는 것이다. 여기에서 일할 의사가 있는 사람을 경제활동인구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러한 경제활동인구는 기본적으로 나이가 15세 이상인 사람들 가운데 일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에 한정한다. 15세 미만은 본인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경제활동 능력이 모자란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15세 이상이 되면 취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인구 가운데 15세 이상 인구를 통틀어서 경제활동가능인구라고 하고,그 중에서 일할 생각이 없는 사람을 빼고 난 나머지가 경제활동인구인 셈이다.


실업률 계산방법은 분명해졌는데 실업자라는 판단은 어떻게 할까. 매월 전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할 수도 없고, 조사한다 하더라도 실업자인지를 정확히 구분해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잠시 노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곧 취직이 예정돼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는 등등의 사정으로 실업 여부를 명백히 가리기란 어렵다.


그래서 통계청은 표본조사를 통해 고용통계를 작성하고 있다. 통계청은 매월 15일이 끼여있는 1주일 동안 실업 조사를 실시하는데 여기서 판단하는 기준은 조사시점 이전의 1주일 동안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돈을 받으면서 1시간 이상 일을 하지 못한 사람을 실업자로 간주하는 것이다.


취업난과 실업률의 괴리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극단적으로 일주일에 1시간 동안 일하고 받은 돈으로 먹고 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은 당연히 실업자로 분류해야 함에도 취업자 통계에 잡히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은 1주일에 18시간 미만 일하는 사람은 불완전 취업자로 간주한다. 물론 이 기준은 우리나라만 특별히 만들어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권장하는 국제기준이 그렇게 돼 있고,대다수의 국가들이 이런 기준에 따라 실업통계를 작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럽이나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의 실업률보다 한국의 실업률이 훨씬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예컨대 미국이나 일본의 실업률은 일반적으로 5∼6%이고,독일(10.5%) 프랑스(9.7%) 이탈리아(8.7%) 등은 10% 안팎에 이른다.


우선 이는 실업률 통계를 계산해 내는 분모인 경제활동인구 차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2%에 불과하다. 그런데 미국 및 영국은 77%,프랑스 독일은 70%를 훨씬 넘고 있다. 말하자면 경제활동이 가능한 사람들 가운데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들의 수가 우리나라가 훨씬 적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아무리 일자리를 구하려 해도 구해지지 않으니까 아예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흔히 신문지상에 등장하는 '실망(失望) 실업'이란 용어가 바로 이런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아직도 여성인력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유휴인력이 선진국에 비해 많고,인력자원의 효과적인 활용이 뒤져 있다는 얘기다.


인구고령화와 저출산 등으로 근로인력의 부족이 새로운 국가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출산율 제고 등이 바람직하지만 그보다 앞서 해야 할 일이 바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더욱 높이고,농림어업 등 생산성이 뒤떨어지는 부문의 인력을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이동하도록 하는 등 인력을 좀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제도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이계민 한국경제신문 주필 le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