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2005년 6월7일자 A7면
월가를 비롯한 세계금융시장이 '헤지펀드발(發) 금융위기설'로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회사인 GM 및 포드의 신용등급 추락과 맞물려 헤지펀드의 대규모 손실설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998년 당시 최대 헤지펀드였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가 파산위기에 몰리면서 세계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것과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1998년 LTCM 사태란 당시 연평균 40%가 넘는 수익률을 올리며 세계 최대펀드로 승승장구한 LTCM이 러시아 국채에 거액의 자금을 투자했다가 98년 8월 러시아가 모라토리엄(대외채무지불 중지)을 선언하면서 엄청난 손실을 본 사건이다.
이로 인해 세계금융시장이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자 미연방준비은행(FRB)이 개입,14개 금융회사들이 LTCM에 36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함으로써 파국은 면했다. 그러나 LTCM은 자금압박으로 2000년에 파산했다. 신문 기사에 자주 오르내리는 헤지펀드(Hedge Funds)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보통은 온갖 문제를 일으키는 투기성 자금으로 국가경제에 부담을 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맞는 말일 수도 있고,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영어의 hedge란 단어는 '산울타리''양다리 걸치기''울타리를 치다''내기에서 양쪽에 걸어 손해를 방지한다'는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단어의 뜻만으로 보자면 헤지펀드는 투자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안전하게 돈을 굴리는 투자펀드를 말한다.
헤지펀드는 그러나 은행이나 증권회사와 같이 대중을 상대로 자금을 모으지 않고 100명 미만의 소수 투자자들만 회원으로 모아 펀드를 만든다.
어느 나라든지 금융 당국(정부)은 일반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은행이나 증권회사들이 파는 간접투자상품에 많은 규제를 하고 있다.
우리 부모님들이 많이 가입하는 적립식 펀드들도 역시 많은 규제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주식에 투자자금의 전부를 몰빵식으로 투자하지 못하게 하거나 지나치게 주식을 자주 샀다 팔았다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투자자들은 전문가에게 돈을 맡기면서도 이런 제한을 받지 않고 자유스럽게 투자하기를 원한다.
바로 이런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모아 제한 없이 본격적인 투자활동에 나서도록 한 것이 헤지펀드인 것이다.
그러나 보니 헤지펀드들은 단기투자나 몰빵식 투자도 서슴지 않는다.
또 금융선물이나 옵션 등 도박에 가까운 신종 금융상품에도 투자하는 것이다.(금융 선물이나 옵션같은 단어들은 다음에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초단기 투자를 위주로 하는 핫머니이기 때문에 이들 자금이 어디로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칠 수도 있다.
또 특정 국가 차원에서 보면 이러한 핫머니가 대거 유입되거나 유출되면 자기 나라의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도 있고 나라의 경제정책을 혼란에 빠뜨릴 위험도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서는 나라마다 헤지펀드를 적절하게 규제함으로써 부정적 파장을 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요즘 와서 유독 '헤지펀드발 국제금융위기설' 등이 나오는 것인가. 우선은 헤지펀드의 규모가 커지면서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막대해졌을 뿐만 아니라 헤지펀드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갖가지 위험요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근래 들어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회사인 GM과 포드자동차가 부실화되면서 이들이 발행한 회사채 값이 폭락해 여기에 투자한 헤지펀드들이 막대한 손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헤지펀드들이 손실을 보면 어떻게 될까. 앞서 설명했던 대로 개인투자자들이 돈을 모아 만든 것이기 때문에 투자한 사람들이 손해를 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물론 일시적으로 손해를 보았더라도 다음 기회에 더 많은 이익을 남긴다고 생각하면 국제금융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번 손해가 나는 것을 보면 헤지펀드에 돈을 댔던 투자자들이 앞으로도 더 많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당장 손을 떼고 싶어할 것이다.
말하자면 많은 투자자들이 일시에 자금을 회수(환매)해 갈 우려가 있다.
이렇게 되면 그 펀드는 망하게 되고,그 펀드만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펀드에 돈을 빌려준 은행이나 금융회사들도 연쇄적으로 손실을 보게 된다.
국제금융시장에 일파만파의 충격을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요즈음 세계적인 불황으로 인해 그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위기설'의 핵심이다.
이계민 한국경제신문 주필 leemin@hankyung.com
월가를 비롯한 세계금융시장이 '헤지펀드발(發) 금융위기설'로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회사인 GM 및 포드의 신용등급 추락과 맞물려 헤지펀드의 대규모 손실설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998년 당시 최대 헤지펀드였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가 파산위기에 몰리면서 세계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것과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1998년 LTCM 사태란 당시 연평균 40%가 넘는 수익률을 올리며 세계 최대펀드로 승승장구한 LTCM이 러시아 국채에 거액의 자금을 투자했다가 98년 8월 러시아가 모라토리엄(대외채무지불 중지)을 선언하면서 엄청난 손실을 본 사건이다.
이로 인해 세계금융시장이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자 미연방준비은행(FRB)이 개입,14개 금융회사들이 LTCM에 36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함으로써 파국은 면했다. 그러나 LTCM은 자금압박으로 2000년에 파산했다. 신문 기사에 자주 오르내리는 헤지펀드(Hedge Funds)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보통은 온갖 문제를 일으키는 투기성 자금으로 국가경제에 부담을 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맞는 말일 수도 있고,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영어의 hedge란 단어는 '산울타리''양다리 걸치기''울타리를 치다''내기에서 양쪽에 걸어 손해를 방지한다'는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단어의 뜻만으로 보자면 헤지펀드는 투자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안전하게 돈을 굴리는 투자펀드를 말한다.
헤지펀드는 그러나 은행이나 증권회사와 같이 대중을 상대로 자금을 모으지 않고 100명 미만의 소수 투자자들만 회원으로 모아 펀드를 만든다.
어느 나라든지 금융 당국(정부)은 일반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은행이나 증권회사들이 파는 간접투자상품에 많은 규제를 하고 있다.
우리 부모님들이 많이 가입하는 적립식 펀드들도 역시 많은 규제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주식에 투자자금의 전부를 몰빵식으로 투자하지 못하게 하거나 지나치게 주식을 자주 샀다 팔았다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투자자들은 전문가에게 돈을 맡기면서도 이런 제한을 받지 않고 자유스럽게 투자하기를 원한다.
바로 이런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모아 제한 없이 본격적인 투자활동에 나서도록 한 것이 헤지펀드인 것이다.
그러나 보니 헤지펀드들은 단기투자나 몰빵식 투자도 서슴지 않는다.
또 금융선물이나 옵션 등 도박에 가까운 신종 금융상품에도 투자하는 것이다.(금융 선물이나 옵션같은 단어들은 다음에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초단기 투자를 위주로 하는 핫머니이기 때문에 이들 자금이 어디로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칠 수도 있다.
또 특정 국가 차원에서 보면 이러한 핫머니가 대거 유입되거나 유출되면 자기 나라의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도 있고 나라의 경제정책을 혼란에 빠뜨릴 위험도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서는 나라마다 헤지펀드를 적절하게 규제함으로써 부정적 파장을 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요즘 와서 유독 '헤지펀드발 국제금융위기설' 등이 나오는 것인가. 우선은 헤지펀드의 규모가 커지면서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막대해졌을 뿐만 아니라 헤지펀드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갖가지 위험요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근래 들어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회사인 GM과 포드자동차가 부실화되면서 이들이 발행한 회사채 값이 폭락해 여기에 투자한 헤지펀드들이 막대한 손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헤지펀드들이 손실을 보면 어떻게 될까. 앞서 설명했던 대로 개인투자자들이 돈을 모아 만든 것이기 때문에 투자한 사람들이 손해를 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물론 일시적으로 손해를 보았더라도 다음 기회에 더 많은 이익을 남긴다고 생각하면 국제금융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번 손해가 나는 것을 보면 헤지펀드에 돈을 댔던 투자자들이 앞으로도 더 많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당장 손을 떼고 싶어할 것이다.
말하자면 많은 투자자들이 일시에 자금을 회수(환매)해 갈 우려가 있다.
이렇게 되면 그 펀드는 망하게 되고,그 펀드만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펀드에 돈을 빌려준 은행이나 금융회사들도 연쇄적으로 손실을 보게 된다.
국제금융시장에 일파만파의 충격을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요즈음 세계적인 불황으로 인해 그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위기설'의 핵심이다.
이계민 한국경제신문 주필 le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