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경제의 만남] (42) '승자의 저주' 경계해야 하는 M&A 전문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기업들은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바로 ‘이윤 극대화’다.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돈을 많이 남기는 것이 기업의 존재 이유이고, 또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다양한 방안을 구상하고 시행한다. 신규 사업에 뛰어들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때로는 불필요한 사업 부문과 인력을 과감히 정리하여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장을 도모하기도 한다.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기술 개발과 경영 혁신에 몰두하는 것도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기업 활동의 일환이다.

M&A(Merges & Acquisitions) 역시 마찬가지다. 둘 이상의 기업이 단일 기업으로 결합하는 합병(merger)과 하나의 기업이 다른 기업의 주식이나 자산을 매입하여 경영권을 획득하는 인수(acquisition)는 기업의 역량을 강화하여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기업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윤 극대화와 지속 성장을 끊임없이 도모하는 기업에게는 유효한 선택지 중 하나가 된다.

M&A는 어떠한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는 어떠한 직종의 사람들이 관여될까? 일반적으로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 또는 합병하고자 할 때는 이와 관련한 업무를 전담하는 프로젝트 팀을 구성하기 마련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실무 경험과 전문 지식을 갖춘 인력들이 주로 배치되는데, 경영 금융 법률 회계 등의 전문가가 포함되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M&A 추진 전략을 수립하여 실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M&A는 엄청난 자금이 소요되고 막대한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어야 하는 중차대한 작업이다. 또한 M&A는 대기업조차 몇 년에 한 번 실행할까 말까한 비상시적인 기업 활동에 속한다. 그렇다보니 M&A는 실무 경험이 풍부하고 전문 지식을 보유한 금융기관, 회계 법무법인, 컨설팅회사와 같은 기업 외부의 전문기관을 통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M&A 성공 좌우하는 핵심 ‘실사’

기업의 내부나 외부에서 M&A를 담당할 주체가 결정되고 나면, 인수 또는 합병할 대상 기업을 선정하고 해당 기업에 대한 실사가 이루어진다. 대상 기업은 후보 기업들의 장점과 단점을 비교하여 결정하되, M&A로 얻을 수 있는 경제성이 가장 크고 여러 부문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 ‘인수 가격’ 또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 중 하나다. 대상 기업이 선정되면 이 기업이 M&A의 대상으로 타당한지 실사를 통해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실사는 대상 기업을 선정하기 위해 수집한 정보와 분석한 자료가 올바른지 확인하는 단계로, M&A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의 여러 전문가들이 실사 과정에 참여하게 되는데, 통상적으로 관련 산업에 정통한 전문가나 기술자, 대상 기업의 재무 상태를 점검할 재무분석가와 회계사, M&A 관련 법률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변호사와 세무사, 인수 가격을 설정하고 자금을 조달할 금융전문가 등이 중심이 되어 실사가 진행된다.

실사 단계까지 마무리되면 M&A 성사를 위한 협상이 시작되고, 협상이 마무리되면 계약을 체결하여 대금을 지급하고 M&A 거래를 완료하게 된다. 이후에도 인수 기업은 사후적으로 전담 팀을 꾸려 피인수 기업과의 통합 과정을 세밀히 관리하고, M&A의 기대효과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로운 생산요소·기술 획득

기업들이 M&A를 통해 다른 기업을 인수 또는 합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M&A를 통하면 새로운 생산요소와 기술의 획득이 가능해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새로운 산업이나 시장으로의 진입이 가능해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경제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위기를 분산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M&A를 통하면 다른 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노하우를 획득할 수 있으므로 기업 성장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한마디로 M&A는 다른 기업의 자산이나 기술, 경영상의 노하우 등을 발판삼아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 지렛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이처럼 M&A를 통한 기대 효과가 다양하고 큰 만큼 M&A를 실시할 때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기 마련이다. 일례로 영국의 이동통신업체 ‘보다폰’과 독일의 통신건설장비 그룹 ‘만네스만’ 간에 이루어진 M&A는 약 2030억달러의 인수대금이 지급되었는데, 이는 2014년 대한민국 예산(357조원)의 3분의 2에 육박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따라서 M&A는 상당히 신중하게 고려되고 진행되어야 한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인수 기업이 경제학에서 말하는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 상황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리한 기업인수 재무 악화시켜

승자의 저주는 경매에서 비롯된 용어로, 상품을 낙찰받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비용을 지급한 결과 사후적으로 낙찰자가 어려움에 처하거나 손해를 보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최근 들어서는 ‘승자의 저주’ 현상이 경매 이외의 분야에서도 종종 목격되고 있는데, M&A도 그러한 분야 중 하나다. 즉, 인수대상 기업의 가치나 M&A로 얻게 되는 효과를 과대평가할 경우 인수기업의 재무상태가 위험에 빠지거나 들어간 비용만큼의 효과를 누리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경우 무리한 M&A는 인수 기업을 도산의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데,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여러 기업을 인수·합병하여 사세를 확장했던 STX그룹이 M&A를 통해 ‘승자의 저주’에 빠진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M&A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M&A로 야기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 수립은 물론이고 인수대상 기업에 대한 평가와 실사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합리적인 인수 가격 설정 또한 놓쳐서는 안 될 부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인수기업은 다방면에 걸쳐 전문적인 지식을 보유한 인재들로 M&A 전담팀을 구성하거나 이러한 능력과 조직을 보유하고 있는 외부 전문기관의 도움을 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산업과 시장의 상황을 분석하고 전망할 수 있는 경제경영전문가, 기업의 자산 흐름을 파악하고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
[직업과 경제의 만남] (42) '승자의 저주' 경계해야 하는 M&A 전문가
는 재무회계전문가, M&A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률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률전문가, M&A에 소요되는 비용을 산출하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금융전문가 등이 M&A 과정에서 필요한 주요 인력들에 속한다.

따라서 M&A 분야에 종사하고 전문가가 되기를 희망한다면 경영과 행정, 경제와 회계, 인사와 법, 영업과 마케팅, 금융과 산업 등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관련 자격을 취득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원식 < KDI 전문연구원 kyonggi96@kdi.re.kr >


● 승자의 저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승리를 쟁취하였지만, 그 과정에서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여 위험에 빠지거나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말한다. 승자의 저주는 경매에서 주로 사용되는 말로, 입찰가격을 너무 높게 불렀거나 취득한 재화로부터 얻은 이익이 예상보다 낮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 M&A 전문가: 기업 간 M&A와 관련된 업무를 직접 수행하거나 기업에 M&A 관련 자문 및 지원 업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M&A 관련 종사자 중 대다수가 대학 이상의 학력을 소지하고 있으며 관련 학문으로는 경영학, 경제학, 법학, 산업공학 등이 있다. 종사자 중 상위 25%의 임금이 평균 6,500만원에 달하며 직업만족도도 높은 편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