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거짓말을 안 한다’고 철석같이 믿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아니다. 거짓말을 자주 한다. 자기 주장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려고 입맛에 맞는 수치만 골라쓰는 사람이 있어서다.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이런 쓴소리도 했다.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고.

가려내자! 엉터리 통계

[책 소개] 숫자는 거짓말을 안 한다? 대중을 속이는 못된 통계도 있다 !
경제학 교수 출신인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틈만 나면 “4대 그룹 매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9년 전만 해도 40%였지만 지금은 50%가 넘는다”며 재벌을 비판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생산된 부가가치의 합인 GDP를 해외에서 80%를 벌어들이는 4대 그룹(삼성·현대차·LG·SK) 매출과 비교하는 건 비교기준이 틀렸다. 그의 계산법대로라면 중소기업의 GDP 비중은 120%다.

국토교통부는 ‘인구 5000만명 중 30.1%가 전국의 개인 토지 소유’라는 보도자료를 냈고, 언론은 이걸 인용해 ‘땅 한 평이라도 가진 사람, 국민 10명 중 3명’이라고 썼다. 토지 불평등의 근거로 들기 딱 좋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있으나마나한 통계다. 한집에서 부동산은 보통 가장 명의로 등록한다. 4인 가구라면 25%가 땅을 독식한다고 말하는 셈이다.

대체휴일제 도입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 여론조사에선 찬성이 76.7%,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선 반대가 85.3%였다. 문체부는 쉬는 걸 좋아하는 직장인들에게, 경총은 휴일이 늘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 자영업자와 임시직에게 물어봤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대럴 허프는 통계에 속지 않는 방법으로 △누가 발표했나 △어떻게 조사했나 △빠진 데이터나 숨겨진 자료는 없나 △데이터와 결론 사이에 쟁점 바꿔치기는 없었나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 등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전문가가 내놓는 숫자를 의심하라

중립적 지표에 엉뚱한 의미를 부여해 왜곡하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예컨대 우리나라 무역의존도가 100%를 넘는 점을 문제삼아 ‘수출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무역의존도는 수출+수입액을 GDP로 나눈 것으로, 한국은 102%다. 일각에서는 “수출 대신 내수를 키워 무역의존도를 낮추자”고 말한다. 반(反)세계화·반기업론과 맥을 같이 하는 이같은 주장은 ‘의존’을 ‘종속’으로 잘못 받아들인 결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무역의존도가 100%를 넘는 나라는 14곳이며, 이 중 11곳이 한국보다 높다.

우리 주변에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숫자들도 생각보다 많다. 대표적인 게 ‘경제전망’이다. 엘리트 집합소인 한국은행이나 민간 경제연구소는 물론 천하의 국제통화기금(IMF)조차 성장률 전망치는 거의 매년 빗나간다. 경제전망은 수십~수백가지 변수를 대입하는 복잡한 연립방정식이다. 유가, 환율 등 핵심변수 한두개만 삐끗해도 틀어진다.

다른 한쪽에선 ‘닥터 둠(Dr.Doom)’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처럼 늘상 비관론만 주장하는 사람도 득세한다. 하지만 매년 위기를 예측하면 어쩌다 한 번은 맞는 법이다.

통계맹이 문맹보다 위험하다

통계를 활용한 모든 주장을 거짓이라 비판해서는 안 될 일이다. 다만 ‘통계의 탈을 쓴 거짓말’에 속지 않기 위한 합리적 의심과 지력을 갖춰야 한다. 수치의 잘못된 활용은 상당수가 ‘의도적으로’ 이뤄진다. 통계맹(盲)은 문맹만큼이나 치명적이다.

《시대의 질문에 답하다 》 한국사회 달군 현안을 해설한다

위에서 소개한 사례는 새로 나온 책 《시대의 질문에 답하다》(한국경제신문사·555쪽·2만원)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이 책은 한경 논설위원들이 만드는 주간지 ‘비타민’의 커버스토리 중 87건을 엮었다. 환율 전쟁, 브렉시트, 대기업·수도권 규제, 저출산 문제 등의 경제이슈부터 삼권분립, 국회·연금 개혁, 노동개혁 등 정치·사회 이슈까지 다양하게 짚었다. 구글·애플 등 다국적 기업의 절세전략, 중국이 드론에서 앞서는 이유, 인공지능의 미래 같은 최신 트렌드도 담았다. 논술이나 면접에 대비해 시사이슈를 정리할 때 활용할 만 하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