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은 빠르게 세계로 퍼져나갔다. 파리의 갤러리라파예트와 프랭탕, 런던의 해러즈와 셀프리지, 뉴욕의 메이시, 도쿄의 미쓰코시 같은 화려한 백화점은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도 1929년 미쓰코시백화점을 필두로 미나카이, 히라다, 조지야 등 일본계 백화점이 들어섰고 한국인이 처음 세운 화신백화점도 곧이어 문을 열며 성업했다.
산업화 이후 백화점은 지방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1980~1990년대 지방 거점도시 중심지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백화점이 자리했다. 부산의 태화·미화당·세원·신화·리베라백화점, 울산의 주리원·황태자백화점, 대전의 대전·동양백화점, 전주의 전주코아·전풍백화점, 광주의 태산·화니백화점 등이 고객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역 상권을 발판 삼아 거침없이 사업을 확장하던 향토 백화점 대다수는 갑작스럽게 닥친 외환위기의 충격에 힘없이 쓰러졌다. 백화점 업계는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됐다. 살아남았어도 위기는 이어졌다.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 아울렛이란 버거운 경쟁자가 연이어 등장했다. 온라인 쇼핑 확산은 향토 백화점에 치명적인 일격을 가했다.
82년 역사의 대구백화점이 기로에 섰다. 최근 10년간 매출이 61% 넘게 급감하고, 매년 영업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창업주 자손이 지분을 전량 투자 관련 업체에 매각했다. 대구시민의 삶에 깊이 녹아 있던 대구백화점 매각은 향토 백화점 역사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향토 백화점뿐 아니라 대기업 백화점도 온라인 유통 활성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붙잡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는 모양이다.
김동욱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