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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焦眉之急 (초미지급)

    ▶한자풀이 焦: 탈 초 眉: 눈썹 미 之: 갈 지 急: 급할 급 눈썹이 타는 아주 화급한 상태 매우 다급한 일이나 상황을 비유 - 불혜선사(佛慧禪師)는 고승(高僧)으로, 그의 수행은 당대(唐代) 그 어느 고승보다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선사는 살아 있을 때 사문(沙門: 불문에 들어가서 도를 닦는 사람)으로부터 많은 질문을 받고 답해줬다. 어느 날 한 사문이 불혜선사에게 물었다. “선사님, 이 세상에서 다급한 상태가 많겠지만 그중 어느 경지가 가장 시급합니까?” 선사는 사문을 지그시 바라보며 답했다. “그것은 눈썹을 태우는 일이다.” 에서 전해지는 이 이야기에서 유래한 초미지급(焦眉之急)은 눈썹에 불이 붙은 상태, 즉 아주 화급한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원문은 화소미모(火燒眉毛)지만 그 말이 소미지급(燒眉之急)으로 되고, 그것이 다시 초미지급(焦眉之急)으로 변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급함을 모르는 경우도 많지만 눈썹이 타면 바로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누구나 다급함을 알아챈다는 뜻일 듯싶다. 급하거나 위태로움을 나타내는 고사성어는 많다. 누란지세(累卵之勢)는 ‘포개어 놓은 알의 형세’라는 뜻으로, 몹시 위험하고 다급한 형세를 비유하며 위여누란(危如累卵)으로도 쓴다. 백척간두(百尺竿頭)는 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에 올라섰다는 뜻으로, 위태로움이 극도에 달함을 이른다. 초미지액(焦眉之厄)은 ‘눈썹이 타는 재액(災厄: 재앙으로 인한 불운)’이라는 뜻으로, 매우 급하게 닥치는 재앙을 가리킨다. 일촉즉발(一觸卽發)은 ‘한 번 닿으면 곧 터진다’는 뜻으로, 조그만 것도 원인이 돼 일이 크게 벌어질 수 있는 아주 위급하고 절박한 상황을 비유하는 말이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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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염기한 (附炎棄寒)

    ▶ 한자풀이附: 붙을 부炎: 불탈 염棄: 버릴 기寒: 찰 한더울 땐 곁에 있다 추울 땐 떠남권세에 빌붙다 권세가 쇠하면 버림  - <송청전(宋淸傳)〉유종원(柳宗元)은 당나라 관리이자 문학가로, 당송팔대가의 한 명으로 꼽힌다. <송청전(宋淸傳)>은 그가 영주 사마(司馬)로 부임했을 때 지은 작품인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송청은 수도 장안에서 좋은 약재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약재를 가지고 오는 이들은 반드시 송청의 가게를 통해 팔았고, 송청은 그들을 매우 후하게 대했다. 장안의 의사들은 송청의 좋은 약재를 써서 처방약을 만들고 또 쉽게 팔 수 있었기에 모두가 송청을 칭찬했다.송청은 혹 누군가 돈이 없더라도 일단 약을 먼저 줬다. 외상이 쌓여도 약값을 받으러 가지 않았다. 더구나 연말에는 외상 장부를 모두 태워버렸다. 일부 상인은 그를 조롱했지만 많은 사람이 그의 덕을 칭송했다.외상 장부를 태워버린 사람 중에는 나중에 높은 관리가 된 이도 있었다. 많은 녹봉을 받는 그들은 사람을 시켜 송청에게 연이어 선물을 보내니 문지방이 닳을 정도였다. 약값을 못 치르거나 외상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도 송청은 약을 팔아 많은 돈을 벌었다. 송청의 성실함과 신뢰가 세월이 흐르면서 큰 보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는 돈을 벌수록 더 친절하게 더 좋은 약재를 팔았다.유종원이 글에 자기 생각을 덧붙였다. “요즘 사람들은 관계를 맺을 때 권세가를 쫓아다니고, 빈곤하고 보잘것없는 친구는 버린다(炎而附 寒而棄). 송청과 같이 사람을 대하는 경우는 정말 적다. 이걸 세속에서 말하길 ‘장사치(간사한 장사꾼)의 사귐’이라고들 한다. 송청은 장사치류의 사람이 아니다.”부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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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운지지 (靑雲之志)

    ▶한자풀이靑: 푸를 청雲: 구름 운之: 갈 지志: 뜻 지푸른 구름의 뜻을 품다입신출세의 대망을 의미 -<당시선(唐詩選)>왕발(王勃)은 초당 4걸(初唐四傑)로 불리는 당나라 초기의 대표적 시인이다. 종래의 완미(婉媚: 융통성이 없이 올곧고 고집이 강함)한 육조시(六朝詩)의 껍질을 벗고 참신하고 건전한 정감을 읊어 성당시(盛唐詩)의 선구자가 됐다. 그는 특히 기-승-전-결의 네 구로 된 오언절구(五言絶句)에 뛰어났으며, <왕자안집(王子安集)> 등의 시집을 남겼다.왕발의 등왕각시서에는 “곤궁한 때에는 더욱 더 뜻을 굳게 가져 청운의 뜻(靑雲之志)을 버리지 않는다”는 구절이 있다. ‘청운의 뜻’은 푸른 구름을 품는다는 의미로 입신출세하려는 야망을 이른다. 입신출세는 유가의 지향점이기도 했다.왕발보다 스물네 살 아래인 당나라의 문인 장구령(張九齡)은 어진 재상이었지만 간신 이임보(李林甫)의 모략으로 벼슬길에서 파직돼 초야(草野)에서 여생을 보냈다. 그가 지은 조경견백발(照鏡見白髮)의 오언절구에도 비슷한 구절이 있다.“옛날에는 청운(靑雲)의 뜻을 품고 벼슬길에 나아갔는데/어느새 늙어 백발의 나이가 되었구나/누가 생각이나 했으랴/거울 속에서 나와 내 그림자가 서로 측은(惻隱)히 여기게 되리라고(宿昔靑雲志 蹉白髮年 唯知明鏡裏 形影自相憐).”젊었을 때 청운의 뜻을 품고 재상까지 오른 자신의 늙은 모습을 보며 흘러간 세월을 아쉬워하는 마음을 토로한 시다.참고로 삼도지몽(三刀之夢)은 ‘칼 세 자루의 꿈’이라는 뜻으로 출세의 길몽을 의미한다. 진(晉)나라 왕준(王濬)이 칼 세 자루를 들보에 걸어놓았는데, 어느 날 또 한 자루 더 걸어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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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南風不競 (남풍불경)

    ▶ 한자풀이南: 남녘 남  風: 바람 풍  不: 아니 불  競: 다툴 경남풍지역 풍악은 미약하고 생기가 없음세력을 크게 떨치지 못함을 이르는 말-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춘추시대 말엽 제후들은 진나라를 중심으로 노나라 위나라 정나라 등이 연합세력을 구축해 제나라를 치려고 포위하고 있었다. 이런 어수선한 틈을 타 정나라의 대부(大夫) 자공(子孔)은 남쪽의 초나라 군대를 끌어들여 다른 대부들을 내쫓고 권력을 장악하려 했다.자공은 초나라로 사자를 보내 지원을 요청했다. 초나라 강왕(康王)은 군대를 파견해 자공을 돕자고 했으나 재상 자경(子庚)은 생각이 달랐다. “나는 즉위한 지 5년이 됐지만 다른 나라에 군대를 파견한 적이 없소. 백성들이 나에게 안일만을 탐해 선군의 유업을 잊고 있다고 할지 모르니 이 점을 헤아려주시오.”“소신은 생각이 다르지만 명을 받들겠습니다. 다만 여의치 않으면 큰 패배로 왕께 불명예가 되지 않도록 군대를 회군시킬 것입니다.”자경은 내키지 않았지만 명을 어길 수 없어 군대를 이끌고 정나라로 공격해 갔다. 정나라는 용장 정백(鄭伯)이 제나라를 정벌하러 가고 없어 자전(子展)과 자서(子西)가 남아서 지키고 있었지만 자경의 계략을 미리 알고 단단히 방비하고 있는 터였다. 자경은 불과 이틀을 싸우다 물러가게 됐는데, 불운하게도 퇴각길에 큰비가 내리고 설상가상(雪上加霜) 한겨울이어서 얼어죽는 말과 병사가 속출해 거의 전멸 상태가 됐다.제나라와의 싸움터에서 초나라 출병 소식을 들은 진나라의 악관(樂官) 사광은 태연했다. “별로 큰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간혹 남방(南方)의 노래와 북방(北方)의 노래를 부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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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轍鮒之急 (철부지급)

    ▶ 한자풀이轍: 바퀴자국 철  鮒: 붕어 부  之: 갈 지  急: 급할 급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에 있는 붕어위급에 처하거나 상황이 매우 곤궁함  - <장자(莊子)>장자(莊子)는 자연적인 삶을 추구했지만 집안은 늘 가난했고 밥을 굶는 날도 많았다. 장자가 친분이 있던 지방장관 감하후(監河侯)에게 양식을 꾸러 갔다. “형편이 나아지는 대로 갚을 테니 얼마만 융통해주십시오.”감하후가 답했다. “좋소이다. 고을에서 세금이 들어오는 대로 삼백 금을 빌려드리겠소. 그리하면 되겠지요?”감하후의 속내를 알아챈 장자가 퉁명스럽게 쏘았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땐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그러고는 비유를 들어 감하후를 꾸짖었다. “어제 이리로 오는 길에 누가 저를 부르더군요. 그래 돌아보았더니 수레바퀴 지나간 자리에 붕어가 있지 않겠소. 어찌 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나는 동해의 파신(波臣: 물고기)인데 어떻게 한두 바가지 물로 나를 살려줄 수 없겠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알았네. 내가 곧 오나라 월나라 임금을 만나게 될 테니 그때 서강(西江)의 물을 끌어다가 그대를 맞이하겠네. 괜찮겠지’ 하고 대답했더니 붕어가 화를 내며, ‘나는 잠시도 없어서는 안 될 것을 잃고 당장 곤란에 빠져 있소. 한두 바가지 물만 있으면 나는 살 수 있소. 그런데 당신은 그런 태평스러운 소리만 하고 있으니 차라리 일찌감치 건어물 가게로 가서 나를 찾으시오’라고 했습니다.”철부지급(轍之急)은 <장자> 외물편 이야기에서 유래하며, 수레가 지나간 바퀴 자국에 생긴 물웅덩이에 있는 붕어의 위급함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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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窮鼠齧猫 (궁서설묘)

    ▶ 한자풀이窮: 다할 궁鼠: 쥐 서齧: 물 설猫: 고양이 묘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문다위급하면 약자도 강자에게 저항한다- <염철론(鹽鐵論)><염철론(鹽鐵論>은 전한(前漢) 선제(宣帝) 때 환관(桓寬)이 편찬한 책이다. 12권 60장으로 된 이 책은 BC 81년 전한의 조정에서 열렸던 회의의 토론 내용을 재현하는 형태로 정리한 독특한 형식을 취했다. 전국에서 추천을 받아 참석한 자들이 무제(武帝) 때부터 비롯된 소금·철·술 등의 전매(專賣) 및 균수(均輸)·평준(平準) 등 일련의 재정정책을 무제가 죽은 뒤에도 존속시킬 것인가를 주제로 논의한 내용이 수록됐다.전매는 국가가 행정상 목적으로 특정물의 생산 또는 판매를 독점하는 일이고, 균수는 지방 몫이었던 조세와 운송비 부담에 경중의 차이가 있던 것을 균등히 한다는 뜻이다. 평준은 물가 안정책을 이른다.참석자 중 현량(賢良) 문학(文學) 등 약 60명은 유가사상을 근거로 이 제도의 폐지를 주장한 반면 고급 관리인 승상 차천추(車千秋), 어사대부 상홍양(桑弘羊)과 그의 부하 관리들은 법가사상을 내세워 제도의 존속을 주장해 이들 사이에 격론이 벌어졌다.엄한 법으로 통치해야 한다는 상홍양 측에 대항한 학자들은 진시황의 엄격한 법 집행으로 민생이 도탄에 빠졌으며 법을 이기지 못한 백성들이 도처에서 궐기해 진승·오광의 난으로 진나라가 멸망했다고 주장했다.“궁지에 몰린 쥐가 살쾡이(고양이)를 물고, 평범한 사람도 만승의 군대를 칠 수 있으며, 신하도 활을 꺾을 수 있다(窮鼠齧狸 匹夫奔萬乘 舍人折弓).”궁서설묘(窮鼠齧猫)는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뜻으로, 퇴로가 없는 절박한 상황에 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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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萬事休矣 (만사휴의)

    ▶한자풀이萬: 일만 만    事: 일 사    休: 쉴 휴    矣: 어조사 의모든 일이 끝장났다는 뜻으로어찌해볼 도리가 없음을 이름   -<송사(宋史)>당나라가 멸망하고 960년 송나라가 등장할 때까지 50여 년 동안 중국에는 많은 국가가 등장하고 사라졌다. 중원에만 후량(後梁) 후당(後唐) 후진(後晉) 후한(後漢) 후주(後周) 등 다섯 봉건 왕조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반짝 빛을 발하다가 꺼지곤 했다. 중원을 벗어난 변방의 사정은 더 혼란스러웠다. 오(吳) 형남(荊南) 전촉(前蜀) 초(楚) 오월(吳越) 민() 후촉(後蜀) 북한(北漢) 남한(南漢) 남당(南唐) 등 열 나라가 난립해 다툼을 벌였다. 이 시기를 중원 다섯 나라와 통틀어 ‘오대 십국 시대’라고 부른다. 그중 형남은 당나라 말기 절도사로 파견됐던 고계흥(高季興)이 세운 나라다.고계흥은 야망이 컸다. “천하가 지금 주인이 없이 사분오열인데, 군대가 막강한 내가 욕심을 낸다고 누가 뭐라 하겠는가. 우선 이곳에다 나라의 깃발을 꽂은 다음 힘을 키워 더 멀리 보자.”출발의 야망은 거창했지만 그는 그 꿈을 제대로 펴보지도 못한 채 죽었고, 아들 고종회가 왕위를 물려받았다. 고종회는 아버지보다 함량이 훨씬 모자라 자식을 어떻게 키워야 사람노릇을 하는지조차 몰랐다. 그는 아들 보욱이 원하면 원하는 대로, 거부하면 거부하는 대로 키웠다. 그러다 보니 보욱은 안하무인(眼下無人)인 망나니로 자랐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은 없다고 믿고, 누가 자기에게 눈을 흘겨도 그것이 나쁜 감정의 표시라는 것조차 분별하지 못했다.이런 소문이 널리 퍼지자 형남의 백성들은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저으며 “모든 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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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季布一諾 (계포일락)

    ▶ 한자풀이季: 계절 계  布: 베 포  一: 한 일  諾: 승낙할 락계포가 한 번 한 약속이란 뜻으로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킴을 이름- <사기(史記)>계포(季布)는 초나라 출신의 한나라 장수다. 항우 밑에서 무장으로 있으면서 여러 싸움에서 유방을 괴롭혔다. 그러나 항우가 유방에게 패해 죽자 졸지에 쫓기는 몸이 됐다. 숨어 지내던 계포는 다시 한나라에 등용돼 낭중(郞中) 벼슬을 지내다 하동태수가 됐다. 그는 비록 두 군주를 섬겼지만 의협심이 강하고 약속을 중히 여겨 한 번 한 말은 반드시 지켰기에 모든 사람이 그를 신뢰했다.계포가 조고생이란 자를 공개적으로 비난하자, 그가 계포를 찾아와 물었다. “우리 고향 속담에 황금 백 근보다 ‘계포의 한 번 승낙(季布一諾)’이 더욱 값지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명성을 얻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과 같은 초나라 출신입니다. 내가 천하를 다니며 당신의 명성을 널리 알리면 그대 이름은 천하에 떨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나를 그리 거절하십니까.”이를 <사기(史記)> 등에는 ‘황금 백 근을 얻음은 계포의 일낙(一諾)을 얻음만 못하다’고 기록하고 있다.계포일락(季布一諾)은 ‘계포가 한 번 한 약속’이란 뜻으로,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키는 것을 이른다.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은 ‘남자의 한마디 말은 천금같이 값지고 무거워야 한다’는 뜻으로 계포일락과 함의가 서로 맞닿는다.금석맹약(金石盟約)은 ‘쇠와 돌같이 굳게 맺은 약속’을 일컫는다. 이목지신(移木之信)은 ‘위정자가 나무 옮기기로 백성들의 믿음을 얻었다’는 뜻으로, 남을 속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