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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기타
17세기 대기근 때 240만명 '아사'…노비제도 몰락
기근(飢饉)의 사전적 정의는 절대적으로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유명한 대기근으로 아일랜드 기근, 벵골 기근, 우크라이나 기근이 있고 최소 100만 명 이상의 아사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찰리 채플린 주연의 영화 ‘황금광 시대’에는 산속 외진 오두막에서 식량이 떨어진 남자 둘의 이야기가 나온다. 남자 1은 자기 구두를 삶아 먹는다. 시간이 지나자 이번에는 남자 2의 눈에 남자 1이 칠면조로 보이기 시작한다. 폭소를 터뜨리게 만드는 장면이지만 이게 현실이 된다고 가정해보라. 그곳이 바로 지옥이다. 대기근 2년 동안 지옥 같은 일들이 무수히 벌어졌다. 대기근은 전쟁보다 더 큰 재앙우리에게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조선 후기 대표적 기근인 경신대기근(1670~1671, 현종 11~12년)과 을병대기근(1695~1696, 숙종 21~22년)이다. 소(小)빙하기가 주요 원인으로 전 세계가 다 같이 고통받았지만 한반도만큼 끔찍한 곳은 없었다. 경신대기근 때는 최소 100만 명, 을병대기근 때는 141만 명이 굶어 죽었다. 보통 조선 국가 체제 몰락의 단초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양란을 꼽지만, 재앙의 강도로 치면 이 두 기근을 따라가지 못한다. 아사(餓死)라고 하면 흔히 중산층 이하를 떠올린다. 그러나 이 두 기근 때는 고위 관료까지 굶어 죽었다. 임금을 지키는 호위무사도 쓰러졌고 왕실 피붙이도 죽었다. 기근은 사회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기근 전까지 조선 사대부는 부를 축적하려는 이기심과 싸워 이겼다. 그러나 두 번에 걸친 굶주림의 시대가 끝나자 지배계급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재산을 축적하기 시작했다. 경신대기근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쌀 생산량 기준) 2달러를 1달러로 떨어뜨린 임진왜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