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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노믹스
해고 통보도 영상통화로 하게 된 '해고 전문가', '비대면' 전환으로 한계비용 줄일 수 있다는데…
“출입증 반납하시고 이제 소지품 챙겨 집으로 가세요. 일과를 정해놓고 운동하다 보면 곧 기운을 되찾을 거예요.”영화 ‘인 디 에어’의 주인공 라이언 빙햄(조지 클루니 분)은 매일 다른 도시의 낯선 사무실을 찾아 처음 마주한 사람에게 미소와 함께 이 같은 말을 던진다. 라이언이 1년 중 집 밖에 나가 있는 날은 322일. 집보다 비행기와 낯선 호텔에 머무는 시간이 길지만 누구보다 이런 생활을 즐긴다. 그에게 행복한 삶이란 안정적인 가정과 아늑한 집을 뜻하지 않는다. 집이란 답답한 곳이고 누군가에게 사랑에 빠져 가정을 꾸리는 건 한심한 일일 뿐이다. 유연한 노동시장에서의 자유로운 해고라이언의 직업은 ‘해고 통보 대행 전문가’. 그의 직장은 고객(기업)의 요청을 받으면 직원들을 전국 각지로 보내 고용주 대신 해고 통보를 해주는 해고 대행업체다. 해고 통지를 받은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울음을 터뜨리거나 욕설을 퍼부어도 그 감당은 해고를 통보한 사장이 아니라 라이언의 몫이다. 그는 “우리 회사는 방금 해고당한 스티븐의 상사 같은 겁쟁이들을 대신해 직원을 해고하는 일을 한다”고 자랑스럽게 자신을 소개한다.라이언이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기업의 해고가 자유롭기 때문이다. 라이언의 회사 대표 크레이그 그레고리(제이슨 베이트먼 분)는 “소매업계 수입은 20% 줄고 자동차업계는 휘청거리고 부동산업계는 풍전등화야. 미국 역사상 이런 위기는 없었고 다시 말해 우리에겐 좋은 기회야”라고 말한다.이는 미국에선 기업의 해고가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노동유연성’이 높다고 표현한다. 노동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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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혁신이 지배하는 미래사회, 인간다움은 무얼 의미할까
가까운 미래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간형 로봇 리플리컨트를 다룬 영화 ‘블레이드러너 2049’. 구형 리플리컨트 제품을 ‘퇴직’시키는 업무를 맡은 특수경찰 K(라이언 고슬링 분) 또한 리플리컨트다. 우연히 한 구형 리플리컨트 유골에서 출산 흔적을 발견하고 상사의 지시에 따라 이 생식 기술로 태어난 아이를 찾아 나선 K는 아이가 겪은 일들이 자신의 오랜 기억과 일치하자 감정의 동요를 느낀다. 리플리컨트 독점 제조기업인 월레스는 신기술 확보를 위해 이 ‘기적의 아이’를 추적한다.월레스 회장(제러드 레토 분)이 생식이라는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것은 기존 리플리컨트 제품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 혼란을 우려한 정부가 월레스를 막아선다. 월레스의 직원은 정부를 향해 답답한 듯 외친다. “위대한 혁신이 뭐가 두려워서? 빗자루 따위로 거센 파도를 막진 못해.” K의 선택은아이의 아버지를 수소문하던 K는 결국 데커드(해리슨 포드 분)를 찾아낸다. 데커드는 과거 리플리컨트와의 사랑을 통해 ‘기적의 아이’를 생산했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자식을 보호하겠다는 목적 아래 자식을 버리고 잠적했다. K는 자신이 당신의 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데커드에게 차마 전하지 못한다.혼란스러운 K 앞에 한 무리의 리플리컨트들이 나타난다. 데커드와 함께 인간들을 향한 반란을 준비하고 있었던 세력이다. 이들과의 대화에서 K는 제 것이라고 여겼던 기억이 사실은 자신이 실제 겪었던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리플리컨트 제작 과정에서 삽입된 가짜였다. K는 ‘기적의 아이’도 ‘혁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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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인간'에 출산 기능까지 탑재되었을 줄이야!…인간은 일할 필요 없는 세상이 'AI 진화'의 끝일까
“맞춤형으로 주문 가능합니다. 채굴지에서 사용하실 거면 지능이나 애정, 매력에 돈을 쓰실 필요는 없죠. 접대형 모델을 추가하신다면 모를까.”영화 ‘블레이드러너 2049’엔 리플리컨트 구매를 위한 상담 장면이 나온다. 리플리컨트는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간형 로봇이다. 2049년 기업들은 인간을 채용하는 대신 업무에 최적화된 리플리컨트를 구매한다. 사는 것도 쉽지만 폐기도 쉽다. 리플리컨트 독점 제조기업인 월레스사(社)는 자신있게 외친다. “리플리컨트를 많이 보유할수록 인간의 삶은 윤택해질 겁니다.” 리플리컨트 경찰 K주인공 K(라이언 고슬링 분)는 구형 리플리컨트 제품을 ‘퇴직’시키는 업무를 맡은 특수경찰이다. 퇴직을 거부하며 도망친 리플리컨트들을 찾아내 강제로 폐기하는 일을 한다. K 또한 리플리컨트다. 인간들에겐 ‘껍데기’라고 조롱받고, 리플리컨트들은 그를 꺼린다. K는 둘 중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외톨이다.K가 사는 곳은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난 후의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그가 타고 다니는 스피너(비행자동차)는 자율주행 차량이다. 손을 안 대도 알아서 움직인다. 스피너에 부착된 드론은 음성 인식으로 촬영 뒤 실시간 전송이 가능하다. 퇴근한 K를 따뜻하게 맞이하는 조이(아나 디 아르마스 분)도 사람이 아니라 월레스가 제작한 홀로그램이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다 해드립니다’라는 광고 문구로 여기저기에서 팔리는 제품. K에게 조이는 유일한 가족이자 사랑스러운 연인이다. ‘오프월드’는 인간의 유토피아영화 속에서 유토피아처럼 언급되는 ‘오프월드(우주 식민지)&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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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키리크스'로 드러난 고위 성직자들의 비리…'주인-대리인'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가톨릭 역사상 약 600년 만에 2013년 교황직에서 스스로 물러난 베네딕토 16세(요제프 알로이스 라칭거 추기경, 앤서니 홉킨스 분)와 그 뒤를 이은 현재의 교황 프란치스코(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 조너선 프라이스 분)의 실화를 다룬 영화 ‘두 교황’. 2005년 콘클라베를 통해 교황직에 오른 베네딕토 16세는 ‘바키리크스’ 등으로 바티칸이 추문에 휩싸이자 개혁파인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을 불러 자신을 이을 교황이 돼달라고 제안한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1970년대 아르헨티나의 집권 군부세력이 3만여 명의 무고한 시민을 학살한 ‘더러운 전쟁’ 당시 예수회 신부들을 지키기 위해 군부와 타협했다고 고백하며 그 제안을 거절한다.더러운 전쟁의 시작에는 1940~1950년대 아르헨티나를 휩쓴 ‘페론주의’가 있다. 당시 대통령이던 후안 페론이 펼친 포퓰리즘 정책은 지나친 정부의 개입으로 심각한 비효율을 낳았다.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핑계로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직접 플레이어로 뛰면서 더 큰 비효율을 발생시켰고, 이는 ‘정부 실패’로 이어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페론 정부의 왜곡된 임금 정책이 경제 발전에 부담을 주면서 비교우위 산업을 창출하는 데 실패했다”며 “또 국제경쟁 실패, 지속적 무역수지 적자, 급속한 외채 증가라는 거시경제 운영 전반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20세기 초반까지 부자 나라였던 아르헨티나는 이후 경제가 급속히 무너졌고 정치가 경제의 뒷다리를 잡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독재와 페로니즘이 번갈아가며 집권했다. 필요한 개혁은 완수되지 못했고 위기 때마다 디폴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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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아픈 과거 아르헨티나 '포퓰리즘의 비극'…이민자 몰리던 부자국가는 왜 '상습 부도국가' 됐나
만화영화 ‘엄마 찾아 삼만리’의 마르코는 엄마를 찾으러 여행을 떠난다. 이탈리아 출신 마르코의 엄마가 돈을 벌기 위해 갔던 부자 나라는 아르헨티나였다. 지금은 쉽게 이해가 안 가는 설정이지만 20세기 초반만 해도 아르헨티나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였다. 1인당 국민소득은 프랑스, 독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수백만 명의 사람이 일자리를 찾아 이주해왔다. 마르코의 엄마도 그중 하나였던 셈이다.영화 ‘두 교황’ 속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훗날 교황 프란치스코, 조너선 프라이스 분)가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직장생활을 하던 1950년대만 해도 아르헨티나의 경제사정은 밝아 보인다. 하지만 1970년대 군부 독재가 시작되고, ‘더러운 전쟁’이 자행되는 등 상황은 급반전된다. 부국의 상징이던 아르헨티나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최악의 스캔들 ‘바키리크스’2019년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두 교황은 여러 측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음악 취향에서부터 성서에 대한 해석까지 모든 게 다른 두 성직자가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대화하는 모습이 토론과 타협은 사라진 채 극단으로 흐르는 우리 현실에서 깊은 울림을 줬다.영화는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가 세상을 떠나는 시점에서 시작된다. 교황이 서거하면 전 세계 추기경들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콘클라베’를 연다. 외부와 단절된 채 새로운 교황을 뽑는 의식이다. 참석한 전원이 후보이자 투표자다. 외부에서는 굴뚝 연기의 색으로 투표 결과를 알 수 있다. 당시 선거는 베르고글리오 추기경 등 개혁파와 요제프 알로이스 라칭거 추기경(베네딕토 16세, 앤서니 홉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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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시장 독점하기 위해 가짜뉴스까지 동원…에디슨의 '어두운 야망'이 빛의 세상을 밝혔다
“오늘 밤 세상은 바뀔 겁니다. 정말 그러길 바랍니다. 저희는 어두운 밤하늘 속 작은 불빛을 상자에 담았습니다. 상자의 뚜껑을 열고 어떻게 되는지 봅시다.”1882년 9월 4일 뉴욕 증권거래소.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베네딕트 컴버배치 분)은 수많은 관중 앞에서 레버를 당긴다. 그러자 무수한 전구가 점등되며 월가의 어둠을 걷어낸다. 전기의 가능성을 남들보다 먼저 예상하고 ‘에디슨 제너럴일렉트릭’ 회사를 설립해 송전 시스템을 개발한 에디슨의 노력이 현실로 구현된 순간이다.하지만 전기의 가능성에 주목한 것은 에디슨만이 아니었다. 유압식 철도 브레이크를 개발해 큰돈을 번 사업자 조지 웨스팅하우스(마이클 섀넌 분) 역시 전기 에너지의 사업성을 높게 평가했다. 이에 웨스팅하우스는 에디슨과 동업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투자자를 단순히 ‘돈줄’로 여기고 직접 모든 경영 판단을 내리는 에디슨은 웨스팅하우스의 식사 초대를 거절한다. 분노한 웨스팅하우스는 1986년 직접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을 설립해 전기를 보급한다.에디슨과 웨스팅하우스는 미국의 전기 보급 시장을 양분했다. 이들의 경쟁은 미국 지도를 노란색(에디슨)과 붉은색 전구(웨스팅하우스)로 점차 뒤덮는다. ‘원조’인 에디슨은 웨스팅하우스가 자신의 기술을 훔친 도둑에 불과하다고 무시하지만 직류 방식을 사용한 에디슨사와 달리 교류 방식을 기용한 후발주자의 강력한 도전을 받는다. 전력 시스템의 표준을 둘러싼 전류 전쟁(커런트 워)의 막이 오른 것이다. 직류 vs 교류의 복점 경쟁에디슨의 직류 송전 방식은 발전소에서 사용자에게 전기를 직접 전달하는 방식으로, 송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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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현상하는 월터가 해고될 수밖에 없는 디지털 시대
라이프 잡지사에서 16년째 근무 중인 사진 현상가 월터 미티(벤 스틸러 분)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잡지가 폐간되고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월터는 마지막호의 표지사진을 구하기 위해 온갖 모험을 무릅쓴다. 하지만 월터에게 날아온 것은 결국 해고통지서였다. 디지털로 바뀌는 흐름 속에서 아날로그 인력은 구조적 실업에 내몰릴 수밖에 없어서다. 구조적 실업 극복한 독일의 ‘하르츠 개혁’구조적 실업을 노동유연화로 잘 대처했던 대표적인 사례가 독일의 ‘하르츠 개혁’이다. 동독 지역은 1990년대 말로 들어서면서 20%를 넘나드는 극심한 실업률에 시달렸다. 독일 통일 초기 인프라 투자로 호황이었던 건설업이 점차 자리를 잃게 되자 건설업 전반의 구조조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에 독일 정부는 2003년 하르츠 개혁을 시행한다. 하르츠 개혁의 요지는 시간제 근로자 확대다. 이른바 ‘일자리 나누기’다. 좀 더 유연화된 미니잡(mini job)인 시간제 일자리를 필두로 노동유연화 정책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동독지역 실업률은 2011년 말 10.4%까지 하락하게 된다.즉, 잘릴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한 노동자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그 직장에 오래 버틸 수 있게 고용을 보호해주는 것이 아니다. 새롭게 일어서는 산업에서 그가 쉽게 채용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해결책이다. 월터를 자른 매니저를 탓할 것이 아니라 월터가 새로운 직장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게 중요하단 얘기다. 새로운 도전이 실업을 이겨내는 길물론 그들을 쉽게 자르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유연한 노동시장을 갖추지 못한 사회에선 특히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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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파도에 떠내려간 월터의 아날로그 일자리…온갖 모험 무릅썼지만 구조적 실업 피할 수 없는 현실
라이프 잡지사 사무실에 직원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자신을 구조조정 매니저라고 소개한 남자가 그들 앞에서 말을 꺼낸다. “이런 말씀 드리기 매우 어렵습니다만…” 말끝을 흐리면서 직원들의 눈치를 보더니 급하게 말을 이어나간다.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라이프지를 폐간합니다. 이 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라이프 온라인으로 바꾸고 여러분 중 새로운 업무에 불필요한 분은 자리를 비워주셔야 합니다.”웅성거림은 더욱 커졌다. 수십 년을 이어온 라이프 잡지의 폐간도 놀라운 사실이지만 자리를 비워야 할 누군가가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단 사실에 사람들의 초조함은 옅은 탄식으로 흘러나왔다. 그는 계속 이어나갔다. “누가 떠나야 할지는 마지막 호를 제작한 뒤 결정하겠습니다.” 월터, 구조적 실업 위기를 겪다월터 미티(벤 스틸러 분)는 라이프 잡지사에서 16년째 근무 중인 사진 현상가다. 사진가들이 현장에서 찍은 사진필름을 보내주면 인화하는 작업을 도맡아 했다. 사진에 정교하고 세밀하게 마지막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이다.그에게 라이프지의 폐간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사진 기술도 빠르게 디지털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가장 먼저 위협받는 자리에 있다는 걸 그 스스로도 직감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매니저의 연설이 끝난 뒤 한숨을 쉬며 그는 사진현상실로 터벅터벅 돌아간다.월터는 ‘구조적 실업’ 위기를 맞닥뜨리고 있다. 구조적 실업은 산업 구조의 변화로 산업 간 인력 수급의 불균형이 생겼을 때 발생한다. 기술 진보로 산업 생산성이 향상되거나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