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음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백열[배결]전구'와 '문학열[문항녈]'
‘고유명사의 발음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기존의 관습적 발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단어의 발음이나 해당 인명의 표기 등을 두루 고려했을 때 [윤서결]로 발음하는 것이 좀 더 적절해 보입니다.’ 지난 3월 국립국어원이 홈페이지 내 게시판인 ‘온라인가나다’에 올라온 답변 요지다. 20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윤석열 당선인의 이름을 어떻게 발음하는 게 좋을지 국어원이 내린 유권해석이다. 합성어냐 아니냐에 따라 ‘-열’ 발음 달라져표준어 규정의 하나인 ‘표준발음법’은 한자어 이름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명시적 규정을 담고 있지 않다. 그로 인해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지 2년여가 됐건만 언중 사이에 통용되는 발음은 여전히 두 가지다. [윤성녈]과 [윤서결]. 더구나 전에는 당선인 대변인이 [성녈]로 불렀는데, 최근엔 [서결]로 발음해 더욱 헷갈린다.많은 논란과 주장이 나왔지만, 핵심은 한자어 이름을 합성어로 볼 것인지 아닌지로 귀착된다. 합성어로 보면 [성녈]이고, 한 단어로 보면 [서결]이다. 여기에 고유명사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판단하면 된다. 그런데 이름의 합성어 여부 판단이 그리 간단치 않다. 합성어에 관한 변별 자체가 역사적으로 논란거리였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이번 온라인가나다 답변을 통해 이름(名)을 합성어로 보지 않는다고 의견을 밝힌 셈이다.2음절 한자어를 비롯해 이름을 합성어로 보기 어려운 것은 ‘흡열/절약/독약/석양/면역’ 같은 단어 몇 개만 봐도 금세 드러난다. 한자어라는 특성상 뜻글자 결합으로 이뤄졌지만, 글자와 글자 간 경계를 느끼지 못한다. 이들은 발음할 때 자연스럽게 [흐별/저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알이백'은 왜 소통 실패를 불러오나?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일이 10월 26일에서 12월 6일로 바뀔 수 있을까? 기억에도 아스라해지는 이 사건을 역사는 ‘10·26 사태’라고 부른다. 그런데 실제로 이날이 12월 6일로 둔갑하는 일이 벌어졌다. 2007년 17대 대통령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다. 당시 한 방송사는 야당의 대선 후보 청문회 소식을 전하면서 “십이륙(10·26) 사태 직후”라는 언급을 했다. 이를 자사 인터넷 사이트에 활자로 옮기면서 ‘12·6 사태 직후’라고 입력한 것이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도 잘못된 표기가 그대로 전송되는 ‘사태’를 빚었다. ‘RE100’은 낯선 말…읽는 법 정해지지 않아커뮤니케이션에서 발음의 불완전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표기에 비해 의미 전달의 정확성이 떨어져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늘 신경 써야 한다. 20대 대선 TV 토론회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한 후보가 “알이백”을 불쑥 꺼내든 것이다. 상대 후보가 “네?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실래요?”라고 하자 그는 또 “알이백”이라고 말했다. 상대 후보는 결국 “알이백이 뭐죠?”라고 되물었다.이날 토론회에서 당황스러움은 한순간이었지만 정작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오랫동안 곤혹스러움이 이어졌다. 토론회가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인터넷상에서 갑론을박이 전개됐다. ‘알이백’…, 설마 당구 200 치냐고 물은 것은 아니겠지? 나중엔 시중에 이런 우스갯소리마저 돌았을 정도다. 메시지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한 사례다. 메시지를 ‘문법(공통의식 또는 구성원 간 약속)’에 기초해 작성하지 않으면 수신자가 해독에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광주는 전라도 光州…광:주는 경기도 廣州 가리키죠
20대 대통령선거가 막을 내렸다. 늘 그렇듯이 나라 안 크고 작은 행사는 끝난 뒤에도 우리말과 관련해 곱씹어볼 과제들을 남긴다. 이번 대선에서도 맞춤법 표기에서부터 발음 문제, 외래 약어 사용 논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각거리를 제기했다. 그 가운데 비교적 시시비비가 분명한 발음상 오류부터 살펴보자. ‘사전투표’에서 ‘사전(事前)’은 길게 발음해야대선 당일 직전 치러진 사전투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관리로 유권자들의 혼란을 초래했다. 그와 별개로, ‘사전투표’에서 드러난 우리말 발음 혼란은 국민의 언어생활에 못지않은 주름을 지게 했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방송인들조차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사전투표의 ‘사전’은 일(事)이 일어나기 전(前), 한자로 ‘事前’이다. ‘일 사(事)’ 자라는 게 핵심이다. 이 말은 길게 발음 [사:전]이라고 발음해야 한다. ‘사후(事後)’도 마찬가지로 [사:후]라고 발음한다(참고로 표준국어대사전의 표제어 밑에 있는 발음 정보에서 쌍점(‘:’)으로 표시된 것은 그 말이 장음임을 나타낸다. 아무 표시가 없는 것은 단음으로 발음한다). 이를 짧게 [사전]이라고 말하면 국어사전, 영어사전 할 때의 ‘사전(辭典)’을 가리킨다.대선 기간 막판에 쟁점이 된 ‘사표’ 논란도 우리말 발음에서 주의해야 할 단어다. 한 후보는 “사표(死票)는 없다. 저한테 찍는 표만이 생표(生票)가 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때의 ‘사표’는 ‘죽을 사(死)’ 자로, 이는 길게 [사:표]라고 발음하는 말이다. “이번 선거는 1년여 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