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치 높은 기업 성장주로 '황제 대접'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한게임을 운영하는 NHN은 코스닥 시장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주식가치의 합인 시가총액이 1조6000여억원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주가도 10만원을 넘는다.


액면가(주식의 발행가격)가 500원인 점을 감안하면 당초 발행가보다 200배 이상 뛴 셈이다.


NHN이 이처럼 비싼 이유는 뭘까.


NHN의 매출과 순이익을 살펴보면 그 답이 분명해진다.


2001년 242억원이었던 NHN의 매출은 다음 해인 2002년 746억원,지난해 2294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중 순이익은 28억원에서 229억원,540억원으로 눈덩이처럼 커졌다.


올해는 3200억원 매출에 8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 대장주'로 불리는 NHN을 대표적인 '성장주'로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로운 분야에서 외형과 수익이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고,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아니, 우리 학생들이 많이 이용한 덕분이다"



성장주 투자이론을 처음으로 도입한 사람은 필립 피셔(Philip Fisher)다.


그는 "성장 잠재력이 뛰어나 질적으로 우수한 기업이라면 장부가치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해도 더 높은 투자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며 "손익계산서 등 재무제표를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는 그 회사가 속해 있는 업종이나 경영진의 능력,경쟁상의 우위 같은 질적인 요소가 더 중요하다"고 설파했다.


주식시장에서 성장주는 흔히 가치주와 상반된 개념으로 사용된다.


'가치주'는 주가가 기업의 자산가치나 수익가치에 비해 싼 종목(저평가된 종목)을 말한다.


반대로 성장주는 기업의 주식가격이 현재 수익이나 자산가치보다 고평가돼 있는 종목이다.


현재는 그다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향후 신제품 신기술 등이 수익에 크게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높은 점수를 받는 기업의 주식이 바로 성장주다.


1999~2000년에 불어닥친 'IT(정보기술) 붐' 때 코스닥시장에 광풍이 휘몰아쳤다.


외환위기 이후 불어닥친 IT 바람은 '제2의 산업혁명'에 비견될 정도로 거셌다.


증시의 이목이 온통 인터넷 관련주에 쏠렸다.


인터넷전화인 '다이얼패드'로 유명한 새롬기술(현재의 솔본)의 경우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이 30만8000원까지 뛰었다.


증권가에서는 이로 인해 '황제주' '귀족주'라는 말이 나돌았다.


그 당시 코스닥 기업들의 대부분은 너나 없이 인터넷이나 전자상거래 사업에 뛰어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장미디어 핸디소프트 로커스 인디시스템 버추얼텍 등이 그 시대를 풍미했던 대표적인 성장주들이었다.


하지만 그 많았던 닷컴회사 중에서 오늘날까지 명맥을 유지하는 곳은 극소수다.


생존업체들은 시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게임이나 영화시장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 초 난립했던 게임업체들은 오늘날 웹젠 엔씨소프트 등 일부만 증권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성장주들은 흔히 'PER(주가수익비율)'개념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PER는 현재 주가가 주식 1주당 그 회사가 벌어들이는 돈의 몇 배인가를 표시하는 지표다.


순이익 등 수익가치가 동일한 주식이라 하더라도 시장에서 두 배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종목들은 향후 미래가치에 대한 평가가 높기 때문이다.


PER가 10배인 회사보다 20배인 회사가 향후 수익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게 형성돼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한국경제신문 등에서 사용하는 '고PER주'라는 말은 성장주의 또다른 표현이다.


분기별로 20% 이상의 외형 성장세를 지속할 경우 성장주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성장주의 핵심은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감이다.


성장주가 될 수 있는 필수조건은 따로 없다.


하지만 우선 재무구조가 튼튼해야 한다.


새로운 틈새시장을 일구는 과정에서 수요처를 발굴하지 못하면 단기적으로 돈을 많이 쏟아부어야 하는데,재무구조가 취약하면 회사가 부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재무구조가 불안해도 시장에서 부각되기만 하면 주가가 상승곡선을 그리는 '묻지마 투자' 시대는 지났다.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시장 점유율이 높아야 한다.


선두업체로 시장을 개척하는 한편 시장 주도자로 자리잡아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새롭게 성장 엔진을 단 업종들을 '신성장산업'으로,관련 종목을 '신성장주'로 부르기도 한다.


조선업종이 좋은 예다.


70~80년대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던 조선주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잊혀져 가는 산업군에 속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선 수주가 다시 활기를 띠면서 기업들의 외형과 수익률이 크게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주 투자는 성공할 경우 큰 수익을 내지만 실패할 확률도 높다.


'하이리스크-하이리턴(High-risk High-return)'의 투자패턴을 띤다.


따라서 자본력도 안정적이고 시장주도권을 가진 선두업체로 투자종목을 압축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진수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