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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노믹스
그리스의 유로존 가입은 '판도라의 상자'였나, 실업·난민·고물가…일상이 된 위기와 '덧없는 사랑'
2010년대 초반의 아테네. 카메라는 세 쌍의 연인을 순차적으로 비춘다. 이들은 오늘날 우리가 ‘그리스 경제위기’와 ‘유럽 난민 사태’라고 부르는 두 사건 속에 살아가고 있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는 다프네(니키 바칼리 역할)는 귀갓길에 난민들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자신을 구해준 시리아 난민 청년 파리스(타우픽 바롬)와 사랑에 빠진다. 위태로운 결혼과 매각 직전인 회사 상황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지오르고(크리스토퍼 파파칼리아티스)는 자신의 회사를 구조조정하러 온 스웨덴인 컨설턴트 엘리제(안드레아 오스바트)와 불륜 관계를 맺는다. 최악의 조건에서도 가족을 먹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60대의 가정주부 마리아(마리아 카오이아니). 그는 매주 찾는 슈퍼마켓에서 독일인 역사학자 세바스찬을 만난다. ‘나의 사랑, 그리스’는 2015년 개봉한 그리스 영화다. ‘스파이더맨’과 ‘위플래쉬’로 익숙한 할리우드 배우 JK 시몬스가 세바스찬을 연기해 화제가 된 이 영화는 2015년 그리스에서 할리우드 개봉작을 뛰어넘은 최대 흥행을 기록했고, 비평가들의 호평에 힘입어 2017년에는 국내에서도 개봉했다.영화는 그리스 경제·사회적 불안의 한복판에 관객들을 던진다. 스크린 속 아테네 길거리에는 실업자와 난민이 가득하다. 파리스는 폐쇄된 공항의 난민촌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지오르고의 회사는 전체 임직원의 35%를 해고한다. 엘리제는 경제위기 이후 슈퍼마켓에서 토마토와 치즈조차 살 수 없게 됐다며 투덜댄다. 문명의 원천 그리스가 위기에 빠진 이유세바스찬이 ‘전 세계 문명의 원천’이라고 칭송한 그리스는 어쩌다 이토록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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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도 월급도 없는 지영이들의 '그림자 노동'…GDP서 빠진 가사노동의 가치 연간 360조원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에 태어나 가정과 학교 등에서 성차별을 겪으며 살았고, 결혼해 아이를 낳은 뒤에는 육아를 홀로 맡게 된 경력단절여성 김지영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아침에 김지영(정유미 분)이 옷을 삶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쓰레기를 버리고 청소기를 돌리고 딸 아영의 장난감을 정리하는 사이 아침 해는 어느새 노을이 된다. 아이를 씻기는 동안 남편 정대현(공유 분)이 퇴근한다. 지영은 곧바로 저녁 밥상을 차린다. 지영이 온종일 한 집안일의 가치는 얼마일까. 전통 경제학에서 무시해 온 가사노동의 가치전통 경제학은 돌봄, 청소 등 가사노동의 가치를 무시해왔다. 가사노동은 시장 거래를 위한 생산이 아니어서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국내총생산(GDP)에 반영되지 않는다. 전업주부는 취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가사노동이 ‘보이지 않는 노동’ ‘그림자 노동’으로 폄하돼 불린 이유다.하지만 가사노동의 가치를 배제한 지표가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가령 전업주부인 지영이 취업해 가사도우미와 베이비시터에게 비용을 지급하면 이전에는 제외되던 가사노동의 가치가 GDP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또 가사노동의 ‘긍정적 외부효과’가 폄하된다는 측면도 있다. ‘돌봄 경제’를 다룬 책 《보이지 않는 가슴》에서는 “양질의 돌봄은 돌봄을 받는 당사자 외에도 많은 사람에게 여러 이득을 준다”며 “행복하고 건강하고 성공한 자녀를 기르는 부모는 중요한 공공재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1985년 유엔은 “여성의 무급노동 기여는 국민계정과 경제통계 등에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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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터 이모님 월급 주고 나면 남는 게 없어"…일하고 싶은 '지영이'는 그렇게 경단녀가 된다
1982년에 태어난 김지영(정유미 분)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홍보회사에 다녔다. 정대현(공유 분)과 만나 결혼해 딸 아영을 낳은 뒤에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와 살림을 전담하게 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지영은 가끔 다른 사람으로 돌변한다. 명절날 시댁에서 시어머니를 ‘사부인’이라고 부르는 친정엄마가 됐다가, 한밤에 맥주캔을 따며 ‘지영이한테 잘하라’는 대현의 결혼 전 애인이 된다.2019년 개봉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2016년 조남주 작가가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고(故) 노회찬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원작 도서를 선물하고,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이 읽었다고 밝히면서 주목을 모았다.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거웠다. 특히 일본에선 3일 만에 아마존재팬 아시아문학 부문 1위에 올라 일본 내 ‘K문학’ 열풍을 이끌었다. 영화는 책의 인기를 업고 37개국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상영 앞뒤로 페미니즘(여권강화론)을 놓고 남녀간 평점 대결이 벌어지는 등 젠더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베이비시터 월급 주고 나면 남는 거 없어”“왜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나 몰라.” “영호 구구단 가르치려고.”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 지영은 다른 엄마들과 만난다. 그 자리에는 서울대 공대 출신으로 수학 문제를 풀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영호 엄마가 있다. ‘아이 책 읽어주려고 연기를 전공했다’고 너스레를 떠는 보람 엄마도 있다. 모두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고학력 여성들이다.이들의 노동시장 참여와 이탈은 임금이론의 ‘유보임금(reservation wage)’으로 설명될 수 있다. 유보임금이란 경제활동에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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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펭귄'이 만든 스마트폰의 편리함…'불연속적 혁신'이 낳은 강력한 혜택
영화 ‘완벽한 타인’의 주인공인 석호(조진웅 분), 태수(유해진 분), 준모(이서진 분), 영배(윤경호 분)는 배우자끼리도 친밀하게 지내는 40년 지기 초등학교 동창생이다. 이혼한 영배와 배우자까지 함께 일곱명이 석호의 집들이에 모여 저녁을 함께 하다가 각자의 휴대폰을 식탁위에 올려 모든 것을 공유하자는 게임이 시작된다. 오래지 않아 스마트폰 전화와 메지시를 통해 인물들의 비밀이 드러난다.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써왔던 부부간의 갈등, 40년 지기 친구들에게도 감춰온 성 정체성, 철석같이 믿은 배우자의 외도, 전 재산을 날릴 위기에 처한 배우자의 투자 실패까지 ‘완벽한 지인’이라고 생각했던 서로가 사실은 ‘완벽한 타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불연속적 혁신으로 탄생한 스마트폰스마트폰처럼 소비자들의 행동을 엄청나게 변화시키는 혁신을 경제학자들은 ‘불연속적 혁신’이라고 부른다. 불연속적 혁신은 기술 발달 과정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기술이 탄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불연속적 혁신으로 탄생한 제품은 소비자들에게 기존에 없던 강력한 혜택을 준다. 과거와 단절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낸다는 의미에서 ‘불연속적’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기존 기술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때 생기는 연속적인 혁신과 비교되는 개념이다.예를 들어 피처폰 시대에 스마트폰이 등장한 것은 불연속적 혁신이다. 피처폰 시대엔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스마트폰 시대엔 가능해진다. 반면 스마트폰의 크기가 커지거나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는 건 연속적인 혁신이다. 연속적 혁신은 소비자의 행동을 변화시키지 않지만 불연속적 혁신은 소비 패턴을 완전히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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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모든 것 해결하는 포노사피엔스…전화기 속 40년 절친은 완벽한 타인이었다
석호(조진웅 분), 태수(유해진 분), 준모(이서진 분), 영배(윤경호 분). 친구 넷은 40년 지기 초등학교 동창생이다. 서로는 물론 배우자끼리도 친밀하게 지내는 ‘절친 4인방’은 어느 날 석호의 집들이에 초대받는다. 이혼한 영배를 제외하고 각자의 배우자까지 일곱 명이 모두 모인 저녁자리. 석호의 아내인 예진(김지수 분)이 제안한다. “우리 게임 한 번 해볼까? 다들 핸드폰 올려봐. 저녁 먹는 동안 오는 모든 걸 공유하는 거야. 전화 문자 카톡 이메일 할 것 없이 싹.”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포노사피엔스예진의 제안으로 평범하던 집들이 자리엔 긴장감이 돈다.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고 자부하는 친구들과 배우자들은 호기롭게 게임을 시작한다. 모두가 스마트폰을 책상 위에 올리고 식사하다가 울린 첫 번째 전화.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었던 영배의 아버지로부터 온 연락에 친구들은 초등학교 시절 과거를 추억한다. 게임은 훈훈하게 흘러간다.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는 스마트폰은 점점 인물들의 비밀을 드러낸다.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써왔던 부부간의 갈등, 40년 지기 친구들에게도 감춰온 성 정체성, 철석같이 믿은 배우자의 외도, 전 재산을 날릴 위기에 처한 배우자의 투자 실패까지…. 인물들이 감춰온 비밀이 하나둘씩 드러난다. 스마트폰 메시지와 전화를 공유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완벽한 지인’이라고 생각했던 서로가 사실은 ‘완벽한 타인’이었음을 알게 된다.영화 ‘완벽한 타인’은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새로운 인류를 의미하는 ‘포노사피엔스’의 단면을 보여주는 영화다. 포노사피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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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나를 사랑할 때 복리로 불어나는 매력 자본…설렘을 파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두드러져
툭 튀어나온 배, 처진 팔뚝 살 등 외모에 자신감이 없었던 영화 ‘아이 필 프리티’의 주인공 르네(에이미 슈머 분). 명품 화장품 브랜드인 ‘릴리 르클레어’의 온라인 지부에서 일하는 그는 도심 한복판에 화려하게 장식된 본사의 채용 공고 소식에 주춤거린다. 2010년 캐서린 하킴 런던정치경제대 교수가 제시한 개념인 ‘매력자본’이 없다고 좌절해서다. 하킴 교수가 여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매력자본은 외모, 섹시한 매력(행동), 유머감각, 활력, 표현력, 성적 능력 등으로 매력도 노동이나 돈처럼 부 명예 등 새로운 부가가치를 낳는 자본이 된다는 것이다. 외모와 연봉의 높은 상관관계호주 멜버른대에서는 2009년 이를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외모와 연봉의 상관관계에 대해 설문을 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을 평균보다 잘생겼다고 평가한 그룹은 평균 9100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었고, 스스로 평균보다 못생겼다고 한 그룹은 평균 5500만원을 벌고 있었다. 외모가 3600만원의 연봉 차이를 만들었다. 식이요법과 운동, 화장품, 향수, 성형수술 등 매력자본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수두룩한 현대사회에선 <그래프>와 같이 외모 자본의 공급곡선은 날이 갈수록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값어치가 떨어지는 것이다.헬스장 자전거에서 떨어지면서 머리를 부딪친 르네. 정신을 잃었다 되찾은 그녀의 눈에 비친 자신의 허벅지는 누구보다 매끈했고 팔은 가늘었다. 머리를 다치며 자신이 예쁘다고 착각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예뻐졌다며 자신감이 충만해진 르네는 곧장 릴리 르클레어 본사로 달려가 이력서를 냈다. 당찬 모습으로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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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같은 얼굴, 그런데 왜 이렇게 달라보이지?…고전경제학에서는 설명 못하는 '매력자본'의 힘
거울 앞에 선 르네(에이미 슈머 분). 그녀의 눈에 들어온 건 툭 튀어나온 배, 처진 팔뚝 살, 셀룰라이트가 선명한 허벅지다. 그녀는 바지 위로 튀어나온 뱃살을 잡으며 한숨을 쉰다. 그녀는 거울 속의 자신과도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 결심한 듯 거울을 직시하려 하지만 이내 그녀의 시선은 발밑으로 떨어진다. 매력자본 없어 괴로운 르네영화 ‘아이 필 프리티’ 초반부에 그려진 르네는 자신감이 없다.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해도 사이즈를 묻는 게 두려워 발걸음을 돌린다. 덩치가 커 드세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식당에서도 크게 웨이터를 부르지 못한다. 그녀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는 직장 생활로까지 이어진다. 화장품을 좋아하는 그녀가 일하는 곳은 명품 화장품 브랜드인 ‘릴리 르클레어’. 그녀의 꿈은 도심 한복판에 화려하게 장식된 본사에서 일하는 것이지만, 현실은 차이나타운 구석 한편에 마련된 온라인 지부에서의 일상이다. 어느 날 그녀는 본사의 채용 소식을 듣는다. 하지만 주춤거릴 수밖에 없었다. 면접장은 늘씬하고 매력적인 여자들로 가득 찰 것이기 때문이다. 그 틈에 서 있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누구나 동경하는 릴리 르클레어 본사에 취업하기 위해선 화려한 스펙은 물론 주목할 만한 외모가 필수조건이었다. 르네는 단념한다.르네는 ‘매력자본’이 없어 손해를 보는 전형적인 사례다. 매력자본은 2010년 캐서린 하킴 런던정경대 교수가 제시한 개념이다. 자본이라 하면 대다수는 돈, 토지, 생산공장 등 경제적 자본을 떠올린다. 자본은 사전적 의미로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생산 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은 이에 국한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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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으로 질병수당·실업급여 받으려던 59세 목수
“양팔을 높이 올릴 수 있나요?” “사지는 멀쩡해요. 내 의료 기록을 보고 심장 이야기나 합시다.” “질문에만 대답하세요. 어쨌든 모자는 쓸 수 있죠?”평생을 목수로 성실하게 살아온 59세 다니엘 블레이크(데이브 존스 역할). 지병인 심장병이 악화돼 일을 못하게 됐다. 심장마비가 와 공사현장에서 추락사할 뻔한 뒤 의사는 일을 그만두라고 했다. 아내는 병으로 죽었고 의지할 자식은 없다. 그는 질병 수당을 받기 위해 국가에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파견업체 직원은 심장과 관련 없는 몇 가지 질문을 던진 뒤 그를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영국 복지제도의 문제를 그려낸 영화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 복지제도 자체에 매몰돼 제도의 대상인 국민을 외면하는 관료주의의 현실을 담았다. 영국의 거장 켄 로치 감독은 2016년 칸 영화제에서 이 영화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전화해도 직접 찾아가도 매뉴얼만 고수질병 수당 심사에서 탈락하며 다니엘의 고난은 시작된다. 탈락 편지를 받은 그는 복지센터로 전화를 건다. 대기 전화가 많아 두 시간이 지나서야 상담원과 연결된다. 통화는 답답함만 더한다. “심사관이 탈락을 통보하는 전화를 해야 재심사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편지를 받고 본인이 직접 전화를 했는데도 심사관으로부터 탈락 전화를 또 받아야 한다는 말이, 다니엘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센터로 찾아가도 달라지는 건 없다. 얼굴을 마주한 직원은 더 냉정하다. 심사관의 전화를 기다리든가, 돈이 필요하면 구직 수당을 신청하라고 한다. 의사가 “인공 심장을 이식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