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전구(電球)를 불알이라고 한다던데 맞아?"

"너 그것도 몰라? 북한에선 한자말이나 외래어는 잘 안 쓰고 우리말로 바꿔 부르잖아."

"그럼 형광등은 뭐라 그래?"

"그거야 긴○○이지. ^^*"

"샹들리에는?"

"떼○○…. -_-;;;"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겠지만 이런 얘기가 한때 그럴 듯하게 퍼진 적이 있다.

골키퍼를 '문지기',코너킥을 '구석차기'로 다듬어 쓰는 북한을 두고 이를 과장해 지어낸 것이다.

광복 이후 반세기가 넘게 떨어져 살다 보니 북한의 말이 우리와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의 말을 80%만 알아들었다는 얘기가 뒤늦게 전해지기도 했다.

아직은 의사 소통이 안 될 정도로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북한 말에 대한 일부 왜곡된 생각은 통일을 위해서도 빨리 버려야 할 부분이다.

북한의 다듬은 말에 대해서는 오해가 많다.

대표적인 게 '얼음보숭이'.아직도 북한에서 아이스크림을 얼음보숭이라 하는 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북한에선 한때 얼음보숭이를 쓰도록 정책적으로 장려한 적이 있다.

그러나 주민들 사이에 뿌리를 내리지 못해 실패했다.

결국 1992년 펴낸 <조선말대사전>에선 얼음보숭이를 버리고 아이스크림을 표준어(북한에서는 '문화어')로 올렸다.

남쪽이나 북쪽이나 외래어 순화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앞서 소개한 전구는 북한에서 '전등알'로 쓴다.

형광등은 남북이 같고 샹들리에는 '샨데리야'(다듬은 말로 '장식등')로 다르게 적는다.

노크를 '손기척'으로 바꿔 부르는 것은 우리도 본받을 만하다.

우리말의 멋이 담긴 이 말은 한글학회에서 펴낸 <우리말 큰사전>(1992년)에서도 올려놨지만 영어에 밀려 세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학술 용어 등 전문어에서는 많이 달라졌다.

때론 번역을 해야 할 정도로 심한 경우도 있다.

'구라파주는 평원이 우세하고 산지가 적은 대주이다.

남동부의 두나이강류역에도 비교적 큰 충적평원이 있다.' 북한 고등중학교 4년 지리 과목 32쪽에 나오는 대목이다.

고등중 4년은 남한의 고1에 해당한다.

여기서 '구라파'는 유럽을 한자어로 음역한 것으로 남쪽에서는 사라지는 추세에 있는 말이다.

'우세하다'는 남쪽에서 '세력이나 힘이 상대방보다 강함'을 나타내는 데 쓰기 때문에 매우 어색한 느낌을 준다.

'두나이강'은 우리가 쓰지 않는 말이라 뜻을 모르면 해독이 안 되는 부분.이는 다뉴브 강을 체코어로 읽은 것이다.

이처럼 남북한 말의 차이는 대개 단어 사용이 다른 데서 오는 것이다.

북한의 달라진 말을 단순히 호기심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언젠가 이뤄내야 할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선 남북이 서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함께 쓰는 우리 말글을 통해 다져가는 게 지름길이다.

한국경제신문 교열부 부장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