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특별인출권 내달 1일 편입
2009년부터 위안화 국제화 주력
무역결제 5년 만에 7조위안 급증
한국 포함 33개 국과 통화스와프도
[글로벌 뉴스] 위안화 '세계 5대 화폐'로… 중국, 미국 달러화 패권에 도전
다음달 1일부터 중국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 정식 편입된다. 신흥국 통화 중 첫 번째 준비통화로 인정받는 것으로 2차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이어진 국제 금융질서와 한국을 포함한 각국 경제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SDR은 회원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담보 없이 인출할 수 있는 가상적인 국제 준비자산이자 통화다. 1970년 도입 당시에는 SDR과 미국 달러화 가치를 같게 하기 위해 1SDR을 금 0.88671g으로 설정했다. 이후 브레턴우즈 체제가 약해지고 변동환율제도가 도입되자 SDR의 새로운 산출 방식을 모색했다.

금은 생산량에 한계가 있고 미국이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감수(‘트리핀 딜레마’라고 부른다)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1974년부터는 SDR 가치를 세계 교역에서 1% 이상 차지하는 상위 16개국 통화와 연계해 산출하는 복수통화 바스켓 방식이 도입됐다.

하지만 구성 통화가 많아 계산이 복잡하고 변동성이 커 1981년부터는 미국 달러화, 일본 엔화, 독일 마르크화, 영국 파운드화, 프랑스 프랑화로 대폭 축소했다. 2001년부터는 마르크화와 프랑화가 유로화로 흡수되면서 달러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 4개국 통화로 구성돼 왔다. 각각의 비중은 42%, 37%, 10%, 11%다. 특정국 통화의 SDR 편입 여부는 5년에 한 번씩 기존 편입국의 85%가 찬성해야 확정된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 국제화’를 공식 선언한 2009년 이후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시진핑 정부 들어 이 과제 달성에 주력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위안화 무역결제 규모는 2010년 3분기 1264억위안에 불과했으나 작년에는 7조2300억위안으로 급증했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33개국과 3조3100억위안에 달하는 통화 스와프도 맺고 있다. 경상 및 자본 거래뿐만 아니라 역외 위안화 거래센터 구축, 역내 위안화 직거래 확대 등을 통해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인프라 확충에도 노력해 왔다. 작년 4분기 위안화 국제화 지수(RII)는 3.6으로 2013년 4분기 0.95에 비해 네 배나 높아졌다. RII는 경상거래와 자본거래,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해 산출한다.

시진핑 정부가 위안화의 SDR 편입에 주력해 온 가장 큰 이유는 위안화가 중국 경제에 걸맞게 국제통화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 수출액 등을 기준으로 중국의 위상은 세계 2위까지 높아졌으나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큰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앞으로 SDR의 준비통화로 사용되기 시작하면 경제 규모에 걸맞게 국제 금융시장에서 위상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은 위안화를 외환보유 통화로 구성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신흥국에 속한다는 그 자체만으로 불이익을 당한 ‘낙인 효과’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효율적인 자금 조달도 가능해진다. 국제 채권시장은 대부분 달러화,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 등 선진국 통화로 이뤄져 있어 중국은 빠른 경제 성장과 규모에도 불구하고 신흥국 우려에 따른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 지급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1980년대 이후 일본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으로 달러 자산을 매입해야 하는 달러 함정에 빠졌다. SDR 편입으로 위안화가 국제 준비통화의 한 축을 담당하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화나 달러 자산 비중을 줄여나가 장기적으로 달러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IMF SDR 통화 바스켓

국제통화기금(IMF) 회원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담보 없이 인출할 수 있는 가상적인 국제 준비자산이자 통화.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