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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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쇠락하던 말뫼·빌바오의 부활, 핵심은 미래산업 육성
스웨덴 말뫼는 1900년대 중·후반까지 유럽 조선산업의 번영을 상징하는 도시였습니다. 하지만 한국 업체에 밀려 1986년 코쿰스 조선소가 문을 닫은 후 1990∼1995년 2만8000여 명의 실업자가 거리로 내몰리는 등 희망이 없는 도시로 전락했죠. 2002년 9월 25일에는 말뫼의 상징이라 할 138m 높이의 코쿰스 조선소 크레인이 단돈 1달러 가격으로 한국의 현대중공업에 팔렸습니다. 스웨덴 국영방송은 해체돼 떠나는 크레인을 말뫼 시민들이 눈물로 전송하는 모습을 방송으로 내보내면서 장송곡을 틀었고, 이는 ‘말뫼의 눈물’로 불렸습니다.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공장에 설치된 말뫼의 크레인은 한동안 한국 조선업 발전을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한국 조선업도 중국의 추격에 밀려 급기야 2018년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제품을 생산하던 경남 울주군 온산공장(20만㎡) 매각을 결정했습니다. 협력업체를 포함해 4000여 명의 근로자가 길거리에 내몰리는 상황에 처했고 결국 그해 8월에는 말뫼 크레인마저 가동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말뫼의 눈물이 ‘울산의 눈물’로 바뀌게 된 것이죠. 몰락하는 도시들경제와 산업 변동에 따라 한때 호황을 누리던 도시들이 몰락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세계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영국의 맨체스터는 직물 공업 중심으로 20세기 초반 인구가 76만 명을 넘었으나 인건비가 더 싼 나라와 도시에 밀리면서 제조업이 쇠퇴해 한때 42만 명까지 인구가 줄었죠. 20세기 초반 전 세계 철강제품의 절반 가까이를 생산했던 영국 글래스고도 한국 등에 밀리면서 한때 109만 명까지 도달했던 인구가 2011년 58만 명으로 감소했습니다.미국도 마찬가지였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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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도시는 무엇으로 번영하는가
누군가 여러분께 “도시가 좋아요, 시골이 좋아요?”라고 물으면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하시나요? 대답은 분명히 나뉠 겁니다. 도시가 더 좋다는 학생도 있고, 시골이 더 좋다는 학생도 있죠. 물론 ‘반반 치킨’처럼 반반씩 좋아하는 학생도 있을 수 있겠군요. 도시에 사는 학생, 시골에 사는 학생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요? 이 대답 역시 개인의 선호에 따라 나뉠 겁니다. 도시 아이는 시골을, 시골 아이는 도시를 좋아하는 ‘교차 대답’이 나올 수 있겠습니다.개인적인 취향을 떠나서 인류 문명사적으로 도시와 시골을 한번 바라볼까요? 어떤 그림이 그려지나요? 여러분은 아마도 도시에 대해 매우 부정적일지도 모릅니다. 어지러울 정도로 건물이 높고, 자동차가 넘치고 경적소리가 시끄럽고, 수많은 사람이 출근하고 퇴근하고, 서로 경쟁하고 비즈니스로 숨 돌릴 틈 없이 바쁘고,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나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 모습…. 반면에 시골은 조용합니다. 작은 언덕 위로 달이 뜨고, 나무 위에서 새가 울고, 소가 게으른 울음을 울고, 벌레가 윙윙 날아다니는 목가적인 모습….그런데 이런 소식이 들립니다. 시골에 젊은이들이 없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 울음소리가 끊겼다, 젊은 부부가 없다, 어르신들뿐이다…. 언덕 위로 별이 솟는 시골과 작은 마을을 떠나 왜 저 부정적인 도시로, 도시로 사람들이 올까요? 서울 뉴욕 런던 파리 도쿄 베를린 로마 모스크바 상파울루 홍콩 상하이 멕시코시티 카이로 뭄바이 하노이는 왜, 어떻게 거주 인구가 1000만 명이 넘는 거대도시가 되었을까 하는 질문이죠. 《도시의 승리》(에드워드 굴레이저)와 《최대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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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도전과 모험
농장에서 일하는 두 남자가 있다. 두 남자는 농장일이 지겨웠고,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농장을 떠나기로 결심했다.“보스턴으로 가겠어. 보스턴에서 새 출발할 테야.”“난 뉴욕! 뉴욕은 잘사는 도시니까 여기보다 훨씬 살기 좋을 거야.”두 남자는 기차역으로 향했다. 한 명은 보스턴행 기차표, 다른 한 명은 뉴욕행 기차표를 산 다음, 함께 기차 출발 시간을 기다렸다. 그러다 두 남자는 우연히 옆 사람 이야기를 듣게 됐다농장에서 일하던 두 남자의 선택“뉴욕 사람들은 인심이 사납기로 소문이 자자하더군. 글쎄, 길을 가르쳐주고도 돈을 받는다지 뭐야. 너무하지 않나? 쯧쯧, 그러고 보면 보스턴 사람들이 참 인정이 많아. 길거리 거지들도 굶지 않게 친절을 베풀어주니 말이야.”그 순간, 두 남자는 생각이 바뀌었다.‘뉴욕이 그렇게 인심 사나운 곳이라고? 안 되겠다. 보스턴으로 가야겠어. 보스턴으로 가면 설령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더라도 굶어 죽지는 않겠지.’‘길을 알려주는 일로도 돈을 벌 수 있다고? 와, 정말 뉴욕은 대단한 도시야! 안 되겠다. 뉴욕으로 가야겠어. 뉴욕에 가면 무궁무진한 기회를 접할 수 있을 테니까!’결국 두 남자는 서로 표를 맞바꿨다. 보스턴으로 가려던 남자는 뉴욕으로, 뉴욕으로 가려던 남자는 보스턴으로 새로운 인생을 찾아 떠났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동냥으로도 살아간 보스턴보스턴으로 간 남자는 금방 보스턴 생활에 적응했다. 비록 일자리를 쉽게 구하지는 못했지만, 보스턴 사람들이 워낙 적선을 잘해준 덕분에 동냥만으로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었다.반면 뉴욕으로 간 남자는 꽤나 고생했다. 무궁무진한 기회의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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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슈 찬반토론
경제가 발전하고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도시도 진화한다
[사설] 도시재생, '균형' 아닌 '차별화' 개발로 눈돌려보라도시의 기능 향상과 안정적인 주택 공급은 어떤 전략에 기반을 둬야 할까. 뉴욕과 도쿄의 도심개발을 분석한 한경의 기획 ‘도시 재생이 답이다’(2월26일자 A1, 3면)는 이 점에서 의미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 인천 등 국내 대도시의 발전에 ‘탈(脫)균형과 차별화’ ‘규제완화와 인센티브’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뉴욕의 도시발전 정책은 초고밀도의 도심 재개발이 핵심이다. 수요지에 원활한 공급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고, 일자리도 만든다는 전략이다. 일부 재개발지는 용적률이 3300%에 달한다. ‘특혜’ 논란이 벌어지기 일쑤인 한국적 관점으로는 놀라울 정도의 인센티브 부여다. 그 결과 2014년 이후 세계적으로 주택값이 오른 와중에도 뉴욕의 상승률은 연간 3% 정도로 안정됐다. 미국 전체의 연평균 상승률 (5%)보다 훨씬 낮았다.도쿄의 롯폰기 힐스는 민간이 주도한 도시 재생의 성공 사례다. 일본 정부가 도심 재개발을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하는 마중물로 활용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아베 신조 정부의 도시정책은 도시재생 의지, 규제완화, 금융지원 확대라는 세 요소를 결합해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으로 요약된다.서울은 사뭇 다르다. 종로 을지로 등 구(舊)도심 요지들이 ‘보존형 도시재생’ 대상이다. 한양도성 보호 논리에 의해 사대문 안은 최고 90m(약 20층)로 높이가 규제돼 있고, 남산 경관보호 지역도 많다. 이런 판에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시장 요구에 반하는 규제일변도 정책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강남 수요를 대체할 구도심의 다핵개발에 속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