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적립식 펀드가 증권가에서 최대 히트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적립식 펀드는 말 그대로 '적립식'으로 간접투자 상품인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다.
적립식이란 은행의 적금처럼 정기적으로 일정한 금액을 투자하는 방법을 말한다.
목돈을 한꺼번에 투자하는 '거치식'의 반대 개념이다.
펀드는 주식이나 채권 같은 상품에 직접 투자하기 어려운 개인투자자들을 위해 전문가들이 대신 운용해주고,여기에서 나온 투자 성과를 투자자에게 나눠 주는 상품이다.
은행 적금은 확정금리를 받지만,적립식 펀드는 투자 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실적배당 상품이라는 점이 다르다.
한마디로 푼돈을 꾸준히 모으는 저축과 투자를 결합한 상품이 바로 적립식 펀드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적립식 펀드에 투자된 자금은 6조9735억원(개인연금 연금저축 장기주택마련저축 등 세금 우대 상품 포함),계좌는 247만1409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은 종합주가지수가 980선에서 900선으로 하락한 증시 조정 기간이었다.
그런데도 적립식 펀드 자금이 3월 말(6조4390억원)에 비해 5350억원이나 증가했다.
이 중 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의 증가액이 4184억원으로 전체 증가액의 78.2%를 차지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적립식 펀드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저금리와 고령화 추세를 꼽고 있다.
과거 수십 년 동안 국내 증권투자 문화는 한마디로 단기 '몰빵' 투자였다.
우리나라 경제가 고도성장을 할 때 국내 금리는 두자릿수였다.
은행 예금도 충분히 재산 증식 수단이 될 수 있었다.
은행의 고금리 금융 상품을 제쳐 두고 위험 자산인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자연히 짧은 기간에 은행 예금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원했다.
은행 예금은 금리가 최근 들어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3%대로 떨어지면서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물가상승률을 뺀 세후(이자소득세 납부 후) 실질금리는 이미 마이너스로 떨어져 예금액을 늘릴수록 손해가 늘어난다.
초저금리가 고착화한 2003년 말을 기점으로 적립식 펀드 투자가 급증한 이유다.
통계청에 따르면 1982년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66.2세였다.
하지만 2010년에는 78세로 높아질 전망이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있으나 직장에서의 은퇴 시기는 더 빨라지고 있다.
가계의 투자문화도 예전에는 일시적인 목돈 만들기에 집중됐지만,지금은 노후 대비와 자녀교육 및 결혼자금 마련 등 장기 플랜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적립식 펀드야말로 이 같은 장기 플랜을 세우는 데 제격인 상품이다.
적립식 펀드는 왜 장기 투자에 적합한 투자 방법일까.
전문가들은 매달 일정액을 투자하면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게 되는 이른바 '코스트 에버리징 이펙트'(평균 매입가격 절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증시가 오르든 떨어지든 매달 일정액을 정기적으로 투자해 주식을 사면 주가가 높을 때는 적은 수량의 주식을 매입하게 되고,반대로 주가가 떨어질 때는 많은 수량의 주식을 매입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매입 가격은 낮아진다.
과거 20년 동안 종합주가지수가 500~1000의 박스권에서 맴돌았던 국내 증시에서는 이 같은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적립식 펀드 투자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켜야 할 몇 가지 투자 원칙이 있다.
무엇보다 적립식 투자는 가급적 위험 자산인 주식형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앞서 설명한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채권형 펀드처럼 매달 수익률이 꾸준히 쌓이는 상품은 적립식 투자 매력이 별로 없다.
―적립식 투자는 주가 등락에 흔들리지 말고 처음 세운 계획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매달 불입하는 적립금액 모두를 1개 펀드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투자 스타일이 다른 3~4개 펀드에 나눠 가입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상열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