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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과 놀자

    과학과 예술의 결합, 한 폭의 그림 같은 미세 과학의 세계

    국립중앙과학관과 함께하는 과학 이야기 (9)과학은 객관적인 사실을 발견하고 보편타당한 원리를 찾아내는 학문 분야다. 반면 예술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활동으로, 주관적이고 모호하다. 이처럼 과학과 예술은 서로 반대되는 성격을 지녔지만,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과학사를 돌아보면 예술적 상상력이 과학적 발견을 자극했고, 과학 지식이 예술에 적용돼 더욱 다양한 작품을 탄생시켰다.오늘날에는 과학과 예술의 융합이 더욱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현미경으로만 관찰할 수 있는 세계를 연구하는 과학 분야를 ‘미세 과학’이라고 한다. 미세 과학은 때때로 예술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생명 활동을 형광 현미경으로 촬영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 보이는 것이다. 생물의 세포와 세균 등은 자외선이나 가시광선을 받았을 때 빛을 내는 ‘형광 현상’을 일으키는데, 형광 현미경을 활용하면 이런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그림은 태어난 지 5일 된 생쥐의 망막 혈관이 성장하며 뻗어 나가는 과정을 촬영한 것이다. 초록색 빛을 내는 망막 혈관과 붉은색 빛을 내는 혈관 주위 세포가 뒤섞인 모습이 물감을 칠해 놓은 것처럼 보인다. 생물의 세포, 동식물의 성장 과정, 꽃가루의 표면 등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형광 현미경이 포착한 장면은 생명을 더욱 신비롭게 느껴지게 한다.과학 기술의 변화는 예술의 성격도 바꾸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예술도 현실 세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물리적 세계와 가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콘텐츠가 등장하고 있다. 메타버스 등 가상 현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런 현상은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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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조상들의 냉장고, 석빙고에 담긴 과학

    국립중앙과학관과 함께하는 과학 이야기 (5)음식을 신선하고 시원하게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는 특히 여름철에 없어선 안 될 생활필수품이다. 우리 조상들에겐 냉장고는 없었지만 더운 여름에도 얼음을 보관할 수 있는 특수한 시설이 있었다. 바로 ‘석빙고(石氷庫)’다. 돌로 지은 얼음 창고라는 뜻이다.경주 석빙고(보물 제66호)는 1471년 만들어졌으며, 내부는 길이 14m, 폭 6m, 높이 5.4m 크기다. 땅을 깊게 파고 들어간 반지하의 화강암 건축물로 외부 공기가 들어오는 것을 최소화하고, 내부를 서늘하게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석빙고 지붕은 2중 구조인데 바깥쪽은 단열(열의 이동을 막음) 효과가 높은 진흙으로, 안쪽은 열전달이 잘되는 화강암으로 만들었다. 지붕 바깥쪽에는 잔디를 심어 태양열이 석빙고 내부로 직접 들어오는 것을 차단했다.내부 천장에는 아래쪽 구멍은 넓고 위쪽 구멍은 좁은 직사각형 기둥 모양의 환기구가 세 개 있다. 더운 공기는 위로,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향하는 성질이 있는데, 석빙고 내부 온도가 올라갈 경우 위쪽 더운 공기는 천장 환기구로 나가고 아래쪽 찬 공기는 계속 머물도록 한 것이다.또 얼음 사이에는 열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는 왕겨와 짚을 넣어 얼음이 녹지 않도록 했다. 얼음이 약간 녹았을 때는 융해열로 주변 열을 흡수해 왕겨와 짚의 안쪽 온도가 낮아지면서 얼음을 더 잘 보관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석빙고는 여름철에도 냉기를 유지했다.<삼국사기>에는 신라 지증왕 6년(505년)에 왕이 얼음을 보관하라는 명을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석빙고는 경주 안동 창녕 청도 현풍 영산 해주(북한) 등 일곱 개로, 모두 조선 시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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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응과 진화의 왕 곤충의 생존 전략

    국립중앙과학관과 함께하는 과학 이야기 (4)우리는 곤충을 작고 하찮은 존재로 여긴다. 기껏해야 다리가 여섯 개 달린 신기한 동물 정도로 생각한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향해 "벌레만도 못한 놈"이라고 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생물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곤충은 결코 무시할 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곤충은 약 4억8000만 년 전 지구상에 처음 등장했다. 그에 비해 인간의 역사는 20만 년밖에 안 된다. 약 2억 년 전 공룡이 살던 시대에도 곤충은 있었다. 곤충은 살기 좋은 온대지방은 물론 무더운 열대지방, 추운 극지방 등 지구상 모든 곳에 분포한다.수로만 따지면 전 세계 생물의 절반이 곤충이다. 열대우림처럼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워 조사하지 못한 지역까지 포함하면 지구상 생물의 80%가 곤충일 것이라고 곤충학자들은 말한다. 곤충이 오래도록 살아남은 비결은 무엇일까.나비의 날개 무늬는 천적으로부터 몸을 감추는 역할도 하지만 중요한 기능이 하나 더 있다. 체온 조절이다. 북극에 사는 네발나빗과 나비들은 몸통이 검고, 날개에 검정 무늬가 있다. 검은색은 빛을 흡수하는 성질을 지닌다. 북극의 나비들은 날개로 빛에너지를 흡수해 체온을 유지한다. 반면 더운 지방에 사는 나비들은 빛을 반사하는 흰색 날개를 갖고 있다.초여름 해질녘이 되면 우리 눈앞에서 알짱거리는 귀찮은 벌레가 있다. 깔따구라는 곤충이다. 깔따구는 남극에도 산다. 깔따구 애벌레는 남극의 차가운 얼음 속에서 2년이나 견뎌내야 어른벌레가 된다. 깔따구 애벌레는 단단한 껍질 속에 들어가 추위를 버텨낸다. 나방 애벌레들은 나뭇잎 사이에 숨거나 자신만의 집을 만들어 천적으로부터 스스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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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방사선과 돌연변이

    국립중앙과학관과 함께하는 과학 이야기 (2)‘인터스텔라’ ‘마션’ 등의 영화를 보면 우주를 탐험하고 여행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민간 우주선도 나왔으니 우주여행 시대가 곧 다가올 것 같다. 그러나 인간이 지구가 아닌 다른 별에서 사는 시대를 열기 위해선 극복해야 할 난관이 많다. 그중 하나가 우주방사선이다.우주방사선의 존재는 물리학자 빅터 헤스가 처음으로 밝혀냈다. 그는 이 연구로 1936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지구에서도 인간은 항상 우주방사선에 노출된다. 다만 태양에서 지구로 불어오는 바람인 태양풍과 지구 자기장, 대기 중 산소와 질소 등이 우주방사선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해 준다. 그러나 우주에선 이런 보호막이 없어 우주방사선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우주방사선은 에너지가 워낙 강해 인간의 유전자 변형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콧 켈리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 비행사로 국제우주정거장에서 1년간 살았다. 그에겐 쌍둥이 형제 마크 켈리가 있었는데, 두 사람의 DNA를 비교한 결과 7% 정도가 달라졌다고 한다.우주방사선에는 지구 탄생의 비밀이 담겨 있기도 하다. 원시 지구는 메탄 암모니아 수소 등이 대기 중에 가득했고, 우주방사선이 지금보다 많았다. 원시 생물은 탄생 후 26억 년간 스스로 복제해 일란성 쌍둥이를 만드는 무성 생식으로 번식했다. 우주방사선은 이 원시 생물의 유전자를 손상시키고 변화시켰다. 덕분에 생물의 종류가 다양해질 수 있었다. 돌연변이는 변화하는 환경에서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해답을 제공할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하다.우주여행 시대를 열기 위해선 우주방사선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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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계 생명체 찾아낼까?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에 쏠리는 관심

    국립중앙과학관과 함께하는 과학 이야기 (1)우주는 어떻게 탄생했으며, 초기 우주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지구 밖 외계 생명체는 과연 존재할까. 수많은 과학자가 오랫동안 해 온 질문들이다. 이런 의문을 풀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우주 망원경이 있다. 작년 12월 25일 발사에 성공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웹망원경)’이다.웹망원경은 1990년 인류가 최초로 우주에 발사한 허블 망원경의 뒤를 이을 우주 망원경이다. 인류가 지금껏 개발한 우주 망원경 중 가장 크고 성능도 우수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유럽우주국(ESA), 캐나다우주국(CSA)이 22년간 10조원 넘는 연구비를 투자해 개발했다. 과학자들은 웹망원경이 별과 은하의 탄생과 진화, 블랙홀의 비밀 등에 관해 새로운 발견을 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계 생명체의 존재 증거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웹망원경은 18개의 육각형 거울로 우주를 관측한다. 거울의 지름은 6.5m로 허블 망원경(2.4m)의 2.7배 정도 된다. 사물을 눈으로 볼 때보다 100만 배 확대해서 볼 수 있다. 태양열과 빛으로부터 망원경을 보호하는 테니스 코트 크기의 차단막도 달려 있다. 지구에서 약 150만㎞ 떨어진 곳에서 행성과 별, 은하의 움직임을 관찰한다.현재 시험 가동 중인 웹망원경은 오는 6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 앞으로 5년간 우주 관측 임무를 수행한다. 6월 말엔 웹망원경이 처음 관측한 ‘퍼스트 라이트(first light)’ 사진을 지구에 보내올 예정이다. 인류가 개발한 가장 우수한 우주 망원경에 비친 우주는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백창현 국립중앙과학관 기상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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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성과 목성이 겹쳐 보였다! 혹시 행성 충돌?

    과천과학관과 함께 하는 과학 이야기 (12)밤하늘을 관측하다 보면 행성과 행성, 달과 행성이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태양으로부터 가까운 행성은 공전 주기가 짧아 빠르게 돌고, 먼 행성은 공전 주기가 길어 느리게 돈다.빠르게 이동하는 행성이 느리게 이동하는 행성을 따라잡으면서 거리가 가까워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빠르게 이동하는 행성이 느리게 이동하는 행성을 따라잡을 때 두 천체는 같은 황경을 지나게 되는데 천문학에서는 이를 ‘합’이라고 부른다.황경은 하늘에서 태양이 지나는 길인 황도를 기준으로 하는 좌표로 경도와 비슷한 개념이다. 합 현상이 일어날 때 두 행성이 가까이 붙어있는 듯이 보이는 것은 태양 둘레를 도는 행성이 모두 비슷한 궤도 평면에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5월 1일 새벽 동쪽 하늘에서는 금성과 목성이 마치 하나의 행성처럼 겹쳐 보이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 현상은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도 쉽게 관측할 수 있었다. 금성과 목성이 가장 밝은 행성이기 때문이다. 두 행성이 충돌한 것은 아니니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지구에서 볼 때 비슷한 방향에 있어 겹쳐 보였을 뿐 실제 두 행성은 멀리 떨어져 있었다.이런 현상은 얼마나 자주 일어날까. 태양을 기준으로 지구보다 안쪽 궤도를 도는 금성은 항상 태양 근처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지구 바깥쪽을 도는 목성은 1년에 딱 한 차례 태양과 같은 방향에 나타난다. 따라서 금성과 목성이 같은 방향에서 보이는 현상은 대략 1년에 한 번 일어난다. 다만, 지난 5월 1일처럼 두 행성이 거의 겹쳐 보일 정도로 가까워지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금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