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식 펀드 열풍은 국내 증시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

투자 기간이 긴 적립식 펀드 자금이 증시의 주요 매수주체로 떠오르면서 국내 증시의 고질병으로 지적되던 '극심한 증시 변동성'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최근의 주가 흐름은 좋은 사례다.

올해 3월 1000포인트를 돌파한 뒤 원·달러 환율 하락,고유가,북핵 문제 등 온갖 악재들이 불거졌는 데도 종합주가지수가 900선을 지켜내고 반등한 것에는 적립식 펀드의 역할이 컸다.

옛날에는 종합주가지수 1000선이 무너지면 곧바로 500선까지 밀리곤 했다.

적립식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들은 "적립식 펀드에 장기간 투자하면 주가 하락기에 펀드의 평균 매수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증시가 하락할 때 오히려 적립식 펀드로 자금이 더 많이 들어온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들어 보험사의 주력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변액보험(보험료의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보험 상품)도 증시의 탄탄한 매수 기반이 되고 있다.

적립식 펀드와 변액보험을 합칠 경우 매달 4000억~5000억원의 자금이 새로 증시에 들어오는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미국 다우지수는 1982년 '마의 벽'이라 불렸던 1000포인트를 돌파한 뒤 17년 넘게 상승하면서 1999년 12월 11,400포인트까지 급등했다.

수급 측면에서 이 같은 대세 상승을 이끈 주요 요인은 미국의 기업연금제도(401K) 도입이 꼽힌다.

401K는 퇴직금을 마련하기 위해 근로자들이 매달 일정액을 불입,주식 등에 투자하는 것으로 적립식 펀드와 유사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2000년 이후 국내 증시에서 소외받아 왔던 고배당 알짜 중소형주가 최근 들어 급등한 데에는 적립식 펀드가 한몫을 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김기봉 CJ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몇 년 전에는 증시 상황에 따라 펀드 자금의 유출입이 심해 펀드매니저들이 유동성이 떨어지는 중소형주를 사지 못했다"며 "그러나 적립식 펀드는 장기 자금이기 때문에 저평가 중소형주에도 투자할 수 있어 배당주 가치주 등의 중소형주가 작년 하반기 이후 급등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상열 한국경제신문 증권부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