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끈이 끊긴 순간 벌레로 변한 주인공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길 원하지만…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길 원하지만…
![[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42) 프란츠 카프카 '변신'](https://img.hankyung.com/photo/201611/AA.12776545.1.jpg)
![[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42) 프란츠 카프카 '변신'](https://img.hankyung.com/photo/201611/AA.12776606.1.jpg)
매일 새벽 5시 기차로 출근하는 그레고르는 자신의 몸이 어제와 달라진 것과 6시30분에 눈을 떴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장갑차 같은 딱딱한 등, 불룩하게 나온 화살 모양의 뻣뻣하게 갈라진 갈색 배, 수많은 다리’를 가진 거대한 벌레로 변신한 것이다. 그레고르는 흉측한 자신의 모습에 놀라면서 다시 취업하기에는 늙은 아버지, 몸이 아픈 어머니, 음악학교에 보내고 싶은 열일곱 살 여동생부터 걱정한다.
부모님은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신한 사실에 절망하고, 여동생 그레테는 조심스럽게 흉측한 벌레를 돌본다. 그레고르가 더 이상 돈을 벌지 못하자 가족들의 생활이 형편없이 나빠진다. 그러자 늘 축 처져 있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일을 시작하고 여동생도 출근을 한다. 점액질을 뿜으며 괴상한 소리를 내는 흉측한 그레고르는 점점 귀찮은 존재가 돼간다.
그레고르의 죽음은 무엇인가

벌레 그레고르가 결국 사람으로 되돌아오지 못하는 지독한 이야기를 찬찬히 따라가면 참으로 많은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그레고르가 죽자 가족들이 새로운 희망을 꿈꾸며 홀가분해 하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허탈해지기까지 한다.
작품은 작가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변신》에도 카프카의 불행한 삶이 투영돼 있다. 유년시절에 다섯 명의 동생이 죽는 걸 목격한 카프카, 어머니가 지독한 일벌레인 아버지를 도와야 했기에 줄곧 남의 손에서 자랐다. 문학과 예술사 강의에 흥미가 있었지만 아버지의 바람대로 법학을 전공했고, 보험회사에서 죽기 2년 전까지 일했다.
카프카는 체코 프라하의 상층부를 장악한 독일인에게 유대인이란 이유로 배척당했고, 시온주의에 반대해 유대인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다. 사랑도 카프카의 편이 아니어서 두 번이나 약혼했다가 파혼해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건강도 좋지 못해 결국 폐결핵과 영양부족으로 41세에 생을 마감했다.
생전의 카프카는 오후 2시에 퇴근해 밤늦도록 글을 썼다. 25세 때 처음으로 신문에 글을 발표한 카프카는 세상을 떠나면서 절친한 친구 막스 브로트에게 모든 원고와 책을 불태우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친구는 《성》 《소송》 《아메리카》라는 장편소설을 출간해 카프카를 위대한 작가 반열에 오르게 했다. 죽은 후 더욱 가치가 높아진 카프카는 ‘인간의 부조리와 현실의 잔혹성을 고스란히 드러낸 실존주의 문학의 최고봉’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후에 위대한 작가가 되다

책을 읽는 동안 제발 그레고르가 사람으로 변신하길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지만 삶은 우리 뜻대로 안 될 때가 많다. 가족들이 끝까지 벌레를 돌보고 사랑을 쏟았더라면 그레고르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지, 그레테가 좀 더 빨리 “우리는 이제 벗어나야 해요”라고 말하는 게 나았을지 독서를 하면서 판단하라.
사람이 벌레로 바뀌었다는 말도 안 되는 설정이 너무도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뭘까. 우리 주변에 마음이 이미 벌레로 변신해 절망 가운데 사는 이들이 많기 때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