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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양 기타

    (54) 알베르 카뮈 '이방인'

    무심한 남자가 빠진 함정‘실존주의’와 ‘부조리’라는 단어가 늘 따라 다니는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 ‘실존’은 근대철학에서 매우 다양하게 쓰이기 때문에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까뮈의 실존주의는 철저한 인간 중심주의 문학을 가리킨다. 실존주의는 유신론과 무신론으로 나뉘는데 카뮈가 주장하는 것은 무신론적 실존주의이다.부조리는 ‘조리에 맞지 않는다’는 단순한 뜻이지만 완전한 철학적 용어로 탈바꿈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에서 인간 존재를 부조리의 산물로 보려는 견해가 나타났고 이를 문학적으로, 철학적으로 구현한 작가가 바로 알베르 카뮈이다.195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까뮈의 작품 《이방인》을 읽을 때 실존주의니 부조리니 하는 것은 잊고 한 인간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며 생각에 잠겨보길 권한다. 너무 유명한 작품이어서 자칫 평자들의 쏟아지는 규정이 오히려 독서를 방해할 수 있다.《이방인》은 1913년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에 태어난 카뮈가 29세에 집필한 작품이다. 주인공 뫼르소는 혼자 지내는 걸 좋아하고, 감정 변화가 크지 않고, 뭘 해야 할지 잘 모르는 요즘 청년들과 닮았다. 성실하게 회사에 다니지만 매사 무관심한 뫼르소에게 양로원에서 지내던 어머니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날아온다. 딱히 나눌 대화도 없고 더 이상 보살필 수도 없어 양로원에 보낸 어머니의 나이도 잘 모르고 슬픔을 표하지도 않은 뫼르소는 장례식을 무덤덤하게 치른다. 집으로 돌아와 해수욕장에 갔고 거기서 회사 동료였던 마리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낸다.마리가 “나를 사랑하나? 결혼하고 싶다”고 하자 뫼르소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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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 니콜라이 고골 '외투'

    짧은 희망이 지나가다입춘이 지났지만 온난화로 녹아내린 북극의 얼음이 찬바람을 뿜어대 아직 외투를 못 벗고 있다. 한겨울에 외투가 없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고골의 소설 《외투》는 우리나라보다 몇 배나 더 추운 러시아에서 옷을 빼앗긴 남자를 그리고 있다.남들이 볼 때 만년 구등관인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적은 월급으로 따분한 일을 하며 인생을 재미없게 사는 사람이다. 정작 당사자는 400루블의 급료에 만족하며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한다. 얼어붙는 듯한 추위가 몰아닥치자 그는 해진 외투를 수선하러 간다.수선공은 이리저리 살펴보다 너무 낡아 더 이상 기울 수 없다며 새 외투를 권한다. 몇 차례의 간청에도 계속 안 된다는 얘기에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외투를 사기로 결정한다. 지난 1년간 조금씩 모은 돈과 생각보다 많이 나온 상여금 덕에 새 외투를 장만한다. 앞으로 차도 마시지 않고 촛불도 켜지 않고 속옷 세탁도 덜하고 신발이 상하지 않게 조심해서 걸을 정도의 내핍생활을 결심하면서.‘외투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축하 파티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강도를 만나 새 외투를 빼앗기고 만 것이다. 경찰관을 찾아가 고발하고 고관에게 간청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허세에 가득 찬 고관의 고압적인 태도에 눌린 데다 외투를 다시 구입할 수 없다는 사실 앞에서 낙담한다. 절망에 빠진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편도선염으로 열이 올라 세상을 떠나고 만다.소설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페테르부르크에 외투를 빼앗는 유령이 나타나고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를 죽음에 이르게 한 고압적인 고관도 부들부들 떨면서 외투를 벗어준다. 그 고관은 어떻게 되었고 유령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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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 장영희·김점선 '생일'

    시를 읽으면 좋은 가사가 나온다형식과 내용에 따라 다양하게 나뉘는 시의 특징은 언어를 함축적으로 다룬다는 것이다. 짧은 언어에 많은 의미를 담아 아름답게 표현하는 시를 ‘문학의 정수’라고 일컫는다. 그래서 시는 감성이 살아 움직이는 청춘에 써야한다고들 말한다. 시인들이 다른 장르에 도전하기도 하는데 시를 오래 쓴 작가들의 문장력은 특별한 데가 있다.예전 학생들이 시집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며 시를 읊었다면 요즘 친구들은 직접 가사를 써서 랩을 만들고 부른다.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에 이어 고등래퍼가 상종가를 치는 중이다. 비트에 맞춰 랩을 할 때 가사에 귀 기울이다가 ‘시를 읽으면 훨씬 좋은 가사를 쓸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아치볼드 매클리시의 ‘시법詩法’에서는 시를 이렇게 표현한다.‘시는 둥그런 과일처럼/만질 수 있고 묵묵해야 한다./엄지손가락에 닿는 오래된 메달들처럼/딱딱하고/새들의 비상처럼/시는 말을 아껴야 한다./시는 구체적인 것이지/진실된 것이 아니다./슬픔의 긴 역사를 표현하기 위해서는/텅 빈 문간과 단풍잎 하나/사랑을 위해서는/비스듬히 기댄 풀잎들과 바다 위 두 개의 불빛/시는 무엇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단지 존재할 뿐이다.’서강대 영문과 교수이자 수필가였던 장영희 선생이 엄선한 시와 단상, 화가 김점선 선생의 밝고 환상적인 그림을 담은 《생일》에서 소개한 시이다. ‘장영희의 영미시 산책’이라는 타이틀로 신문에 연재됐던 시 가운데 49편을 뽑아서 엮은 《생일》은 영어 공부도 하고 시도 읽고 해설도 보고 그림도 감상할 수 있는 일석사조의 책이다.그 자리에서 휘리릭 읽고 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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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 러디어드 키플링 '정글북'

    최연소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정글북》은 1894년 발표된 이래 1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출판, 극장 애니메이션, TV 애니메이션, 영화 등으로 각색되며 사랑받고 있다. 1907년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이 이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을 때 그의 나이는 41세였다. 최연소 수상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디즈니 실사판 영화 《정글북》의 원작인 이 작품 주인공은 ‘늑대인간’ 모글리다. 대충 스토리만 훑으면 이 작품의 진면목을 만날 수 없다. 정글의 동물을 하나하나 상상하면서 그들의 특성과 매치하면 벅차면서 뿌듯하고 재미있는 세상을 탐험할 수 있다. 《정글북》에는 7편의 짧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모글리가 직접 등장하는 이야기는 세 편이다. 이 세 편의 짧은 소설을 제대로 읽으려면 꽤나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어릴 때 그림 동화책을 휙휙 넘기며 봤다면 삽화가 간간이 들어가 있는 성인용 《정글북》을 다시 읽어보길 권한다.늑대인간은 현실에서도 가끔 등장해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아기가 늑대와 함께 야생의 삶을 살다가 다시 인간 세계로 돌아온 일이 실제로 여러 차례 있었다. 신화나 전설에도 ‘늑대로 변한 인간’ 얘기가 나오고 늑대인간을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와 소설도 계속 발표되고 있다.늑대가 자주 활용되는 이유는 뭘까? 인간과 가장 가까운 곳에 살면서 위협을 줬던 동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숲이 개발되고 도시가 확대되면서 사라진 늑대들이 이제 이야기가 돼 인간과 함께하는 것이다. 인간의 손에 길들여진 늑대가 개로 진화했으니 우리는 여전히 늑대와 함께하는 셈이다.모글리가 등장하는 세 편을 살펴보자. ‘모글리의 형제들’은 모글리가 호랑이에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