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DJ Doc의 ‘머피의 법칙’이라는 노래가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재미있는 통계] 1. 머피의 법칙이냐 머피의 오류냐
이 노래 속에서 주인공은 “미팅에 나가 ‘저 애만 안 걸렸으면..’하는 애가 꼭 짝이 되고,오랜만에 동네 목욕탕에 가면 정기휴일”이라고 투덜댄다.


이 노래가 인기를 끌자 이제는 많은 사람들의 일상대화에서도 머피의 법칙이 언급되곤 한다.


머피의 법칙이란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반드시 잘못되고야 만다’는 것으로 일이 예상과는 달리 자꾸 꼬일 때 사용되는 표현이다.


머피의 법칙의 원조(元祖)는 우리나라의 속담에도 있다.


‘(흔하게 널린)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속담이 바로 그것이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조사한 머피의 법칙의 몇 가지 사례를 보자.


“급해서 택시를 기다리면 빈 택시는 길 건너편에 나타난다.그래서 기다리다 못해 길을 건너가면 다시 반대편에 빈 택시가 자주 지나간다”.


“기다리던 전화는 기다리다 지쳐 신발끈까지 다 묶고 막 나가려는 순간에 따르릉하고 울린다”.


“운전하다 기름이 떨어져 주유소를 찾으면 주유소는 꼭 반대쪽에 나타난다”.


그러나 머피의 법칙이란 사람들이 자주 일으키는 판단의 착각일 뿐이다.


사람들은 어떤 사건의 확률을 평가할 때 쉽게 기억이 나는 사건들이 일어날 확률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사람들의 판단오류 중 하나인 유용성 오류(availability bias)라고 한다.


예를 들어 보자.


살인사건으로 인해 죽을 확률과 자살할 확률 중에서 사람들은 어떤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인사건으로 인해 죽을 확률이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할 것이다.


살인사건은 대개 매스컴에 크고 자세히 다루어지므로 사람들이 기억을 쉽게 떠올리는 반면 자살사건은 거의 보도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살로 죽는 사람수가 더 많다.


심지어는 세계 50억 인구 중 어떤 사람이 당신을 죽일 확률을 모두 더한다고 해도 그 확률은 당신이 자살하게 될 확률보다 여전히 작다고 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여행보다 비행기여행이 훨씬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TV뉴스에서 본 비행기 사고의 장면에 대한 기억이 그런 판단을 하게 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비행기여행이 훨씬 안전하다.


사람들의 경험 중에서도 어떤 것들은 머리 속에 오래 남는다.


감동적인 장면이라든가 매우 슬펐던 기억 등은 상대적으로 쉽게 다시 떠올릴 수 있다.


그런 기억 중의 하나가 바로 일이 잘 풀리지 않고 꼬였던 기억일 것이다.


그런 기억은 쉽게 되살릴 수 있으므로 사람들은 그런 사건들의 확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착각을 하고 심지어는 그런 착각이 어떤 법칙인 양 생각하여 ‘머피의 법칙’이라는 이름까지 붙여 놓는다.


그러나 실제로 미팅에서 걸리지 말았으면 하던 여자가 실제로 걸리지 않은 경우가 더 많고,어쩌다가 목욕탕에 가서 문제없이 목욕 잘 하고 돌아온 경우가 더 많다.


다만 그런 경험은 너무나 당연해서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급할 때 빈 택시를 못잡아서 애태웠던 순간이,그 흔하게 널린 개똥을 약에 쓰려고 찾으니까 눈에 잘 띄지 않아서 당황했던 경우 등은 뇌리 속에 오랫동안 새겨져 있다.


따라서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반드시 잘못되고야 만다”는 머피의 법칙은 잘못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오래 전에 말했듯이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들이 가끔씩 일어나기도 하는데,그런 경험은 사람들의 뇌리에 인상적으로 남기 때문에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들이 반드시 일어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머피의 법칙을 다음과 같이 길게 수정할 수 있을 것이다.“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우연에 의해 잘못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잘못되었던 경우만을 주로 기억하며 심지어는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반드시 잘못되고야 만다고 착각까지 하는 것이다”.


이것을 “머피의 오류”라고 이름을 붙이자.


그러나 머피의 오류는 사람들에게 곧 잊혀지고 여전히 머피의 법칙만이 기억될는지도 모른다.


김진호 국방대학원 교수 jhkim@kndu.ac.kr


[ 약력 ]


<> 서울대 경영대학 졸업

<> 미국 펜실바니아대 Wharton School 경영학석사 및 박사

<>(전)KBS 선거예측조사 자문위원

<>(현)국방대학교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