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독스 경제학] 세금에도 효율성이 있을까

노택선 <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정부가 세금을 걷으면 정부는 수입(收入)을 얻게 되고 세금을 내는 사람은 그 부담을 안는다.


세금을 내는 사람이 안게 되는 부담이 정부의 수입보다 커질 수 있을까?


이는 조세(租稅)의 효율성과 관련된 이야기이므로 우선 경제학에서 효율성이라는 말이 어떤 뜻으로 사용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보통 효율적이라는 말은 '들인 비용에 비해 많은 것을 만들거나 얻어내는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경제학에서는 효율성을 좀 더 엄격하게 정의하고 있다.


경제학에서 효율성이란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고는 어떤 사람을 더 나은 상태로 만들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한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사과 10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한 사람은 4개,다른 한 사람은 5개를 가지고 있다면 둘 중의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사과를 빼앗지 않고도 1개의 사과를 더 가질 수 있다.


그런데 두 사람이 5개씩 나눠 갖고 있다면 한 사람이 더 많은 사과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사과를 가져와야 한다.


앞의 경우는 현재보다 더 나은 어떤 상태가 존재하는 것을 의미하며,현재의 상태는 개선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


뒤의 경우처럼 보다 더 나은 상태가 없는 경우 현재상태는 가장 효율적인 것이다.


이를 '파레토 효율성'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세금은 항상 비효율적이다.


세금을 없애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불이익을 가져오지 않으면서 세금을 내지 않게 되는 사람에게는 경제상황의 개선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세는 파레토 효율성을 적용할 수 없다.


그렇다고 세금을 안 걷을 수도 없으니,정부는 세금의 납부를 하나의 의무로 규정하는 것이다.


결국 조세와 관련해서 효율성을 이야기할 때는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그 기준은 바로 세금의 초과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글머리에서 말한 것처럼 세금은 정부 입장에서는 수입(收入)이고 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그런데 양자 사이에는 세금부담이 대체로 세금수입보다 큰 관계가 성립하는데 이때 세금수입을 넘어서는 부담을 조세의 초과부담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세금을 내면 그 크기만큼이 정부의 수입이 될 텐데,어떻게 해서 수입보다 부담이 크다는 것일까?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보자.


정부에서 과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승용차의 경우 배기량 2000cc 이상에는 8%,그 이하에는 4%의 특소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가정하자.


자동차를 많이 타야 하기 때문에 안락함과 안전을 위해 배기량이 큰 차를 선호하는 갑(甲)은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큰 승용차를 사고 8%의 특소세를 내거나 큰 차를 포기하는 대신 4%의 세금만 내는 경우이다.


만일 갑이 전자를 선택하여 240만원의 특소세를 내면,세금수입과 세금부담은 각각 240만원으로 같아진다.


하지만 만일 갑이 후자를 선택하여 60만원의 특소세를 낸다면 정부의 세금수입은 60만원인 반면,갑이 부담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은 특소세 60만원에 승용차의 크기를 줄임으로써 감수해야 하는 효용의 손실을 더해야 한다.


갑은 특소세가 부담이 되어 작은 차를 구입함으로써 안락함과 안전성이라는 자신의 효용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경우 특소세 부과에 따른 효용의 감소는 바로 세금 부과에 따른 금전적 부담을 넘어서는 초과부담을 의미한다.


소비자들이 경제적 선택을 하는 과정이 조세로 인해 왜곡될 경우 세금은 소비자들에게 초과 부담을 안기게 된다.


앞서 언급한 세금의 효율성은 이러한 초과부담을 줄일 수 있는 세제를 뜻한다.


같은 세수를 올릴 수 있는 두 가지 세금이 있을 때 초과부담이 적은 세금이 국민경제 전체의 입장에서 더 효율적이라는 말이다.


특별한 경제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안된 세금이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조세의 형평성과 아울러 효율성도 중요한 고려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무조건적인 세금의 의무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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