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국어 학습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소설의 단골 소재는 '성장'…그건 갈등과 깨달음의 열매!
나는 깨진 단지를 눈으로 찬찬히 확인하는 순간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어찌 떨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 단지의 임자가 욕쟁이 함경도 할머니임에 틀림없음에랴! 이 베락 맞아 뒈질 놈의 아새낄 봤나, 하는 욕설이 귀에 쟁쟁해지자 등 뒤에서 올라온 뜨뜻한 열기가 목덜미와 정수리께를 휩싸며 치솟아 올라 추운 줄도 몰랐다. 눈을 비비고 또 비볐지만 이미 벌어진 현실이 눈앞에서 사라져 줄 리는 만무했다.집 안팎에서 귀청이 떨어져라 퍼부어질 지청구와 매타작을 감수하는 게 상수인 듯싶었다. 아무도 밟지 않은 첫길이라고 일부러 발끝에 힘을 주어 제겨 딛고 가느라 우리 집 앞에서 변소 앞까지 뚜렷이 파인 눈 위의 내 발자국은 요즘 말로 도주 및 증거 인멸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봉쇄하고 있는 터였다. <중략> 나는 울기 전에 최후의 시도를 하기로 맘먹었다. 우랑바리나바롱나르비못다라까따라마까뿌라냐……손오공이 부리는 조화를 기대하며 입속으로 주문을 반복해서 외었다.[중략 부분의 줄거리] 눈사람을 만들어 깨진 단지를 숨기고, 혼날 것을 두려워한 나는 가출을 한 후 여러 곳을 방황하다 해질녘에 집으로 돌아온다. 눈사람은 깨끗이 치워져 있었고, 혼낼 줄로 알았던 집 안 사람들은 나에게 무심한 채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들의 일만 한다.나는 나를 둘러싼 세계가 너무도 낯설게 느껴졌다. 내가 짐작하고 또 생각하는 세계하고 실제 세계 사이에는 이렇듯 머나먼 거리가 놓여 있었던 것이다. 그 거리감은 사실이 세계는 나와는 상관없이 돌아간다는 깨달음, 그러므로 나는 결코 주변으로 둘러싸인 중심이 아니라는 아슴프레한 깨달음에 속한 것이었다. <중략>그러고는 어른처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개념들의 공통점과 차이점 구별하는 훈련 쌓아야
아렌트가 제기하는 핵심 문제는 바로 행위의 가능성이다. 아렌트는 인간의 활동으로 ‘노동’, ‘작업’, ‘행위’를 제시하고 이 세 가지 활동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인간의 실존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한다. 그녀가 생각하는 노동은 생물학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동물적 활동이다. 노동은 자기 보존의 수단일 뿐이고 생존을 위해 필요한 생산과 소비의 끊임없는 순환 과정 속에 종속된 것이다. 작업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서 삶의 편의를 위해 물건과 결과물을 만드는 것으로 자연과 구분되는 인간 세계를 구축하는 활동이다. 마지막으로 행위는 다른 존재들과 상호소통하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으로 다수의 사람들과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활동을 의미한다. 그녀는 행위가 노동, 작업과 달리 혼자서는 할 수 없기에 오직 행위만이 타인의 지속적인 현존을 전제 조건으로 삼는다고 밝힌다. 그리고 노동과 작업을 사적인 것으로, 행위를 공적인 것으로 구분하고 행위가 이루어지는 곳을 공적 영역으로 규정한다. <2020학년도 9월 교육청 전국연합평가> 인간의 활동… ‘노동’, ‘작업’, ‘행위’… 인간의 실존을 가능하게‘A(으)로 B, C, D를 제시하다’와 같은 어구는 A의 종류 또는 구성 요소로 B, C, D가 있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 A는 상위 개념, B, C, D는 하위 개념이 된다. 그럴 경우 [A]와 같이 개념 사이의 상하관계를 고려해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A는 B를 가능하게 하다’와 같은 문장은 A가 B의 방법이거나 원인이 된다. 이를 고려하면 위 내용은 [A]를 확장하여 [B]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실존(實存, 실제 실/있다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시 감상의 첫걸음은 시적 상황 파악…그때 시인의 마음은?
순이(順伊)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나려, 슬픈 것처럼 창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우에 덮인다. 방안을 돌아다 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정이 하얗다. 방안에까지 눈이 나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훌훌이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 일러둘 말이 있든 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 밑, 너는 내 마음속에만 남아 있는 것이냐, 네 쪼고만 발자욱을 눈이 자꾸 나려 덮여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욱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욱을 찾아 나서면 일 년 열두 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나리리라. -윤동주 <눈 오는 지도>이 시와 같이 ‘떠난다’라는 말이 직접 나오면 우리는 시인에게 감사해야 한다. 왜냐하면 시를 감상할 때 중요한 것이 시적 상황인데, 우리는 이 시에서 어렵지 않게 이별이라는 시적 상황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뒤에 나오는 ‘가는’ 또한 이별을 알려주는 시어이다. 그뿐이랴! ‘아무도 없다’, 즉 부재의 의미를 갖는 시구나, ‘잃어버린’, 즉 상실의 의미를 갖는 시어에도 우리는 감사해야 한다. 사별이니, 부재(不在)니, 상실이니, 결핍(缺乏)이니 하는 것들은 모두 이별의 또 다른 모습이다. 시인은 친절하게도 이별의 상황을 알려주는 시어들을 여기저기 배치해 놨다.이별이라는 시적 상황을 말하고 있는 시의 경우 슬픔의 정서를 어느 부분에서 드러냈는지를 찾아야 한다. 그렇기에 이 시에 ‘슬픈’이라는 시어가 직접 사용된 것이 또다시 고맙다. 그런데 어떤 상황이나 정서를 직접 말하기만 한다면 독자들은 시인에게 감사할지언정 감탄 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