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 외국계 증권사에서 ‘과거 5년간 한국 주식시장을 분석해봤더니 가치주(價値株)에 투자해 성공할 확률이 70~8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이 증권사가 분석한 대형주 중에서 가치주에 속하는 10종목 가운데 7~8종목이 시장평균(종합주가지수 기준)보다 높은 수익률을 냈다는 것이다.도대체 가치주가 뭐기에 여기에 투자하면 다른 주식에 투자할 때보다 돈을 더 많이 벌수 있다는 것일까.

가치주는 쉽게 말하면 기업의 자산가치나 잠재적인 수익능력으로 평가한 내재가치보다 현재 주가가 싼 종목을 말한다.한국경제신문 등에서 “저평가돼있다”는 표현을 쓰는 주식들이다.

기업의 내재가치란 기본적으로 회사가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낼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이익을 남겨야 주주들에게 배당금 등으로 많은 이익을 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기업의 내재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가치투자 개념은 ‘가치투자의 대부’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스승이자 현대적 투자기법을 창시했다고 평가받는 벤자민 그레미엄에서부터 시작됐다.

벤자민 그레이엄은 가치투자를 “주가가 기업가치에 미치지 못할때 매수해 기업가치에 도달하면 파는 것”이라고 정의했다.벤자민 그레이엄의 투자방식은 워런 버핏으로 이어지면서 ‘미래 가치까지 판단해 투자’하는 중장기적인 가치투자 개념으로 발전했다.


그렇다면 가치주,즉 저평가된 주식을 어떻게 고를까.

전문가들은 주가수익비율(PER:Price Earning Ratio)이라는 지표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이 밖에 주가순자산비율(PBR:Price Book Value Ratio)이라는 지표도 쓰인다.

배당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를 알 수 있는 배당수익률도 가치주를 고르는 데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PER,PBR,배당수익률 세 가지는 확실히 외워두자)

우선 가치주를 고르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PER가 뭔지를 알아보자.PER는 해당 회사의 주가를 1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것을 말한다.

즉 현재 주가가 주식 1주당 그 회사가 벌어들이는 돈의 몇 배인가를 표시하는 지표다.

예를 들어 A,B 두 회사의 주가가 똑같이 1만원이라고 가정하자.만약 A라는 회사의 주당 순이익이 1000원,B라는 회사의 주당 순이익이 2000원이라면 A의 PER는 10배(10,000원/1000원),B의 PER는 5배(10,000원/2000원)가 된다.

두 회사의 다른 여건들이 같다고 가정하면 B는 A에 비해 돈을 2배로 벌기 때문에 기업가치가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가격이 똑같다면 B의 주식가격은 상대적으로 싸다고 봐야 한다.

주가가 궁극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반영하는 쪽으로 움직인다고 보면 A보다 B의 주식을 사는 것이 나중에 돈을 벌 확률이 높다.(PER가 낮을수록 투자가치가 높아진다는 점을 기억하자)

이와 달리 PBR는 주가를 1주당 순이익 대신에 1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주당 순자산이란 회사를 곧바로 청산할 경우 주주들에게 얼마만큼 돈을 나눠줄 수 있을 것인지를 기준으로 한다.

PBR가 1보다 낮다면 기업을 청산해서 자산을 주주들에게 나누어 줄 경우 주식가격보다 더 많은 청산대금을 배당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통상적으로 PBR가 낮은 종목들을 '자산주'라 부른다.

그러나 PBR는 기업의 가치를 '장부상'으로 평가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시장에 내다팔려면 돈을 거의 받을 수 없는 껍데기뿐인 자산이 장부상에는 버젓이 비싼 가격에 올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PBR는 금융회사의 기업가치를 분석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금융업은 자산이 대부분 현금 또는 현금성 자산(주식 채권 등)이라서 장부가치와 실제가치 간에 차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고배당주도 일종의 가치주로 볼 수 있다.

고배당주는 보통 경기가 안 좋아도 주가가 별로 떨어지지 않고 배당 성향(순이익에 대한 배당금의 비율) 역시 크게 줄지 않는다.

앞에서 언급한 외국계 증권사의 보고서도 가치주를 분석하는 기준으로 PER,PBR,배당수익률 등을 사용했다.

이 증권사는 2000~2004년 5년간 연도별로 30여개 대형주들의 PER를 계산했다.

PER가 낮은 순서대로 3분의 1의 종목들을 추려냈다.

여기에 해당하는 종목들이 평균 10개였는데 이 중 8개 종목의 연 수익률이 그해 종합주가지수 상승률보다 62%나 높았다.

PBR가 낮은 종목들도 평균 10개 중 7개가 42%의 초과수익률을 달성했다.

이 밖에 고배당주(배당수익률 종목 상위 3분의 1)도 10개 중 7개 종목이 종합주가지수보다 48%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그러나 PER와 PBR,배당수익률 등 단순 지표들만으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순이익이 증가한 C회사가 주력 제품의 판매호조로 이익을 냈다면 앞으로도 계속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만,만약 갖고 있던 건물을 비싼 값에 팔아 이익이 늘어났다면 이 같은 이익 증가는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

따라서 PER,PBR 등의 기본적인 평가지표들과 함께 달라지는 수치들의 이면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추가적으로 살펴보는 질적인 분석도 병행돼야 한다.(앞으로 이 지면을 계속 읽어나가면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답들도 알 수 있어요)

―그렇다면 모든 투자자들이 가치주만을 사려고 할까.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PER나 PBR가 높은 주식을 찾아 투자하는 사람들도 있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뛰어난 주식(성장주)들은 코스닥시장에 상당히 많이 있고 인기도 높다. 성장주는 다음 호에서….기대하세요.

박성완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