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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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띄어쓰기가 중요한 이유
한때 수원~광명 고속도로상에 야릇한 이름의 표지판이 등장해 화젯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동시흥분기점’이 그것이다. “동시흥분기점까지 6㎞ 남았다네…. 근데 이 이상한 이름은 뭐지?” 2016년 개통한 이후 운전자들에게 ‘엉뚱한 상상력’을 자극하던 이 명칭은 2017년 말께 ‘동시흥 분기점’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띄어쓰기로 엉뚱한 상상력 유발을 차단한 것이다.‘열쇠 받는 곳’이라 하면 금세 알아예전에 ‘키불출장소’란 말이 있었다. 지금도 가끔 쓰인다. 이 말도 사연을 알고 나면 “아하! 그렇구나” 하겠지만 모르고서는 희한한 말일 뿐이다. “키불 출장소? 그런 데도 있나?” 사람들은 낯선 말을 받아들일 때 대개 자신에게 익숙한 단어 단위로 인식한다. 동시흥분기점은 ‘동시 흥분 기점’으로, 키불출장소는 ‘키불 출장소’ 식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 언어 인식체계가 그렇게 구조화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소통’에 실패한 사례다.한편으론 우리말 육성과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시사한다. 하나는 띄어쓰기의 중요성이고, 다른 하나는 쉬운 말로 쓰기다. 우선 띄어쓰기를 하면 조금 나아진다. ‘동시흥 분기점’이라 하면 아쉬운 대로 의미 전달이 훨씬 잘 된다.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몸에 익어 알기 쉬운 순우리말로 풀어쓰는 것이다.분기점(分岐點)은 ‘길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곳’이다. 영어 약자 ‘JC(junction)’를 다듬었다. 고속도로와 다른 고속도로를 연결해주는, 고속도로를 갈아타는 교차로를 말한다. 전에 ‘동시흥JC’라고 하던 것을 그나마 우리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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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장광설'은 '장황하게 늘어놓은 말'이죠
말의 세계는 깊고도 오묘하다. 별의별 단어들이 다 있다. 지난 호들에서 살핀 ‘주책’ ‘엉터리’ 등은 아예 뜻이 반대로 바뀌어 쓰이는 사례다. 세월이 흐르면서 말의 의미와 쓰임새가 달라지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장광설’도 그중 하나다. 쓸데없이 장황하게 말을 할 때 “장광설을 늘어놓는다”고 한다.유창한 부처님 설법 뜻하던 ‘장광설’인류 역사에서 장광설을 가장 잘 늘어놓은 사람은 누구였을까? 석가모니다. 그는 이 말이 태어나게 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사연을 알아보기 전에 짧은 문답풀이를 하나 해보자. ‘천동설, 감언이설, 대하소설, 성선설, 횡설수설, 장광설.’ 모두 ‘-설’로 끝나는 복합어다. 이 중 특이한 ‘-설’이 하나 있다. ‘장광설’이다. 길게 늘어놓는 말을 가리키니 ‘말씀 설(說)’을 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혀 설(舌)’자다. 나머지는 모두 ‘말씀 설’이다.그 앞에 ‘긴 장(長), 넓을 광(廣)’이 붙었다. ‘길고도 넓은 혀’란 뜻이다. 여기에서 ‘길고 줄기차게 잘하는 말솜씨’란 의미가 나왔다. 이 장광설은 석가모니의 신체적 특징 중 하나였다고 한다. 석가모니의 장광설은 중생을 계도하는 진실한 설법을 상징하는 말이었다. 중국 북송 때 최고 시인인 소동파가 남긴 시구 ‘溪聲便是長廣舌…’에 본래 의미의 장광설이 나온다. ‘계곡 물소리가 곧 부처의 유창한 설법이네…’란 뜻으로, 폭포소리에서 얻은 깨달음을 담은 표현이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이 말이 일상의 단어로 자리 잡으면서 원래 의미가 퇴색했다. 대신에 ‘길고 지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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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금명간'은 한자어…'이른 시일 내'로 쓰면 쉽죠
지난 4월 26일 새벽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을 놓고 여야가 대치하는 과정에서 ‘빠루’가 등장했다. 곧이어 포털사이트엔 ‘빠루’가 실시간검색(실검)에 올랐다. 이에 앞서 14일 치러진 삼성그룹 대졸공채시험 뒤에도 ‘칠칠하다’ ‘서슴다’ 같은 단어가 화제가 됐다. 신문들은 문제로 나온 낯선 낱말 앞에서 수험생들이 당혹스러워하던 분위기를 전했다.‘빠루-노루발못뽑이’ 둘 다 실패그런 사례는 많다. 지난 3월엔 ‘금명간’이 실검에 떠 주목을 받았다. 경찰에서 한 연예인의 구속 영장을 ‘금명간 신청한다’는 보도가 나온 뒤였다. ‘금명간’이 뭐지? 네티즌에게 이 말이 생소했던 모양이다.우리말을 둘러싼 이런 관심은 두 가지 상반된 화두를 던진다. 하나는 우리말을 대하는 인식이 사회적 화제가 될 만큼 커졌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아니, 이런 말을 잘 모르나?’ 하는 안타까움도 묻어난다. 이런 사례는 우리말을 살찌우기 위해 필요한 언어정책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를 시사한다.이들은 사실 오래전부터 써오던 익숙한 말이다. 하지만 어떤 연유에서든 지금은 덜 쓰는 말이 됐다. 왜 그렇게 됐을까? 지렛대 원리로 못을 뽑는 도구인 ‘빠루’는 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 영어로는 ‘크로 바(crow-bar)’다. 까마귀 발을 닮았다 해서 그런 말이 생겼다. 이걸 일본에서 뒤의 ‘바’만 따다 ‘바루(バ-ル)’라고 적었는데,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된소리 ‘빠루’가 됐다. 원어에서 멀어져 왜곡된 형태로 자리잡은 것이다.당연히 순화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국립국어원에서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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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엄지척'과 '엄지를 치켜들다'의 차이
'엄지척'도 제법 쓰인다. 국립국어원의 개방형 사전인 '우리말샘'에는 2016년 10월에 등재됐다. 하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사전에 등재된 표준어는 아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회담이 지난 12일 열렸다. ‘역사적 만남’이었던 만큼 화제도 많았다. 그중 트럼프가 김정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위로 들어 올린 장면은 여러 해석을 낳았다. 그동안의 관계에 비춰볼 때 ‘파격적 행동’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 동작은 상대방을 최고라고 치켜세우거나 잘했다고 칭찬할 때 나온다. 우리말과 관련해서도 생각할 거리가 있다.‘엄지를 치켜들다’가 가장 적절영어에서는 이를 ‘썸업(thumbs up)’이라고 한다.(외래어표기법으로 하자면 ‘섬업’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의미가 잘 전달되지 않고 말맛도 없다.) 일상에서 자주 하는 동작이지만 아쉽게도 우리말에는 이를 나타내는 단어가 없다. 풀어서 설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형화된 표현이 없기 때문에 서술어가 중구난방이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엄지를 올리고 있다.’ 이때 엄지를 단순히 ‘올린다’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엄지를 들다/세우다/들어올리다/치켜들다/추켜세우다/추어올리다’ 등 10여 가지 동사가 뒤섞여 쓰인다. 여기에 ‘들어보이다/세워보이다/치켜올려 보이다’ 등 ‘-보이다’ 동사가 결합하기도 한다.‘추키다’와 ‘치키다’는 의미상 거의 같은 뜻으로 바꿔 쓸 수 있는 말이다. 공통적인 의미는 ‘위로 올린다’는 것이다. 각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