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해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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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기자
태아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 절충할 타협점은?
미국 연방 대법원이 임신 28주까지 낙태 권리를 인정했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해 이제 미국에서 낙태권에 관한 결정은 각 주 정부의 권한이 됐다. 연방 대법원의 판결 후 10여 개 주는 낙태금지법 시행에 들어갔다.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 사이에서 팽팽한 공방이 오가는 것을 보며 닐 슈스터만의 SF 소설 《Unwind》가 떠올랐다. 이 소설은 낙태가 전면 금지된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리고 있다. 잉태된 모든 아이가 태어나는 대신 이 아이들은 18세가 되기 전 부모의 선택에 따라 생사가 결정된다. 만일 부모가 13~17세의 아이를 더 이상 기르지 않겠다고 하면 자녀는 합법적으로 언와인드(해체)된다.이 소설에서 ‘언와인드’라는 말은 신체 각 부분을 조각조각 떼어내 값을 매기고 장기 이식이 필요한 사람에게 파는 행위를 뜻한다. 분해될 운명을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려는 아이들이 자기 생명과 신체에 관한 권리는 부모가 아닌 자신들에게 있다고 외치던 것이 인상깊었다.우리나라는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처벌 조항을 헌법불합치로 결정, 관련 조항은 효력을 잃었다. 하지만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입법 공백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또 모자보건법에는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한다고 명시돼 있어 낙태가 완전히 합법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헌재 결정 취지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한 것이지만, 낙태가 무분별하게 행해지고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생겨나서도 안 된다.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는 방향으로 관련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김재윤 생글기자(세현고 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