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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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인공지능'은 'AI'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전 세계 이목을 끌었던 인간 대 인공지능(AI) 간 반상 대결이 펼쳐진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맞붙은 이 대국은 우리 사회에 ‘AI 쇼크’를 불러왔다. 동시에 우리말에는 ‘AI’란 영문약자의 위세를 한껏 떨쳐낸 계기가 됐다. AI는 인공지능·조류인플루엔자 두 가지 뜻우리말 가운데 ‘말 대(對) 말’ 세력싸움으로 주목할 만한 것에 ‘AI(artificial intelligence)’와 ‘인공지능’을 빼놓을 수 없다. 둘 간의 판세가 팽팽하다. 보통은 효율성을 따져 영문약자를 선호하는데 이들 사이는 특이하다. 그 배경에는 AI가 두 가지로 쓰인다는 점도 작용하는 것 같다. ‘인공지능’과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가 그것이다.애초에는 조류인플루엔자로서의 AI가 인공지능으로서의 AI보다 더 많이 쓰였다. 이 말이 본격적으로 언론에 등장한 것은 1997년께다. 초기에는 ‘조류독감’으로 불렸다. 이후 독감이라는 말이 주는 부정적 어감이 가금(家禽: 닭 오리 등 집에서 기르는 날짐승) 산업에 타격을 준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따라 대체어로 나온 게 ‘조류인플루엔자(AI)’였다. 완곡어법 효과를 노린 용어인 셈이다.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은 인공지능으로서의 AI가 훨씬 더 많이 쓰인다. 그런 두 가지 용도로 인한 헷갈림(?) 때문인지는 몰라도 외래어 ‘AI’와 함께 우리말 ‘인공지능’도 꽤 자주 쓰인다. ‘이메일’의 벽을 넘지 못한 ‘전자우편’과 달리 ‘인공지능’이 ‘AI’를 밀어내고 단어로서의 위상을 굳힐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문약어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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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노믹스
'로봇인간'에 출산 기능까지 탑재되었을 줄이야!…인간은 일할 필요 없는 세상이 'AI 진화'의 끝일까
“맞춤형으로 주문 가능합니다. 채굴지에서 사용하실 거면 지능이나 애정, 매력에 돈을 쓰실 필요는 없죠. 접대형 모델을 추가하신다면 모를까.”영화 ‘블레이드러너 2049’엔 리플리컨트 구매를 위한 상담 장면이 나온다. 리플리컨트는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간형 로봇이다. 2049년 기업들은 인간을 채용하는 대신 업무에 최적화된 리플리컨트를 구매한다. 사는 것도 쉽지만 폐기도 쉽다. 리플리컨트 독점 제조기업인 월레스사(社)는 자신있게 외친다. “리플리컨트를 많이 보유할수록 인간의 삶은 윤택해질 겁니다.” 리플리컨트 경찰 K주인공 K(라이언 고슬링 분)는 구형 리플리컨트 제품을 ‘퇴직’시키는 업무를 맡은 특수경찰이다. 퇴직을 거부하며 도망친 리플리컨트들을 찾아내 강제로 폐기하는 일을 한다. K 또한 리플리컨트다. 인간들에겐 ‘껍데기’라고 조롱받고, 리플리컨트들은 그를 꺼린다. K는 둘 중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외톨이다.K가 사는 곳은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난 후의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그가 타고 다니는 스피너(비행자동차)는 자율주행 차량이다. 손을 안 대도 알아서 움직인다. 스피너에 부착된 드론은 음성 인식으로 촬영 뒤 실시간 전송이 가능하다. 퇴근한 K를 따뜻하게 맞이하는 조이(아나 디 아르마스 분)도 사람이 아니라 월레스가 제작한 홀로그램이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다 해드립니다’라는 광고 문구로 여기저기에서 팔리는 제품. K에게 조이는 유일한 가족이자 사랑스러운 연인이다. ‘오프월드’는 인간의 유토피아영화 속에서 유토피아처럼 언급되는 ‘오프월드(우주 식민지)&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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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읽는 세상
"재무관리도 사람보다 AI가 더 낫다…5년내 전문가 대체할 것"
재무관리 영역에서 과반수의 사람이 인간보다 인공지능(AI)을 더 신뢰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AI 기술이 고도로 진화하면서 소비자와 기업 경영자들의 인식도 변화하는 추세다. 오라클은 세계 14개국 9000명 이상의 소비자와 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금융 분야 AI 활용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사람들의 재정 관련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AI가 금융자산 관리 주체로 떠오를 수 있게 됐다고 오라클 측은 설명했다.소비자와 기업 경영진의 67%는 “재무관리 영역에서 인간보다 AI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기업 경영진의 73%는 스스로의 판단보다 AI를 신뢰하며, 77%는 자체 재무팀보다도 AI를 믿는다고 밝혔다. 소비자는 53%가 스스로의 판단보다 AI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하며, 63%는 개인 자산 상담사보다 더 정확할 것이라고 응답했다.금융 분야 AI 활용도에서 기업 경영진은 거래 사기 탐지(34%), 송장 작성(25%), 손익 분석 수행(23%) 순으로 AI가 기여할 것이라고 봤다. 소비자 역시 거래 사기 탐지(33%), 지출 관리(22%) 등에 AI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AI가 이른 시일 내 기존 전문가들을 대체할 것이라는 인식도 강했다. 기업 경영진의 56%는 5년 내 기업의 재무 전문가를 AI가 대체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고객 커뮤니케이션이나 할인 협상 등에선 재무 전문가들의 역할이 건재할 수 있지만 재무 관련 승인, 예산 수립 및 예측 분야에서 AI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유르겐 린드너 오라클 클라우드 비즈니스사업부 수석부사장은 “코로나19 사태가 가정과 기업 조직의 디지털화를 가속화했다”며 “AI가 금융 분야의 ‘뉴노멀’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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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샛 공부합시다
인간과 AI…상호보완 관계인가, 대체 관계인가
최근 TV 프로그램에서 세상을 떠난 한 가수의 목소리와 생전의 모습을 인공지능(AI)으로 재현해 관심을 모았다. 인공지능이 바둑에서 인간을 이긴 것은 이미 옛날얘기처럼 들린다. ‘인공지능 vs 인간’의 대결 구도는 이제 일상이 된 듯하다. 이렇듯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은 거의 모든 부문에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이 심화되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생기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1차·2차·3차 산업혁명을 겪은 인류에게 이러한 논쟁은 항상 발생하였다. 러다이트 운동18세기 산업혁명 시기에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감에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한 사건이 있었다. 러다이트 운동 또는 기계파괴운동이라고 한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공장 내에서 숙련된 근로자들이 잘하는 영역에 특화·분업하여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제 수공업이 주류였다. 숙련공들은 도제식 교육을 통해 인력을 육성하고 생산을 지속하면서 경제 생활을 영위하였다. 영국에서 발생한 산업혁명은 이런 패턴과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방적기, 직조기 등은 실을 만들거나 옷감을 짜는 데 필요한 인력을 줄이는 대신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증기기관의 발명은 석탄, 철도 등 관련 산업을 대규모로 키워냈다. 자본가들은 공장에 기계를 대량으로 배치하여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했다.인간이 하던 업무를 기계가 대체하자 이를 지켜본 근로자들은 일자리가 사라진다면서 분노하였다. 반면,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여 공장을 운영하는 자본가 및 관련 종사자들의 부는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소득 불균형이 과도기적으로 발생하였다. 러다이트 운동은 이런 전환기 사회적 분위기에서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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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이코노미
제품 개선하는 피드백 효과, 시장 집중화도 초래
상업 항공기의 사고율은 매우 낮다. 사망사고의 경우 2020년 100만 편당 0.27명에 불과하다. 이는 강력한 컴퓨터와 숙련된 파일럿의 시너지 덕분이다. 이들은 정교한 피드백 시스템하에서 서로를 보완한다. 비행기에 달린 수십 개의 센서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처리해 안정적인 궤도를 유지하고, 파일럿은 컴퓨터의 판단이 옳은지 모니터링하며 비행기의 위치와 궤적을 끊임없이 관찰한다. 비행기의 안전을 위협할 경우 컴퓨터는 파일럿의 명령을 무시할 수 있고, 파일럿 역시 필요하다면 자동항법장치를 끌 수 있다. 알고리즘의 피드백 루프컴퓨터와 파일럿은 서로를 보완하지만 항상 완전한 것은 아니다. 2009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국제공항에서 프랑스 파리로 출발한 에어프랑스 447편 사고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비행속도 센서인 피토관(pitot tube)이 얼어 오류가 발생하자 컴퓨터는 운항을 부분적으로 파일럿에게 넘겼다. 수동운항 이후 기체는 이미 최대 고도에 가까워진 상태였지만 부조종사는 센서 오류 탓으로 기체가 점점 땅을 향해 가고 있다고 판단해 기수를 더욱 상승시켰다. 기체는 결국 최대 고도에 도달해 상승력을 잃고 땅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컴퓨터가 경고를 보내자 조종사들은 기수를 더욱 올렸다. 기수를 올리자 경고음이 꺼졌다. 하지만 이는 극단적인 고도 데이터가 입력되자 컴퓨터가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해 운항을 조종사에게 넘겼기 때문이었다. 치명적인 피드백 루프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기계는 데이터가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한 범위 내에서 경고를 했고, 인간은 경고에 반응했다. 결국 비행기는 대서양에 추락해 탑승자 216명 전원이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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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노믹스
컴퓨터 속 연인 사만다, OS 사라지며 허무한 이별…AI와 사랑에 빠지면 매몰비용 따윈 없을 줄 알았어
영화 ‘HER’(그녀)에서 편지 대필 업체의 손꼽히는 대필작가인 테오도르 톰블리(호아킨 피닉스 분)는 인공지능(AI) 인격체인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다. 별거중인 전 부인 캐서린(루니 마라 분)은 이혼 서류 서명을 위해 오랜만에 만난 그에게 독설을 퍼붓는다. “나를 틀에 끼워 맞추려고만 하고, 그저 순종적인 아내를 바라더니 만난 게 운영체제(OS)야? 참 잘 찾은 것 같네”라고. AI 연인은 머지 않은 미래영화에 나오는 수준의 인공지능(AI)은 머지않은 미래에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AI가 발전할수록 기업과 소비자가 실패할 확률은 줄어들고 경제 행위의 만족도는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인공지능을 경제학적으로 다룬 책 《예측기계》는 AI를 ‘저비용으로 예측하는 기술’이라고 정의한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탐구해 패턴을 분석하고 ‘다음’을 예측하는 게 주 업무다. AI가 발전하면 ‘예측의 값’이 싸진다. 재화의 가격이 내려가면 이용은 늘어난다. ‘예측’이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이다.예측 기술이 고도화할수록 기업은 실패를 줄이고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특정 소비자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다음 소비 행위를 예상할 확률이 점점 높아지기 때문이다. 소비자도 구매로 인한 만족을 높일 수 있다. 대형 온라인 쇼핑몰을 가정해보자. 소비자의 취향과 구매 습관 데이터를 쌓아갈수록 예측 능력이 높아진다. AI가 추천해주는 상품이 맘에 들 확률은 커지고 반품률은 줄어든다. 소비자가 구매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미리 원하는 상품을 포장하는 것이 기업들이 그리는 시나리오다.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AI에 막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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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심장 이상 신호땐 스마트워치가 의사에게 SOS
\환자가 스마트워치로 건강 데이터를 측정한 뒤 의사에게 전송하면 의사가 이를 진료에 활용하는 시대가 열렸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휴이노에서 개발한 스마트워치가 지난달 18일 제품 상용화 마지막 단계인 건강보험 시장 진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먼 거리에 있는 의사가 환자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관찰하는 원격 모니터링 시대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다.웨어러블 기기 활용한 비대면 서비스 상용화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리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A씨. 심전도 측정 장비인 홀터 장비를 차고 검사를 받았지만 별다른 이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몇 달간 고생하던 A씨는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스마트워치인 ‘메모워치’ 임상에 참여했다. 시계처럼 생긴 기기를 차고 집에서 매일 심전도를 쟀다. 걸린 시간은 30초다. 이를 통해 의사가 진단한 병명은 부정맥이었다.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는 질환이다. 몇 달간의 고생이 며칠 만에 끝났다.휴이노의 메모워치는 환자가 시계를 차고 센서에 손가락을 대면 심전도를 측정해 주는 기기다. 이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 문제가 있으면 의사에게 실시간으로 내용을 전송한다. 의사는 이를 보고 ‘병원에 오라’고 안내할 수 있다.길영준 휴이노 대표는 부산대 컴퓨터공학과 겸임교수로 근무하던 2014년 회사를 창업했다. 메모워치 제품 개발은 이듬해인 2015년 완료했다. 스마트워치로 심전도를 재는 첫 모델이다. 애플, 삼성전자에서 개발한 심전도 측정 스마트워치 모델보다도 빨랐다.하지만 제품이 실제 출시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국내에서는 아직 나온 적이 없는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차일피일 늦어지던 상용화의 첫발을 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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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이코노미
인간 두뇌를 닮을 필요가 없어진 인공지능의 진화
오늘날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인간의 뇌 구조를 모방하려 하지 않는다. 9세기 수학자 무함마드 이븐 무사 알콰리즈미의 이름을 딴 ‘알고리즘’은 여러 단계에 걸친 명령어 집합을 의미한다. 하드웨어의 처리 능력과 데이터가 부족하던 시절의 알고리즘은 인간을 그대로 본뜨려 했지만 오늘날 인공지능은 알고리즘이 인간의 뇌 구조에 얼마만큼 가까워야 한다는 목적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그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잘 수행할 수 있는지만을 고민한다.인공지능 발전의 역사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아주 먼 옛날부터 시작됐다. 3000년 전 호메로스는 신이 만든 세 발 달린 의자가 신이 부를 때마다 저절로 굴러왔다는 이야기를 전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세상 모든 도구가 스스로 상황을 인지해서 알아서 움직인다면 일의 세계가 어떻게 바뀔지를 고민했다. 본격적인 연구는 1947년 앨런 튜링에 의해 시작됐다. 이후 인공지능 연구는 록펠러 재단의 지원으로 불이 붙는 듯했지만, 1980년대까지 진전이 없어 연구는 활기를 잃었고, ‘인공지능의 겨울’이라 불리는 침체기를 맞이한다.당시의 인공지능 연구가 진전이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의 두뇌를 모방하려 했기 때문이다. 두뇌의 실제 구조를 복제해 인공신경망을 만들려 했고, 인간의 추론 과정을 모방하고자 했다. 이들에게는 인간 자체가 복잡한 계산기라는 믿음이 깔려 있었다.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노력은 1997년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시스템 ‘딥블루’가 당시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이기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딥블루는 엄청난 연산력을 바탕으로 챔피언을 물리쳤다. 흥미로운 점은 딥블루가 가리 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