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성 "봉급생활자의 거의 유일한 세금혜택이다"
○ 반대 "정책 목표를 달성했고 과세 형평성에도 안맞아"
신용카드 사용액의 일정 부분을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해주는 제도가 올해로 또다시 일몰을 맞았다. 1999년 3년 한시 운용을 조건으로 도입된 이 제도는 지금까지 여섯 차례나 기한이 연장됐다. 이에 따라 이제는 신용카드 사용도 상당히 정착됐으니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신용카드가 세원을 양성화할 뿐 아니라 서민들의 세금을 조금이라도 줄여준다는 점에서 제도를 더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 연장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반대 "정책 목표를 달성했고 과세 형평성에도 안맞아"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최근 신용카드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일몰기한을 5년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의 백재현 의원은 아예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영구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는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 소득공제 일몰기한을 폐지함으로써 과세표준을 양성화하고 근로소득자의 세 부담을 경감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올해로 종료되는 소득공제를 연장하지 않으면 사실상 증세 효과가 발생한다며 서명운동에 나섰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2014년 기준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받은 근로자가 825만명, 이들이 받은 혜택은 1조9000억원가량”이라며 “근로소득자가 가장 많이 공제받는 항목이 신용카드 공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혼자나 독신자는 사실상 신용카드를 써서 공제받는 게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지하경제 양성화는 못하고 만만한 근로소득자가 증세의 제1 타깃이 되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는 게 납세자연맹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샐러리맨들은 대체로 제도 유지에 찬성하는 편이다. 지난해 소득공제에 따른 근로자 1인당 세금 혜택 규모는 평균 2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월급쟁이 입장에서는 이 정도 금액도 결코 적지 않은 만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연말정산 시스템이 종전 소득공제 위주에서 세액공제 위주로 바뀌어서 세부담이 늘었는데 신용카드 소득공제마저 폐지되면 유리지갑인 봉급생활자만 말 그대로 ‘봉’이 된다는 것이다.
○ 반대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 제도가 카드 소비 정착이라는 도입 목적을 이미 달성한 만큼 폐지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다. 그는 한 언론 기고를 통해 “애초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의 취지가 소비자들의 카드 사용을 장려해 숨겨진 세원을 발굴하자는 데 있었는데 이제는 2000~30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주문할 때도 자연스럽게 카드로 계산할 정도로 카드 사용 소비문화가 정착됐기 때문에 제도 도입의 취지를 충분히 달성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제도가 정말 서민 지원 제도인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한계세율이 높은 고소득 근로자에게 훨씬 더 유리한 제도라는 것이다. 2015년 과표가 1200만원 미만으로 한계세율이 6%인 저소득 서민 근로자는 평균적으로 12만원의 세금혜택을 봤는데 과표가 8800만원을 초과하는 한계세율 35%인 고연봉 근로자는 96만원의 세금 절감 혜택을 누렸다는 설명이다. 고소득자가 무려 8배나 많은 절세 효과를 누리는 것이 과연 형평성 측면에서 좋은 제도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용카드를 만들 수 없는 일부 저소득층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조세형평에 어긋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부 조세전문가도 정부가 당초 목표로 했던 세원 양성화가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조세 확보 차원에서도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제도 시행 전 50%에도 못 미치던 자영업자 소득파악률이 80%가량으로 높아진 만큼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 생각하기
"세수이외 다른 측면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신용카드 사용으로 자영업자 세원을 양성화하겠다는 정책목표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 결과 세정은 더욱 깨끗해졌고 세금은 더 걷혔다. 근로소득자들은 일정 한도에서 세금을 덜 내는 대신 열심히 신용카드를 사용해 정부의 정책에 화답해왔다. 그런데 이제 목표가 거의 달성됐으니 용도 폐기하겠다는 게 일부 세금 전문가와 정부의 견해인 듯싶다.
조세정책은 철저히 정책 목표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어떤 선험적 원칙보다는 정책 목적에 따라 수시로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그간 정부가 주장해온 것처럼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전에 비해 존재 이유가 매우 미미해진 게 맞다.
하지만 단지 세금 측면에서만 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용카드 사용은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비난도 있지만 이제는 거의 자연스러운 소비 양식으로 굳어가고 있다. 세원 양성화 이외에도 신용사회 정착에 큰 도움을 줬고 화폐당국의 동전 주조 비용도 상당히 줄여줬다.
최근 신용카드사들이 경영난으로 잇따라 고객에 대한 각종 혜택을 축소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세금 혜택마저 사라진다면 신용카드 사용 메리트는 거의 없어진다고 본다. 카드 사용이 줄면 카드사는 더욱 혜택을 줄이고 이는 다시 카드 사용 감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현금 결제 시 할인해준다는 유혹에 쉽게 넘어갈 것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