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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철 교수의 복싱 경제학

    '배고픈 복서'는 챔피언이 될 수 없다, 이유는?

    외환위기가 발생하기 3개월 전인 1997년 8월에 개봉한 '넘버3'라는 영화(송강호·한석규 주연)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니들, 한국 복싱이 왜 잘 나가다가 요즘 빌빌대는지 아나? 다 이 헝그리 정신이 없기 때문에 그런 거야, 헝그리 정신이.”정말 최근 한국 복싱에서 세계 챔피언이 사라진 이유가 헝그리 정신이 없어졌기 때문일까? 1960년대 대한민국은 가난한 후진국이었다. 당시 우리 부모님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배고픔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고, 그런 정신이 한강의 기적이라고 하는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끌어 냈다는 바로 그 헝그리 정신.그러나 오늘날 한국에 복싱 세계 챔피언이 없는 현실을 헝그리 정신의 부족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우수한 복싱 선수를 배출할 수 있는 시스템과 투자가 없다는 점이 크다.국가 경제도 비슷하다. 특정 산업의 생산성 저하는 해당 산업 종사자의 생활 수준을 떨어뜨린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좋은 장비를 갖추고 최고의 기술로 생산 활동을 해야 한다. 이것이 경제 법칙이다. 세계 챔피언을 길러내기 위한 생산성 향상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이번 오 교수의 복싱 경제학 제6강에서는 왜 헝그리 정신만으로는 세계 챔피언이 될 수 없는지, 이것이 국가 경제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를 다룬다. 일명 거시 경제학의 원리이고, 경제학의 10대 기본 원리 중 마지막 8~10번째 원리이다.국가 경제 작동의 근원적인 원리를 요약하자면 국민의 생활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생산성이고, 통화량의 증가는 물가 상승의 궁극적인 요인이며, 정부는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과 실업을 맞 교환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영상을

  • 과학과 놀자

    설탕을 가열하면 갈색으로 변하는 이유는? '달고나'에 숨은 과학

     과천과학관과 함께 하는 과학 이야기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설탕을 녹여 ‘달고나’를 만드는 것이 하나의 놀이 문화로 떠올랐다. 집에서도 쉽게 달고나를 만들어 볼 수 있는 키트까지 나왔다. 하얀 설탕이 녹으면 갈색으로 변하는 과학적 원리는 무엇일까. 달고나를 만드는 데 베이킹 소다를 넣는 이유는 무엇일까. 달고나에 숨은 과학에 대해 알아보자.달고나의 과학을 이해하려면 우선 원재료인 설탕을 이해해야 한다. 설탕은 단당류인 과당과 포도당이 1:1로 결합한 이당류 형태의 감미료다. 중불에서 하얀 설탕을 녹이면 천천히 갈색으로 변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일종의 갈변 반응인 캐러멜화 반응이다. 이 캐러멜화 반응은 설탕을 낮은 온도로 가열할 때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설탕의 결합 구조가 깨져 과당과 포도당이 생성되는 것이다.캐러멜화 반응 외에 효소 없이 발생하는 갈변 반응으로는 요리 유튜버 ‘승우아빠’의 스테이크 굽는 법 영상으로 유명해진 ‘마이야르 반응’이 있다. 순수한 당에 열을 가해 갈변을 일으키는 캐러멜화 반응과 달리 마이야르 반응은 당과 아미노산이 상대적으로 저온에서 반응해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갈색으로 변하는 반응이다. 된장이나 간장이 만들어지는 과정 또한 콩과 밀 속에 포함된 당분과 아미노산이 오랜 시간을 거치며 천천히 결합하는 마이야르 반응의 일종이다.달고나에 베이킹 소다(탄산수소나트륨)를 넣는 이유는 무엇일까. 베이킹 소다는 수분이나 열에 반응해 이산화탄소를 방출하기 때문에 제빵이나 발포정 등에 널리 활용된다. 캐

  • 윤명철의 한국 한국인 이야기

    중세 귀족들이 향신료에 열광했던 진짜 이유는?

    ☞옆에서 소개한 사례는 미국의 과학저술가 스티븐 존슨의 책 《원더랜드》(프런티어 펴냄·444쪽·1만6000원)를 발췌해 재구성한 것이다. 이 책은 인류 역사의 혁신이 획기적 아이디어나 기술이 아니라 사소해 보이는 놀이에서 비롯됐다고 소개한다. 패션, 쇼핑, 음악, 맛, 환영, 게임, 공공장소 등 여섯 주제로 나눠 즐거움을 찾는 인간의 본성이 상업화 시도와 신기술 개발, 시장 개척으로 이어진 다양한 사례를 담았다.어느 초등학교 역사책이든 향신료 무역이 세계 역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담고 있다. 세계무역, 제국주의, 콜롬버스와 바스코 다 가마의 항해와 발견, 로마의 멸망, 주식회사, 베니스와 암스테르담의 변치 않는 아름다움, 이슬람교의 세계적 확산, 여러 풍미가 뒤섞인 도리토스의 맛까지 모두 향신료에서 비롯됐다. 인간이 향신료에 맛을 들였기에 오늘날의 세계가 존재하게 된 셈이기도 하다.욕망과 환상의 사치품지금 일상에서 값싸게 누릴 수 있는 향신료는 한때 말도 못하게 비싼 사치품이었다. 인간이 ‘그까짓 맛’ 때문에 그토록 엄청난 비용을 기꺼이 지불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향신료 열풍이 일어난 이유는 기본적인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게 통상적인 해석이다. 고대 로마시대나 중세에는 겨우내 음식을 저장하는 방법으로, 상하기 시작한 고기의 역겨운 맛을 덮기 위해 향신료를 썼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가설을 부정하는 논리도 있다. 후추나 육두구는 거금을 들여야 살 수 있었으므로 1600년대 가격 하락 전까지 유럽 상류층만 맛볼 수 있었다. 그런데 유럽 귀족에겐 신선한 고기나 생선이 동나는 적이 없었다. 그들에게 향신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