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이 멸망한 이후 유럽 지역의 강력한 통치자들은 저마다 대륙 통일의 야심을 불태웠다. 신성로마제국을 건설한 오토 대제(912~973)와 절대왕정을 수립한 프랑스 루이14세(1638~1715)를 비롯 나폴레옹(1769~1821년)과 히틀러(1889~1945)가 통일 유럽의 꿈을 이루려 했지만 번번이 물거품이 됐다.

총칼을 앞세운 인위적인 통일 시도는 모두 좌절됐다. 대신 유럽인들은 총 한 방 쏘지 않고 대륙을 통일하는 방법을 찾게 된다.

그 결과로 유럽연합(European Union)이라는 '가상의 국가'를 탄생시킨다.

◆미국과 일본의 대항마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및 베네룩스 3국이 유럽통합의 첫 단추를 끼웠으나 통합 작업이 순풍에 돛 단 듯 순조롭지는 않았다. 2차 세계대전의 상처가 가시고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한 1966년부터 유럽 대륙은 자기 나라의 경제 발전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았고 공동체를 형성하려는 노력은 뒷전이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 미국과 일본 경제가 유럽시장을 위협하자 유럽은 공동경제권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미국과 일본 경제에 맞서는 유럽 단일시장을 만들자며 EU는 다시 뭉치기 시작했다.

◆거대한 단일시장의 필요성

단일시장의 목표는 상품 서비스 자본과 사람의 자유로운 이동이다. 국가는 다르지만 마치 한 나라 안에서처럼 경제활동이 이뤄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생산된 오렌지를 밀라노에서 팔 때 관세를 부과하지 않듯이 오스트리아로 국경을 넘더라도 EU 안에서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개인도 회원국 어디서나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있고 각종 보험에도 가입할 수 있다.

상품 서비스 자본의 이동을 자유롭게 한 이유는 과거 국가 간 물품 이동에 들어가던 각종 비용을 줄여 미국 일본과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다.

◆규모를 키워라

EU는 러시아 접경의 옛 소련 연방국가 대부분을 회원국으로 흡수한다는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이런 팽창전략으로 EU 인구는 계속 불어나고 있다. 초기 6개 회원국의 인구는 1억8600만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회원국 수가 25개로 늘어나면서 인구도 4억5400만명으로 불어났다. (그림참조)

EU가 회원국 수를 늘려가는 이유 역시 미국이나 일본시장을 규모 면에서 앞지르기 위해서다. 인구가 많으면 물건을 더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호영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